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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5/18 하를렘(Haarlem) 나들이와 송별파티

by Heigraphy 201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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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금)

 

오늘은 하우스메이트 언니가 방을 빼는 날이다.

같이 지내면서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한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나한테 참 강한 인상을 남겼던 언니.

나중엔 집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는 술친구도 되었지.

이번 워홀을 하면서 사람을 남기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가,

이 언니를 알게된 것만 생각하면 참 행운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속으로 많이 따르는 언니다.

 

암튼 하우스메이트 언니 나간다고 집주인이 같이 저녁이라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같이 먹자도 아니고 같이 해주재.....)

솔직히 난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우스메이트 언니에게 찐한 송별의 인사를 하는건 좋지만

굳이 또 요리하느라 머리와 시간을 쓰고 세 명이 전부 시간을 내서 저녁을 먹는다는게...

집주인이 요즘 뭐 일주일에 한 번씩 자꾸 저녁먹자고 하는데 솔직히 귀찮음..

그리고 하우스메이트 언니도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았음.

 

나도 꽤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인데

일단 언니한테 마지막 인사는 해야할 것 같아서

저녁에 좀 일찍 들어와야겠다는 약간의 각오(?)를 했다.

 

 

 

기차역 가는 길에 본 고양이.

털도 곱고 오구오구 참 예쁘다.

다가가서 만져주고 싶었지만 나도 갈길이 바빠 그러지 못하는게 아쉽구나.

 

 

 

네덜란드의 다른 기차역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하를렘(Haarlem) 기차역.

좀 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난다고 해야하나?

여기도 사실 며칠 전에 하우스메이트 언니랑 암스테르담 나가면서 창밖 좀 보고 다니라고 한소리 들은 뒤로 유심히 살펴보게 된 곳..ㅋㅋㅋㅋ

 

 

오늘은 또 친구를 만나기로 했지요~~~

이번주 정말 바쁘다 바빠.

친구가 5월 말부터 거의 한 달 간 여행을 가는데

그 전에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어벤저스 같이 본 지 얼마 안 됐지만 금방 또 약속을 잡아서 만났다.

오늘도 나 때문에 먼 길 와준 너란 친구...★

하를렘은 나도 이 친구도 처음이었다.

근데도 구글맵 한 번 보고는 길을 척척 잘 찾아가는 친구 덕분에 나는 졸졸 따라만 다님..ㅋㅋㅋㅋ

 

 

 

 

일단 시티 탐방이나 해보자 해서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마주친 교회.

역시 어느 지역을 가도 교회나 성당은 꼭 있는 듯해.

규모도 생각보다 크고 그랬는데 랜드마크 구경이 우리의 주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들어가보진 않았다.

 

이후에도 계속 걷고 걸어서 광장 같은 곳을 봤는데, 그곳에 마침 장이 섰길래 간식 하나를 사먹었다.

빵 안에 소세지가 들어간... 이름은 모르겠는 더치 간식이었는데

내가 한 번도 안 먹어봤다고 하니까 그럼 한 번 먹어보겠냐고 해서 사먹어봤다.

꽤 맛있었다.

(사실 소세지가 맛없긴 힘든 것 같아..ㅋㅋㅋ)

 

 

 

점심 시간에 만났으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러 가줘야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꽤 상위권에 위치한 아이리쉬 펍(Irish pub)에 대낮부터 가서 아일랜드식 조식과 버거를 먹었다.

(우리 갔을 때 시간이 2-3시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도 조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는게 신기ㅋㅋㅋ)

이런 식사가 오랜만이어서 좋기도 하고 맛도 있었는데, 계란 빼고는 다 너무 짜서 많이 못 먹었다.

아일랜드 맥주 종류가 너무 많고 뭐가 복잡해서 그냥 오늘은 애플주스를 시켜놓고 마셨는데,

먹으면서 이건 완전 맥주 안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가 너무 많이 남겨서 괜히 친구만 버거에 내꺼까지 먹느라 힘들었을 거다..ㅋㅋㅋㅋ

 

 

 

 

밥도 먹었으니 다시 하를렘을 좀 둘러볼까!

나름대로 풍차도 있고, 그 주변으로 운하가 흐르고, 경치가 예쁘다.

저 풍차는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볼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우리는 올라가보지 않음..ㅎㅎ

 

 

 

아까랑은 또 다른 교회도 발견했다.

 

 

 

예쁜 골목도 보고!

요즘 스냅사진을 찍으려 마음먹고 보니까 예쁜 풍경들을 자꾸자꾸 담아두고 저장해두려는 버릇이 생겼다.

여기 사는 사람들한텐 그냥 평범한 골목일텐데, 나같은 애한테는 이것도 멋진 배경이 될 수 있단 말이지.

지금에서야 느낀 건데 우리 이날 센터쪽으로는 안 다니고, 센터에서 조금 벗어나 조용하고 예쁜 길로만 많이 다닌 것 같다.

사진은 없지만 아담한 공원도 하나 다녀왔었다.

 

 

 

많이 걷고 얘기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다.

그럼 마시러 가줘야지!

지나가다가 이 맥주를 파는 가게를 봤었는데,

친구가 이 맥주가 맛있다고 해서 다시 굳이 찾아들어온 가게다.

(사실 친구가 길을 너무 잘 찾고 잘 기억해서 다시 찾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음)

같은 이름인데 탭 종류만 다른 맥주 두 개를 시켜서 맛이나 봐봤다.

음, 맛있다고 추천할 만하다.

 

이 펍에 앉아서는 솔직하고도 나한테는 되게 인상적인 얘기들을 많이 나눴다.

이 짧은 영어로 내가 이런 대화를 하게 될 줄 몰랐을 정도로.

 

여기까지 오는 길에 아까 봤던 광장의 시청에서 어떤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걸 보고는

너는 앞으로 결혼 생각이 있냐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사실 결혼 생각이 없다고 얘기를 하다가,

한국의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추세야

라는 얘기까지 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네덜란드 친구한테 삼포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진짜 상상도 못해봤는데

나 때문에 갑자기 얘기가 좀 심각해졌다ㅋㅋㅋㅋㅋ

한국을 마냥 좋게만 생각했을텐데 내가 이런 얘기를 해버리니 친구가 참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좋은 얘기만 해줄 수 있겠어.

더더군다나 한국에 와서 잠시나마 살고 싶다는 친구에게 어떻게 꿈만 같은 얘기만 하겠니.

현실도 한 번쯤 들려줄 수 있는 거지...

그 외에도 참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어설픈 영어로 감정적인 대화를 나누자니 많이 어렵고 아쉬웠을 정도로.

 

또, 이 친구가 처음 계획한 긴 여행을 앞두고 긴장반, 기대반을 하고있는 듯했는데

나한테 이 먼 땅에 혼자 올 생각을 한 게 대단하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다니냐고, 여행을 다니면서 뭐가 달라졌냐고 물어봤다.

여행이 바꾼 거 참 많지.

사실 내가 지금 추구하는 건 단순히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는 것'이지만.

많은 것 중에서도 나는 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알게 되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니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도 알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행을 하면서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친구에게는 이 말이 꽤나 인상적이었나보다.

근데 이미 친구 또한 자기 삶을 멋지고 즐겁게 살려는 사람이었다.

그가 변화하고자 마음먹고 실천한다며 해준 어떤 이야기 또한 나한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너는 이미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너는 네 첫 번째 긴 여행을 만끽하고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너를 응원해.

 

 

 

얘기가 한창 무르익었지만 하우스메이트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도 해줘야하니 아쉽게도 조금 일찍 기차를 타러 갔다.

다행히 기차 시간이 비슷해서 저번처럼 누구 한 명이 더 오래 기다리거나 하진 않았다.

여행 잘 다녀오고 한 달 뒤에 보자 친구!

 

 

집에 돌아가니 하우스메이트 언니는 이미 짐을 다 싸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역시나 집주인과의 분위기는 냉전이다.

사실 이 언니가 집주인이랑 트러블도 좀 있고 좋게 나가는 건 아닌데 거따대고 무슨 밥을 같이 먹니마니 하니 언니가 좋아할 리가 있나.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다며 굉장히 급한 듯이 나갔지만

사실 언니는 다른 곳에서 자기 사람들만 불러서 소소한 송별파티(?)를 준비했고,

나도 거기에 초대되었다.

물론 집주인한텐 비밀이다.

(초대를 했다해도 아마 이곳 분위기를 못견디는 집주인은 안 왔을 거다.)

 

 

 

그렇게 '아지트'를 처음 갔다.

하우스메이트 언니 덕분에 보물같은 공간을 하나 알게 되었다.

(이 '아지트'는 앞으로도 수차례 내 일기에 등장할 예정이다.)

내가 갔을 때는 하우스메이트 언니의 남자친구가 있었고,

시간이 지나자 언니의 또 다른 친구랑 남편분이 함께 왔다.

나 이렇게 사람 만나고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스몰토크 하는거 참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참 즐거웠다.

언니 덕분에 TEXELS 맥주도 알게되고!

 

 

 

이 TEXELS 맥주를 진짜 계속 마셨다ㅋㅋㅋㅋ

잔 비면 누가 주문해와서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

 

근데 상황이 좀 재밌으면서도 가끔은 내가 외로워졌던게

하우스메이트 언니(스페인어+영어), 그 친구분(스페인어+더치어),

언니 남자친구분은 더치(더치어+영어), 친구분의 남편분도 더치(더치어+영어)

구사 가능한 언어가 각각 이래서 우리 테이블 대화가...

스페니쉬랑 더치로만 이루어진 순간들이 꽤 많았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합죽이가 됨...

처음엔 좀 당황스럽다가 재밌기도 했는데

점점 갈수록 나 막... 외롭고... 누구랑 얘기하니?...

내가 멀뚱히 앉아있으니까 언니가 나도 한국어로 아무 말이나 해보란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를 배려해선지 '건배'는 한국어로 해줌ㅋㅋㅋㅋ

사실 처음엔 다 재밌고 웃기고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외로움이 좀 많이 올라왔다.

 

가게 끝날 때까지 놀았더니 12시가 다 되었고,

집에 갈 때 버스가 당연히 끊기고 없었다.

언니는 이제 나랑 같은 집에 안 사니까 다른 집으로 가는데 방향이 완전히 달라서 가게 앞에서 헤어지고,

언니 친구분 부부가 그나마 나랑 방향이 조금 비슷해서 갔는데

나 때문에 타고 오신 자전거를 굳이 끌고 가면서 나랑 같이 걸어서 중간까지 가주셨다ㅠㅡㅠ

나만한 딸이 있다고 하시던데 그래서인지 나를 참 많이 챙겨주셨다.

첫만남에 너무너무 감사할 따름.

 

 

 

부부랑도 헤어지고 혼자서 한 2-30분 정도를 더 걸어가야 했다.

근데 가면서 좀 울었다.

술도 좀 마셨고...

사실 지금까지 워홀 생활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잘 안 돼서,

나 여기서 지금 뭐하나 싶은 생각부터,

여기엔 내사람이 참 없어서 외롭다는 생각과... 등등

평소에 나는 다 괜찮고 잘 지낸다고 포장하며 저기 마음 속 깊은 곳 어디에 꾹꾹 숨겨놨던 생각들이 술기운이랑 같이 올라왔던 것 같다.

이날 집에 들어오면서 마침 타이밍이 맞아 한국에 있는 친구랑 실시간으로 주고받은 카톡들을 보면

나는 혼자서도 잘 즐길 줄 알았는데 좀 지친다느니,

한국에 있으면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고 있다느니,

그래서 그냥 내 편인 사람들 품으로 가고싶다느니,

뭐 이런 얘기들을 해놨다.

 

사실 하우스메이트 언니가 예전에,

자기는 너무 바쁘게 사는데 뻐킹 론리라고 말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봤을 때 언니는 여기에 남자친구도 있고, 친구도 있고, 같이 저녁 먹으러 나갈 사람도 가까이 살고, 일터에 좋은 사람도 많고,

정말 바쁘게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뻐킹 론리래서 '왜일까?' 싶었다.

근데 이날 새벽에 혼자 어둠이 짙은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가면서 갑자기 그 '뻐킹 론리'가 뭔지 알겠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겉으론 재밌는데... 내사람이 없는 느낌?

물론 '내사람'이라는 것도 참 추상적인데...

그냥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느낌.

그와 동시에 속으로 내가 많이 따랐던 하우스메이트 언니도 나갔고...

expat의 삶이란 뭔가 싶고 또 내사람은 뭔가 싶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이었다.

이맘때부터 한국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조금 대놓고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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