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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3/31 단 돈 3유로에 앤트워프/안트베르펜(Antwerp/Antwerpen)으로!

by Heigraphy 201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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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31(토)

 

집에 수잔의 친구가 와서 하루 놀고 자고 간다고 했는데,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가족들끼리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바람에 못 온다고 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겨우 보는 친구라는데, 친구가 온다고 무척 기대하고 기다렸던 수잔은 이대로 무산된 하루를 그냥 보내기 아쉬웠는지 저번부터 한 번 가자고 했던 앤트워프(Antwerp) 얘기를 다시 꺼냈다.

 

틸버그에서 앤트워프까지는 왕복 단 돈 6유로에 다녀올 수 있다.

사실 전에도 한 번 시도했었는데 그날 "앤트워프 꼭 가자!"가 아니라, "아침에 앤트워프행 버스나 한 번 보자"라고 느슨하게 약속을 잡는 바람에 둘 다 아주 느긋하게 일어났고,

결국 오후 12시에 버스타고 가기가 너무 늦어서 나중에 좀 더 일찍 일어났을 때 가자며 약속을 미뤘더랬다.

 

그 앤트워프행을 다시 시도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똑같이 12시쯤 틸버그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

 

 

 

3유로짜리 버스 티켓.

이 티켓을 사면 1시간 동안 벨기에 버스를 마음껏 탈 수 있다.

버스에 타면서 기사님에게 돈을 주면 티켓을 준다.

우리가 탄 버스는 벨기에 버스이므로 OV Chipkaart로도 찍을 수 없다.

벨기에 교통카드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무조건 현금을 준비해야 함.

 

 

 

벨기에로 가는 버스 번호는 450번.

버스타고 가면서 수잔에게 너는 여기가 벨기에인지 네덜란드인지 구분할 수 있냐고 했더니, 아마 자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벨기에가 도로 사정이 더 별로라나..ㅋㅋㅋㅋ

 

 

 

거의 종점까지 가서 환승을 한 번 해야한다.

환승지점에서 앤트워프까지 가는 버스는 두어대 있으니 빨리 오는 것을 타면 된다.

우리는 타이밍이 약간 안 맞아서 꽤 한참을 기다렸다.

 

 

 

정류소에서 우리처럼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

 

 

 

한 20분쯤 기다렸더니 다음 버스가 왔고, 환승 대기시간까지 합쳐서 총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려 앤트워프에 도착했다.

버스는 앤트워프 중앙역 근처에 내려준다.

위 사진은 중앙역(기차역)사진. 알고는 있었지만 규모가 정말 엄청나다.

 

 

 

 

이후 시티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웬 거리의 악사들과 무희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다가왔다.

사진을 한 장 찍자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나도 춤추게 만듦;

좀 민망해서 수잔을 쳐다봤는데, 무희가 수잔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완강히 거절했다ㅋㅋㅋㅋ

나도 그랬어야 했는데...

벗어나려고 해도 자꾸 데리고 춤을 추려고 하길래 겨우겨우 뿌리쳤다.

 

 

 

드디어 앤트워프 시티센터로 와서 몇몇 가게에 들러 쇼핑을 하는데, 여기 또 다른 길거리 악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길거리에 덩그러니 놓인 오르간과 또 그걸 연주하는 사람이라니.

연주도 잘 하셔서 듣기 좋았다.

 

그나저나 앤트워프 시티센터는 꽤 컸다.

온갖 가게들이 다 모여있었고, 거의 쇼핑을 위한 거리였다.

요즘 느끼는 건데 이곳에서 '시티센터'라고 하면 보통 쇼핑하기 좋은 번화가를 가리키는 것 같다.

다른 더치 친구한테도 나 앤트워프 왔다고 했더니 바로 쇼핑하러 갔냐고 물었다.

네덜란드 친구들에게 앤트워프와 시티센터는 그런 이미지인가?

 

 

 

근데 쇼핑천국이 맞긴 하다.

온갖 가게들이 다 있고, 그래서 또 온갖 아이템이 다 있거든.

 

 

 

수잔이 신발을 사고 그 신발가게와 이어진 곳으로 들어왔는데 아마 복합상가 같은 곳인가 보다.

천장이 괜히 예쁘다.

 

 

 

배가 고파서 점심을 좀 먹어야겠는데 뭘 먹을까 하다가 와플을 골랐다.

사실상 간식에 가깝지만, 느즈막히 앤트워프에 도착한 우리가 밥까지 거하게 먹어버렸으면 아마 그동안 가게들은 문을 다 닫아버렸을 거다.

(유럽의 가게들은 보통 6시까지만 문을 연다)

저녁에 좀 더 제대로 된 식사를 먹기로 하고 일단은 와플 먹으면서 계속 앤트워프 거리 활보하기!

 

 

 

토요일 오후,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

 

 

 

쇼핑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성모마리아 성당(노트르담 성당, Antwerp Cathedral)을 갔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죽는 순간까지 보고싶어했던 루벤스의 작품이 걸려있는 곳.

'플란다스의 개'는 네덜란드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벨기에를 배경으로 한 동화였다.

플랑드르 지역의 동화라고 보면 되려나?

 

 

 

이곳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성당에는 입장료가 있었다.

6유로였나 9유로였나..?

아무튼 생각보다 꽤 비쌌다.

루벤스(Rubens)의 작품이 많아서 미술관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좀 편할 것 같다.

나는 입장료가 있는 줄 몰랐던 데다가, 같이 간 친구와 발을 맞추기 위해서 내부 구경은 패스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러 오겠지 뭐.

3유로면 오는데!

 

 

 

이 십자가 및 촛불과, 기념품샵에서 엽서 몇 장만 보고 나왔다.

 

 

 

그리고 결국 이 엽서를 샀다.

네로가 보고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 중 하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The Descent from the Cross)>, 1612

 

 

 

다시 밖으로 나와서 성모마리아 성당을 G5의 광각렌즈로 담아보았다.

생각보다 쓸 만한데?

 

 

 

분위기 좋은 골목에서 수잔의 아웃핏을 찍어주고 근처를 약간 어정쩡하게 서성이고 있는데,

갑자기 성당 앞에 이렇게 악단이 모여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곡도 좋고 연주도 우렁차서 보고 듣는 맛이 있었다.

의외의 기분전환을 한 느낌.

 

 

 

앤트워프 시청사(Antwerp City Hall).

보존 상태가 좋아서 그렇게 안 보이지만 무려 500년 가까이 된 건물이다.

건물 꼭대기 독수리 아래를 잘 보면 1564라고 적혀있는데 그게 바로 이 시청사가 지어진 년도이다.

건물 자체가 무척 기품있다.

'유럽'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의 건물이다.

앞뒤로 뭔가를 설치하고 공사하는 흔적만 좀 없었어도 조금 더 사진이 잘 나왔을 것 같다.

 

 

 

시청사 앞에 있는 '브라보 동상'

풀네임은 실비어스 브라보(Silvius Brabo)인 이 사람은 로마 병사였다.

스헬더(Scheldt)강을 건너고 싶었던 사람들에게서 돈을 요구한 안티곤(Antigon)이라는 폭군이 있었다.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거나 지불할 수 없을 때 손을 끊어 강물에 던졌는데, 이 때문에 브라보는 안티곤의 손을 잘라 그것을 강물에 던졌다.

위 동상은 바로 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앤트워프(Antwerp)라는 이름 또한 '손던지기'라는 뜻으로써, 브라보의 신화적인 이야기로부터 지어진 이름일 것이라고 한다.

 

 

 

시청과 그 광장에 있는 조형물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참 재미있다.

 

 

 

이날 앤트워프에는 비가 올 거라고 했는데, 바깥 구경을 다니는 동안에는 다행히도 날씨가 좋았다.

 

 

 

또 다시 실내 어딘가로 들어가서 귀여운 아이템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이 매트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가 내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ㅎㅎ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놀랍게도 집에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이래봬도 쇼핑하랴, 먹으랴, 구경하랴, 사진찍으랴 꽤 바삐 움직였다.

단순히 옆 '동네'가 아니라 옆 '나라'를 온 건데 별로 그런 실감이 잘 안 나서 편하게 돌아다녔다.

암만, 3유로면 네덜란드 내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싸니까.

 

 

 

버스를 타러 가기 전에 앤트워프 중앙역 실내를 들어와봤다.

밖에서 본 것만큼이나 실내도 예쁘고 웅장하다.

분명 옛날에 다 봤던 건데 왜 또 새롭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이곳에서 한 커플이 웨딩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예쁜 기차역이라면 웨딩촬영 할 맛 나겠다.

이 글은 못 보시겠지만 축하드립니다!

 

 

 

 

기차가 지나다니는 모습도 보고 싶어서 더 안쪽으로 들어와봤다.

옛날엔 저 기차를 타고 왔었는데.

나는 이제 버스로 오는 방법을 알았지롱.

 

 

 

 

안쪽에서 본 역도 예쁘다.

이곳이 앤트워프의 랜드마크 중 하나라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약 한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기차가 운행 중이다.

이 기차 중에 네덜란드 가는 기차도 몇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돌아갈 때 또 버스를 타기로 했지.

 

 

 

버스로 오가더라도 이 멋지고 아름답고 웅장한 중앙역은 꼭 한 번 들어와서 보시길.

 

 

이후 우리는 다시 2시간 반을 달려서 틸버그로 돌아왔다.

저녁은 집에서 먹자며 6시가 조금 넘자마자 바로 출발했는데

버스 기다리랴 뭐하랴 하다보니 9시가 다 돼서 집에 도착했다.

게다가 벨기에에서는 우박이 내렸다.

그냥 비도 아니고 우박이 웬말...

구경 다 끝나고 집에 갈 때 내려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앤트워프에서 계속 쇼핑을 했다고 했는데, 나는 이걸 구했다.

일명 '슈렉팩'으로 유명한 러쉬 마스크 오브 매그너민티!

한국에서 샀으면 3만원은 웃도는 돈을 줘야 했을텐데, 앤트워프에서는 단 돈 17.5유로(약 23,000원)였다.

이거 꼭 써보고 싶었는데, 유럽 가면 꼭 사야지 하던 걸 드디어 살 수 있었다.

나이스!

 

한국 친구한테 앤트워프 가서 신나게 쇼핑하다 왔다고 했더니

그것도 부럽다면서 무슨 "쇼핑하러 옆나라 가자!"하고 가냔다.

듣고보니 그도 그렇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놀라운 건 앤트워프 가는게 암스테르담 가는 것보다 싸다는 거다.

허허

 

돌아와서는 치킨을 구워서 랩에 싸먹었다.

와플 하나 먹고 돌아다니려니 배고파서 혼났는데, 수잔 덕분에 간단하고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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