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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4/5-4/6 간만에 찾아온 휴일&수잔과 마지막 식사

by Heigraphy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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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5(목)

 

요며칠 쉼없이 밖으로 쏘다녀서 이날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절대 집에 가만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이틀을 나가면 하루는 쉬어줘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루 쉬어주기로 했다ㅎㅎ

 

 

 

집에서 쉬는 날 하는 일은?

끼니 챙겨먹기지 뭐ㅎㅎ

집에서 요리하는 거 진짜 오랜만인 것 같다.

 

오늘도 가장 만만한 토마토파스타를 만들었다.

사실 이제 곧 이사를 할 지도 모를 마당에 새로운 뭔가를 해먹기는 그렇고,

그냥 내가 가진 재료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바로 파스타였다.

 

사실 이거 만들기 전에 수잔이 저녁에 치킨과 감자를 구워서 먹자고 했는데,

내가 점심에 파스타를 먹겠다고 하니까 수잔 입장에서는 하루에 한 번 정도 먹는 big meal을 지금 먹는다고 생각했는지

그럼 이따가 저녁에 치킨 안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아니 나 둘 다 먹을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은 (내 기준) 하루에 간식(빵, 크래커 등) 두 번, 식사 한 번을 먹는다.

하지만 나는... 세 끼를 다 식사를 해야하는 사람이지...

아니면 적어도 두 끼는 먹어야 해.

한국인은 밥심이라 간식으로는 배가 차지 않는다구ㅜㅜ

그래서 나 지금 파스타 먹고 이따 저녁에 치킨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내 대답을 들은 수잔은 알겠다며 폴댄스를 갔다가 알버트하인에 들러서 장을 보고 오겠다며 나갔다.

 

 

 

폴댄스를 마치고 온 수잔이 너무 배고프다며 오자마자 요리를 시작해서 위와 같은 것을 만들어줬다.

감자와 치킨버거를 굽고, 브로콜리랑 콜리플라워를 삶았을 뿐인데 아주 괜찮은 한 끼 식사가 됐다.

타지에 나와서 사니 확실히 매일매일 식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가 확실히 고민이다.

과연 내 요리도 점점 나아질까?

 

 

 

180406(금)

 

오늘도 쉬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수잔이 새벽같이 일을 나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혼자 있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뒤척이다가 오늘도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들로 아점을 만들었다.

 

 

 

오늘은 특별히 브람에게서 받아온 고추로 요리를 해본다.

며칠 전에 어메이징 오리엔탈에서 산 고추를 자기는 더 이상 안 먹는다며 나를 줬었다.

매운거 좋아하지만 몸이 잘 안 받아서 먹으면 잠을 잘 못 잔다나...

덕분에 얼떨결에 나는 매운 고추 득템😂

 

 

 

남는 재료 털어 만드는 건데 사실 파스타 소스도 많이 없고,

있는건 간장과 오일뿐이라 간장오일파스타를 만들건데

간장+고추의 조합이라면 맛이 꽤 보장될 것 같아서 넣어보았다.

결과는? 생각보다 대성공!

 

 

 

고추가 생각보다 매웠다.

내입맛에도 매운데 브람은 어땠을지 허허.

아무튼 덕분에 잘 먹었다 고맙다 친구야😊

 

 

이날은 하루종일 사진 정리하고 블로그 쓰고 그랬다.

집순이 하는 날은 사실 다 하루 종일 블로그 쓰는 날이다.

이번 이곳 생활만큼은 최대한 많은 기록들을 남기리.

 

 

 

저녁이 되어서 수잔이 퇴근할 시간이 됐다.

오늘 저녁은 감자튀김(fries)과 크로켓(Croquette)를 먹기로 해서 집 앞에 있는 감튀가게로 시간 맞춰 나갔다.

이 집에 처음 온 날도 이 감자튀김과 크로켓을 먹었는데, (이 집에서 수잔과 먹는) 마지막 식사도 이렇게 먹게 되었다.

그래서 나한테는 뭔가 의미가 깊다.

 

 

 

사실 튀김에는 맥주 아니겠습니까...

감튀와의 조합이라면 특히 최고죠...

그저께, 그러니까 방을 결정하고 와서 축하를 해준 뒤로 나에게 매일 "맥주 마실래?"하고 물어봐주는 수잔이었다.

응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은 저녁 먹고 맥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각자 자기 가족이랑 형제 얘기도 하고, 수잔이 받고 싶다는 타투 얘기도 하고.

이 친구는 5월에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데 여행을 가는 김에 한국에서  타투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타투샵과 컨택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랬다.

근데 이 타투샵들이 다 인스타그램 계정만 있고 홈페이지가 없는데, 혹시 한국에서 타투가 불법이냐고 물어봤다.

음? 내 지인중에서만 해도 이미 타투 받은 사람들이 꽤 많은데?

범위를 더 넓히면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진-짜 많은데?

그런 사람들 막 방송에 나오는데?

그래서 당당히 아니라고 했다.

 

근데 웬걸..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나라에서 타투를 시술하는 건 불법이라고 한다.

왜냐면 이게 무슨 예술행위 같은게 아니라 의료행위로 분류돼서.. 불법 의료 시술 정도로 치부하나보다.

전세계에 타투를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타투 시술은 불법인데 몸에 타투를 새기고 있는 건 불법이 아니라는 건 좀 웃기지 않나?

내 주변을 둘러보면 한 네 명 중 한 명은 크고 작은 타투 하나쯤은 새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하니 나도 당당하게 수잔에게 "한국에서 타투는 불법이 아니야!"라고 했던 거고.

차라리 의료행위가 아닌 다른 전문 영역으로 인정한 후에 적절한 자격증을 발급하고 타투샵 및 타투이스트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하는게 더 맞는거 아닌가 싶다.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것들을 이렇게 다른 나라 친구를 통해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발견하는 특이점 혹은 차이점.

그걸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영역이 하나 더 생기고 시야가 조금 더 트이는 기분이다.

이 친구들도 나를 통해 그렇게 자기가 사는 나라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는게 있을까?

서로가 이런 긍정적인 영향을 계속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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