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4/3 BRBR하고 울었다

by Heigraphy 2018. 4. 11.
반응형

180403(화)

 

오늘은 자매들을 안 만큼이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이번 워홀 말고 내가 맨 처음 네덜란드를 왔을 때 만나서, 울고 웃었던 여러가지 추억도 많고, 도움도 많이 받아서 참 고마운 친구.

이전에 네덜란드살이를 한 적이 있다고 해도 이곳에서 볼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이곳에 워홀을 올 생각을 굳이 안 했을 것 같은데,

적어도 한 명은 있어서 왔다.

그 한 명이 바로 오늘 만나는 친구다.

(물론 이 친구 말고도 나는 이곳에 참 소중한 친구들이 많다.

그건 특히 네덜란드 와서 더더욱 깨닫는 중이라, 나의 이 마음을 어찌 다 전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에 지난 주에 예약해놨던 GGD에 다시 방문해서 결핵검사(TB test)를 받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45유로를 내야한다고 해서 좀 벙쪘다.

이거 비자 때문에 해야하는 거라 무료라고 알고 있고, 간혹 운이 나쁘면 어떤 GGD에서는 돈을 내야한다고 한다는데

'설마 틸버그 GGD가 그러겠어'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네덜란드에 와서 쓴 돈 중에 가장 아까운 45유로였다.

 

틸버그 GGD 후기는 아래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워홀정보 :: 틸버그(Tilburg) GGD에서 결핵검사 받기

 

 

집에 돌아오니 수잔이 피를 뽑았냐고 물었다.

엑스레이만 찍었다고 하니 자기는 한국에 갔다 왔을 때 피를 뽑았다면서 너무 무서웠다고 한다.

그리고 약속시간 전까지 시간이 좀 있으면 게임을 하자고 하면서 루미큐브를 꺼냈다.

나 이거 소싯적에 진짜 잘 했었는데 룰도 까먹을 만큼 오랫동안 안 하다보니 감을 다 잃었다.

두 판을 했는데 두 판 다 내리 졌다.

아깝다 흑흑

근데 너무 재밌어서 나도 사고싶다.

 

 

 

기차타러 틸버그역까지 갔는데 카메라를 안 들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만큼은 애지중지 아껴뒀던 A7R2를 들고와도 좋았을 텐데 A7R2는 고사하고 A57은커녕 아예 빈손으로 나오다니...

오늘 만나는 친구는 아인트호벤(Eindhoven)에 사는 친구다.

그래서 인터시티를 타고 아인트호벤까지 간다.

 

 

 

틸버그에서 아인트호벤까지는 참 가깝다.

단 돈(?) 7.3유로에 약 20분 정도면 간다.

20분 타는데 돈 만 원, 평소같으면 좀 아까웠겠지만 이 친구를 보러 가는 거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인트호벤에 내렸더니 이런 문구가 떡하니 걸려있었다.

'kunst' 하나만 알아보고 하나도 모르겠어서 구글번역기에 넣어봤더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왔다.

 

Convention, a kind of memory, is the biggest impediment to enjoying life and art.

(기억의 일종인 관습은 삶과 예술을 즐기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PIET MONDRIAAN

 

음, 일리있는 말이다.

왜 이걸 번역까지 하고 있었냐면, 사실 아직 친구 만날 시간이 안 됐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아인트호벤에서 미팅이 있어서 끝나고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내가 그 미팅이 끝나기로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가서 시간이 좀 남았었다.

겸사겸사 혼자 아인트호벤 구경도 좀 하고 싶었고.

 

 

 

아인트호벤 역에도 자전거가 참 많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네덜란드에는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다는게 사실인 것 같다.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을 보니 옛날에 이곳을 왔었던 게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것 같다.

여기서 뭘 한 건 아니지만 이 건물이 기억이 나.

 

 

 

멀리 가기는 좀 그렇고 역 근처를 조금 걸어다녀봤는데 오늘 마침 장이 서는 날인가보다.

길거리에서 잡화부터 치즈까지 참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내 눈에 띈 것은 바로 이 스트룹와플(Stroopwafels)!

옛날에 장 서면 갓 만들어서 따끈따끈한 스트룹와플 하나 꼭 입에 물고 시장 구경을 하곤 했는데, 그게 그렇게 꿀맛이었다.

 

 

 

여기서는 갓 만든 건 아니지만 보온을 잘 해놔서 따뜻한 스트룹와플을 먹을 수 있었다.

 

 

 

과일가게도 둘러보고~

와플 먹으면서 사진도 찍어가면서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전화가 와서 사실 조금 당황했다.

나 아직 와플 먹는 중인데;

결국 우물우물 거리면서 민망하게 전화를 받았다ㅠㅠ

 

미팅이 벌써 끝나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단다.

아직 아인트호벤 역에서 별로 멀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시 역 근처로 가서 최대한 빨리 와플을 끝내버리고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순간!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등장했다.

반갑다야ㅠㅠㅠㅠㅠㅠ

3년 반 만이네 그치?

근데도 어제 본 것 같고 그렇다.

오늘 만난 친구의 이름은 브람이다.

 

 

 

브람이 아인트호벤을 구경시켜준다고 했는데, 어디를 가나 했더니 여기를 왔다.

바로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PSV 구장!

브람은 축구를 참 좋아하는데, 거의 아인트호벤에서 나고 자라서 PSV의 짱팬이다(라고 추측해본다).

이곳에서 박지성 선수가 활약한 걸 알고, 그가 한국인인 걸 알아서 내가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데려왔다.

나는 축구는 잘 모르지만 네덜란드에 위풍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와 한국어를 보니 좋기는 하다.

여기 옛날에는 자매들이랑 왔었는데ㅎㅎ

 

이 앞을 지날 때 너의 인스타그램을 위해 사진 하나 찍어주겠다고 하길래 흔쾌히 찍혔다.

나를 참 잘 알아 친구. 하하

 

 

 

다음으로 데려온 곳은 어메이징 오리엔탈(Amazing Oriental)이라는 아시안마켓이었다.

여기도 사실 옛날에 자매들이랑 왔던 곳이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자기네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고 한국 식료품들이 많다고 내가 좋아할 거라고 얘기해주고 그랬는데,

이번에 친히 이곳으로 날 데려와줬다.

나는 비록 네덜란드에 온 지 3주가 채 안 돼서 아직 한국 음식이 그리 그립지는 않지만..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를 샀다.

떡볶이 소스랑, 비빔면이랑 등등.

소주도 있나 물어봤지만 하필 품절이라 없었다.

그냥 소주보다도 자몽에이슬 같은 다양한 향의 소주가 혹시나 들어와있는지가 내심 궁금했는데, 품절이라 확인은 못했지만 왠지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도대체 김치핫소스가 뭘까?

아마 이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나를 이 코너로 데려왔는데

나는 이런 걸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도대체 김치핫소스가 뭐냐며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도를 아시는 분은 댓글 좀)

 

 

아시안마켓 장보기가 끝나고 이제 뭘 할까 했는데, 브람이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집가는 길에 장 봐서 팬케익을 만들어 먹는 거 어떠냐고.

사실 나를 만났을 때부터 브람은 배가 고파 보였다.

그래서 뭐라도 먹자고 할까 했는데 집에 초대해준다니, 나야 영광이지!

리들과 알버트하인에 들러서 장을 본 후에 브람네 집으로 고고!

 

 

집에 가서는 내게 자기가 찍은 사진 등을 편히 보라고 띄워주곤 자기는 계속 요리를 하면서 왔다갔다 했다.

브람네 집이 크지는 않아서, 나는 사진보고 브람은 요리하면서도 얘기가 잘 오갈 수 있어서 편하고 좋았다.

 

 

 

그러다 나도 일어나서 요리를 조금 도와줬는데, 사실 브솊이 시키는 대로 팬케익의 속재료를 휘젓는게 다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는 전자후추통(?) 같은 것도 써볼 수 있게 하는 영광을 나에게 줬는데, 너무나 센세이션해서 마음에 쏙 들었다.

후추통이 이렇게 fancy하기 있음?ㅋㅋㅋㅋ

 

중간에 내가 네 소식 궁금해하는 한국인 친구들한테 사진 하나 보내주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엄청 한국인스러운 포즈들을 취해줬다ㅋㅋㅋㅋㅋㅋㅋㅋ

초상권이 있으니 여기에 올리진 않겠지만, 여전하구나 너란 친구 정말ㅋㅋㅋㅋ

 

 

 

점점 완성되어가는 브솊표 팬케익.

사진은 없지만 (내가 마늘을 좋아한다는 말에) 마늘까지 듬뿍 넣은 브솊표 특제 소스까지 만들고 난 후에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

 

 

 

알차고 맛난 브솊표 팬케익!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브람이 만든 팬케익은 전형적인 더치 팬케익이랑은 좀 다르다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브솊표 팬케익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요리까지 잘하는 너란 브람.

평소에도 이것저것 넣어보면서 요리하는 걸 즐긴단다.

가끔 망칠 때가 있어서 혼자 있을 때 특히 실험적인 요리들을 많이 해본다고ㅋㅋㅋ

 

팬케익 먹으면서 동남아 여행 갔다온 얘기도 듣고,

브람네 집에 앞으로의 계획 같은게 쭉 써있길래 뭐 그런 얘기도 듣고,

나도 네덜란드 왜, 어떻게 다시 왔는지 뭐 그런 얘기들을 했다.

비록 내 영어가 짧아도 편한 사람이랑 있으면 편하다.

 

또, 브람은 몇 가지 한국어를 기억하고 있었고, 나한테도 기억나는 네덜란드어 있냐고 물어봤는데

일단 브람은 하고 많은 한국어 중에서 ㅅㅂ를 기억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그걸 왜 기억하고 있냐고 했더니 '쌈바'랑 발음이 비슷해서 그냥 기억하고 있단다.

한 번도 써본 적은 없단다. (당연히 그렇겠지..)

나는 매우 기본적인 더치어 몇 가지만 얘기했는데

"Jij bent heel knap" 이런거 해줬어야 했는데 이땐 생각이 안 나서 나중에 아쉬웠다. 허허

 

 

 

오른쪽 오렌지 주스도 사연이 있다.

브람이 팬케익 재료를 사는 동안 나는 마실거라도 사려고 마트를 둘러보다 오렌지주스를 집어들었는데,

"더 작은거 사는게 낫지 않아?"라고 묻길래

"나 이거 팬케익 먹으면서 마시려고(=너랑 같이 나눠마시려고) 사는 건데?"라고 했는데,

막상 팬케익 먹을 때가 되니 브람은 주스엔 손도 안 댔다.

그러다 불현듯 머리에 스친 생각:

'아 얘네들은 음식이든 음료든 주문하고 산 순간부터 '공유'가 아니라 '내 거'지'

(ex. 해피이탈리 1인1피자)

즉, 브람은 이걸 같이 마시는게 아니라 내 거라고 생각한 거다.

그리고 당연히 팬케익 먹으며 이 큰 주스를 혼자 다 못 끝낸 나에게 집에 갈 때 친히 주스를 다시 챙겨주기까지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또한 컬쳐쇼크일세...

네덜란드에서 더 이상의 컬쳐쇼크는 없는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

 

 

 

방금 먹은 팬케익을 조금 다르게 해서 이번에는 디저트도 만들어줬다.

우유를 더 넣어 부드럽게 만든 팬케익에 바나나를 얹고 누텔라를 발랐는데, 이게 맛이 없을 수가 없지ㅠㅠ

 

디저트 먹으면서는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청 유명한 네덜란드 노래라면서 불러줬는데 처음 들어본 노래였던게 좀 미안했다.

다재다능한 끼와 쏘스윗함은 여전한 친구다.

 

디저트를 다 먹고나니 브람의 여자친구가 왔다.

아마 내가 자기 여자친구를 소개해주는 첫 친구라고 했던 것 같다.

그거 참 큰 영광일세..!

여자친구도 브솊표 팬케익 하나 먹으면서 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한 3-4년 전에 여기 공부하러 왔다가 브람을 알게 됐으며, 지금은 워킹홀리데이로 네덜란드에 다시 왔다는 얘기를 했다.

나도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좀 궁금했는데 왠지 실례일까봐 못 물어봤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에 대해 그나마 조금 더 잘 아는(ㅋㅋㅋㅋ) 브람이 여자친구에게 내 대신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줬다.

새해가 되면 모두가 나이를 1살씩 더 먹는다는 한국의 나이 계산법에, 내가 본 비한국인(non Korean)은 100이면 100 다 이상하다고 했는데 그 100에 오늘부로 그녀도 포함이다.

한국식으로 나이를 세는 이유에 대해 브람은 또 열심히 설명한다ㅋㅋㅋ

참 재미있는 광경이야.

 

또 하나 고마웠던 건, 둘은 충분히 더치어로 얘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있다고 계속 영어로 얘기를 했다는 것.

가끔 더치어를 써야만 할 때는 나한테 양해를 구하기까지 했다.

어우 내가 둘에게 영어로 말해주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지...

한국에서는 친구 커플 사이에 혼자 껴서 노는게 상상만으로도 불편해서 참 별로인데, 이날은 참 즐거웠다.

물론 눈치껏 빠질 타이밍을 계속 보고있기도 했다.

그렇게 너무 늦지 않게 집을 나왔다.

 

 

 

..는 기차 타러 가기 전에 아인트호벤 전경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옥상으로 올라왔다.

 

 

 

저 멀리 흰색 돔이 아까 보고왔던 PSV 구장이다.

 

 

 

그 외에도 이건 저거, 저건 이거 많이 알려줬는데 미안하게도 그새 까먹었다(...)

그나저나 참 좋은 뷰다.

내가 이런곳에 살았으면 #투데이틸버그 를 잇는 #투데이아인트호벤 을 찍었을텐데ㅎㅎ

친절한 브람과 여자친구는 나를 기차역으로 데려다주기까지 했다.

둘도 피곤할텐데 나 때문에 많이 걷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ㅜ^ㅜ

덕분에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다음엔 내가 그보다 더 대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말하지만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야.

살면서 꼭 다 갚을 수 있으면 좋겠어.

 

 

내가 워홀을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일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친구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고 오니 여운이 참 진했다.

자매들에게 이 여운을 얘기했더니 나보고 브람브람하고 운다고 했는데 그 표현이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어서 일기 제목이 저렇게 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내가 여기 지낼 날이 좀 더 있으니 아마 볼 날이 자주 있으리라(부디 그러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주 완벽했던 하루-

 

 

Copyright ⓒ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