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4/7 잠시만 안녕! 이사 전 마지막 틸버그 나들이

by Heigraphy 2018. 4. 14.
반응형

180407(토)

 

내일이면 알크마르로 이사를 간다.

그래서 잠시만 틸버그와 안녕이다.

예전 생활까지 합치면 이곳에서 6개월이 넘게 살았는데, 사실 나는 틸버그에 미련이 없다.

아니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다시 돌아왔을 때는, 동네는 그대로인데 예전 내 생활이 남아있는게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쓸쓸했다.

버브, 플랫 친구들, 폰티스 친구들 등등.

그래서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근데 막상 떠날 날이 다가오니 엄청 아쉽다.

수잔과 함께했던 2주도 벌써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았고,

내 친구들도 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산다.

틸버그는 물론 아인트호벤, 도르트레흐트, 로테르담 등등.

내가 갈 알크마르는.. 암스테르담을 빼면 사실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별로 가까운게 없다.

 

그래도 결정했으니 가야지 어쩌겠어!

 

 

 

수잔은 점심 때쯤 암스테르담에 드래그퀸(drag queen) 쇼를 보러 갔다.

전에는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수잔이랑 지내면서 이것저것 몰랐던 세상들을 많이 알아가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하다던 노래도 나는 잘 모를 때가 많았고, 심지어 한국 아이돌 얘기를 해도 나보다 수잔이 더 잘 알았다.

그럴 때마다 수잔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한국만 빼고 유명한가봐"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만 빼고 모두에게 유명한 걸 거다.

아무튼 점심으로 또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오늘은 이사 전 마지막으로 틸버그 시티센터를 나가보기로 한다.

 

 

 

 

다행히도 날씨가 무척 좋았다.

센터에서 뭘 할 건 아니고 그냥 걸어다닐 건데, 그러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주말이라 확실히 시티센터는 매우 붐볐다.

그 와중에 길거리에서 색소폰으로 버스킹을 하는 아저씨 한 분.

 

이날은 처음으로 A7R2를 들고 나왔다.

필터 구하기 전까지 좀 아껴둘 생각이었는데, 필터 구하기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아끼다 뭐 될 거 같아서 그냥 들고 나와보기로 했다.

허허

 

 

 

걸어다니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시티센터 어딘가에 있는 헤마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로 한다.

여전히 더치어는 잘 읽을 줄 모르고 나는 번역기에 아주 많이 의존하지만,

헤마에서 1유로짜리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건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무작정 들어왔다.

 

 

 

꿀맛!

위에 토핑 같은 것도 뿌릴 수 있는데 나는 그냥 이게 제일 맛있더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파테 영화관 근처에 있는 분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날은 주말에다가 날씨가 좋아서 동네 사람들이 다들 야외로 나온 듯했다.

그냥 시티센터에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야외에 앉을 수 있는 자리에는 전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카페나 술집 야외테라스는 물론이고, 이런 분수 주변 벤치도.

 

 

 

한 어린아이가 분수에서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아주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는 아이를 전혀 제지하지 않고 마음껏 놀게 두는 분위기다.

이곳에서 며칠 지내며 또 느낀 건데, 이곳 부모들은 아이가 길거리에 앉든, 뒹굴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아이를 케어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같으면 "에이 지지!"하고 주의를 주고 바로 아이를 제지할텐데, 여기서는 그런 걸 전혀 못 봤다.

한두번이 아니라 보는 아이들과 부모마다 그래서 이것도 뭔가 문화차이인가 싶더라.

 

 

 

 

 

그나저나 이 아이가 너무 해맑고 즐겁게 놀고 있어서 보는 나까지 다 흐뭇해졌다.

작은 분수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하다니.

A7R2를 들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물을 맞으며 놀았다.

보기만 해도 평화롭다.

 

 

이날은 한국에서 다이노티 생일공연이 있는 날이었고, 힙플페가 있는 날이었다.

언니들이 한앤둘에서 뒤풀이 할 때 영상통화를 걸겠다고 했는데, 시티센터를 돌아다니다가 전화를 받았다.

원래는 나도 맥주 한 잔 하면서 같이 원격으로 짠하기로 했는데...

이 동네 술집에 자리가 없어서 들어가기가 너무 애매했다.

그나저나 나도 저 자리에 너무 끼고 싶었다ㅠㅠ

내사람들 다 모인 자리인데 왜 나만 못가...

다들 이렇게나마 얼굴 보고 목소리 들으니 좋았다.

 

 

 

 

한국은 벚꽃이 한창 피다가 이제 질 때일텐데, 여기도 벚꽃이 피긴 피었다.

네덜란드에서 벚꽃이라니, 어떤 가게 앞에 딱 두 그루 있었던 벚꽃나무였는데 여기도 벚꽃 만개한 척 찍어봤다.

대학교 1학년 이후로 꽃놀이랄 것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내년엔 나도 한국에서 꼭 꽃놀이 할래.

 

이사 전 마지막 나들이지만 오래 돌아다니지는 않고 일찍 집에 들어갔다.

짐도 챙겨야 했고, 저녁도 먹어야 했고.. 허허

저녁을 먹고 알버트하인이 닫기 전에 공병을 반납하려고 갔는데, 내가 가진 병들은 반납이 안 되는 병이었다.

옛날엔 물병도 됐던 것 같은데... 물병도 물병 나름인가보다.

반납이 되는 병들은 영수증에 +10센트가 찍히는데, 영수증이 없어서 확인을 못하다보니 무작정 들고 갔다가 다시 그대로 들고 돌아왔다.

 

수잔은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네덜란드 기차가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운행을 하는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다닐 만하네 허허.

나도 늦게까지 안 자고 있어서 수잔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잘 수 있었다.

드래그퀸 쇼는 매우 좋았다고 한다.

어느덧 수잔네 집에서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내일이면 벌써 헤어질 때네.

틸버그도 나중에 다시 놀러올 때까지 잠시만 안녕!

 

 

Copyright ⓒ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