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해외여행/16'복학 전 발버둥(Russia)

블라디보스톡 여행 :: 17 블라디보스톡공항, S7항공, 인천공항

by Heigraphy 2017. 2. 1.
반응형

  벌써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마지막 편. 이것도 참 끝을 쉽게 기약할 수 없는 여행기가 될 것 같더라니 생각보다 꽤 빨리 끝났다(라고 하지만 사실 5개월 걸림). 4박 5일 여행기 중 5일째,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마지막 여행기를 적어본다. 

 

 

  그린필드 연꽃잎차를 이곳에서 개봉했다. 전날 산 빵들은 전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었기에 차만 마셨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 호스텔 안은 차분했지만, 사실 이때 블라디보스톡에 태풍이 상륙해서 바깥의 날씨는 정말 좋지 않았고, 요란하기 그지없었다. 여태까지 블라디보스톡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날씨의 끝판왕 정도? 날씨 때문에 공항까지 버스를 타야할지, 택시를 타야할지 무척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호스텔 라운지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기에 다른 여행자들의 아침 움직임도 볼 수 있었는데, 우리와 같은 방을 쓰면서 말을 몇 번 나눴던 러시아 여행자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았고(우비에, 장화에, 비바람을 뚫고 갈 아이템을 야무지게 착용하고 있어서 감탄했다), 신혼여행으로 세계여행을 다니는 배낭여행 커플이 출발하는 모습도 보았다. 누가 보기에도 훈훈했던 그 커플은 이 마트라스 호스텔에 묵는 모든 여행자에게 응원을 받고, 포옹 한 번씩 하고 다시 먼 길을 떠났다. 친구와 지켜보면서 '우리도 저런 삶을 살아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마트라스, 마트로스, 알바트로스 호스텔. 여행 다닐 때 내가 호스텔에 묵는 큰 이유.

 

 

  우리는 결국 버스를 타기로 결정하고 시간 맞춰 길을 나섰다. 사진은 없지만, 공항에 가기 전에 굼백화점 츄다데이에 들러 당근크림을 몇 개 사고싶어서 오픈하자마자 들렀고, 공항가는 버스 시간을 맞춰가려면 꽤 촉박했기에 빠르게 당근크림만 사서 나왔다. 참고로 츄다데이의 영업시간은 오전10시~오후8시.

  그런데 츄다데이에 전날 오후에 갔을 때는 당근크림을 비롯한 그 라인의 크림들이 정말 많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오픈시간에 맞춰 가니 당근크림은 물론이고 그 라인의 크림이 거의 다 동이나서 몇 개 구하지 못했다. 친구가 당근크림을 사고 나니까 더 이상 재고가 없어서 자기 뒤에 온 사람들은 사지 못했다고.

 

 

 

  아침미션까지 끝냈겠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린다. 공항을 가는 버스는 107번이고 공항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름은 '버스'지만 사실은 미니밴이므로 차량 내부가 크지 않다. 트렁크나 짐 싣는 공간이 따로 있는게 아니어서 차량 안에 사람과 캐리어가 함께 타야하므로 낑겨낑겨 타게 되고, 공항으로 직행하는 버스가 아니어서 중간중간 사람들을 태우거나 내리기도 한다.

 

 

 

  그렇게 도착한 VVO(블라디보스톡 공항). 이곳에 내린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시 떠날 시간이 되었다니.

 

  우리는 현장에서 위탁수하물을 추가하려고 했는데, 체크인을 하러 가서 떠듬떠듬 직원과 얘기를 나눠보니, 다녀올 때까지 자기가 여권을 맡아둘테니 뒤돌아 나가서 몇번 창구(정확히 기억이 안 남..)로 간 후 거기에 문의하면 위탁수하물을 추가해줄 거고, 그 후 다시 돌아오면 수속을 마치고, 여권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공항에서 추가하게 된 위탁수하물은 루블이 아닌 유로로 결제되었고, 50유로였다. 카드로 결제하였고, 나중에 통장내역을 확인해보니 63,675원이 빠져나갔더라.

 

  우리가 이용한 S7항공은 저가항공이라 프로모션가로 결제시 위탁수하물을 부치려면 추가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공항 가기 전날부터 추가 위탁수하물을 온라인으로 미리 결제하는 방법은 없을까 S7 사이트를 한참 뒤져봤는데, 핸드폰으로만 찾기엔 한계가 있었고, 러시아어와 영어의 홍수 속에서 결국 사전 결제 방법을 찾지 못해서 현장에 와서 결제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위탁수하물 맡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추가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블라디보스톡에 가니 보드카를 사지 않을 수 없더라. 계획에 없었지만 살 수밖에 없었다.

  액체류 100ml 이상은 기내 반입 금지이기 때문에 반드시 위탁수하물을 이용해야 한다. S7항공을 이용하면서 (면세점이 아닌 곳에서) 보드카 구입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위탁수하물 추가를 사전에 신청하면 좀 더 싸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항 와서 해치워야 할 큰 일을 하나 치르고 나서 시간 여유가 조금 있길래 해산물 가게로 들어갔다. 나보다 약 10만 원 정도 더 환전해갔던 친구는 마지막까지 현금이 남아돌아서 사진에 보이는 해산물 가게에서 캐비어를 하나 샀음에도 불구하고 또 현금이 남았다. 블라디보스톡에서 4박 5일에 40만 원이면 차고 넘쳐서 다 못 쓰고 오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 여행 다니면서 먹을 거 다 먹고, 살 거 다 사고 딱히 아낀 느낌도 아닌데.

 

 

 

  짐검사를 마치고 출국장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이곳 면세점에서 로이스를 볼 줄이야! 하지만 들어가보진 않아서 가격을 모르겠다.

 

 

 

  돈은 남았고, 아침은 못 먹었으므로, 이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한다.

 

 

 

  블린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비주얼이 블린 같다. 거기에 네스티 음료 하나.

 

 

 

  내용물은 햄치즈. 완제품이라 따뜻하지 않았고, 블린집에서 먹었던 블린만큼 맛있진 않았지만 먹을만 했다.

 

 

 

  주머니에 있던 루블을 탈탈 털어 쓰고자 했음에도 이녀석들은 남아서 나와 함께 서울로 가게 되었다.

 

 

 

  작지만 나름 면세점도 있고, 술 파는 곳도 있었다. 나는 이미 클레버하우스에서 살 것들을 다 사왔기 때문에 굳이 둘러보진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이 때 블라디보스톡에 태풍이 상륙했었기 때문에 과연 비행기가 제시간에 뜰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할만큼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다. 그 비바람을 뚫고 이륙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러시아라 그런지(?) 뭔가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참, 그나저나 이 때 좌석이 업그레이드 되어 매우 널찍하게 2시간을 갈 수 있었다. 자리도 내가 원하던 창가자리! 위탁수하물을 맡기느라 친구와 체크인을 다르게 해서 혼자만 좋은자리에 앉게 되었다. 좋으면서도 왠지 내가 다 미안한 마음.

 

 

 

 

  이륙하면서 찍은 블라디보스톡의 마지막 모습. 안녕, 또 올게 꼭!

 

 

 

  태풍 덕분에 가는 내내 거의 이정도로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치킨 샌드위치와 오렌지주스를 선택했다. 음 이제 익숙해, 처음 먹었을 때보다 더 먹을만 해!

 

 

 

 

  가는 동안 하늘이 구름에 뒤덮여있어 아래가 거의 안보였는데, 착륙을 앞두고 구름 밑으로 내려와서야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과연 보일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미 북한 하늘은 지나고도 남은 시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몇 천, 몇 만 피트 위에서 본 바로는 도저히 구별이 가지 않는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 태풍을 뚫고 오다니 엄청나다. 한국도 날씨가 안 좋긴 마찬가지.

 

 

 

  친구와 따로 앉아서 오는 바람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빠릿빠릿 나온 것도 아닌데 친구와 만나고도 짐이 좀 더 늦게 나와 기다렸다. 처음엔 너무 잠잠해서 짐 이미 다 나왔는데 내 짐 사라진 거 아닌가 싶어서 공항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아직 안 나온 거라며 기다리라고 하셔서 기다렸더니 정말이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먹은 첫 식사는 공항에서 먹은 설렁탕! 공항 음식점이니만큼 가격대비 푸짐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이런 국물이 그리웠는데 참 좋았다. 쌀밥 먹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고! 이렇게 4박 5일의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예전부터 함께 여행 한 번 가자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친구와 드디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아직은 생소한 여행지를 뭔가 개척하는 느낌으로 다녀온 것도 좋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좋았고, 참 여러모로 잊지 못할 여행이다.

  사실 세계는 넓고 볼 건 많기 때문에, 한 번 갔던 곳을 다음에 다시 갈 것을 구체적으로 기약하는 여행지는 많지 않은데, 블라디보스톡만큼은 '다음'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살면서 몇 번이나. 한여름에 블라디보스톡 즐기기는 살면서 꼭 한 번 해볼 일이고, 이번에 못가본 루스키 섬도 가봐야겠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세계여행'의 시작도 그곳에서 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아직 블라디보스톡에 볼일이 많다.

  이번 여행을 함께했던 친구와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가자고 했고, 한 달에 3만원씩 2년 동안 모으면 아주 풍족한 4박 5일짜리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그 안에 진심이 절반 이상 된다.

 

  복학 전 마지막 여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급작스러운 감이 없지 않게 다녀왔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고, 의외의 여행지를 발견한 기분이라 여행이 끝난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블라디보스톡만 생각하면 무척 설레고 즐겁다.

 

  * 이 게시판에는 이어서 날짜별 여행기 정리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Copyright ⓒ 2016-2017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