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4/27 남북정상회담&킹스데이(Koningsdag)

by Heigraphy 2018. 5. 22.
반응형

180427(금)

 

한국에서나 네덜란드에서나 중요한 날이 겹쳤다.

덕분에 내 하루는 참 길었다.

일단 한국 시간으로 4월 27일 오전 9시부터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길래

나는 네덜란드 시간으로 밤 12시 반 정도부터 유투브로 라이브 방송을 봤다.

이렇게 먼 타지에서도 바로바로 한국 소식 받아볼 수 있고, 세상 참 좋아졌다.

 

 

 

사실 소리만 BGM처럼 틀어놓고 다른 작업을 좀 하려고 했는데, 막상 켜고보니 이거 보느라 다른 것을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내가 그래서인지 이날 채팅창에 외국에서 늦은 시간이 잠 안 자고 보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괜히 반갑기도 하고 그렇더라.

멀리서도 시간을 불문하고 한국 소식 챙겨보는 재외국민 여러분들 파이팅!

 

 

 

문 대통령이 가장 부러웠던 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죽기 전에 평양에서 평양냉면 먹어볼 수 있나요...

새삼 다시 또 생각해보지만 인생은 문 대통령이나 백지영 씨처럼 살아야 한다.

 

그나저나 이날 남북회담 분위기가 정말 평화로워서 다행이다.

예상치 못한(?) 훈훈한 분위기도 보이고.

안 잔 보람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거의 새벽 4시 정도까지 안 자고 방송을 보다가 졸음에 못 이겨 결국 잤다.

4시에 잔 거 치고는 일찍 일어났는데, 일어나고도 계속 정상회담이 진행중이길래 결국 오후가 되도록 아무것도 못 하고 방송을 계속 봤다.

여기도 오늘 킹스데이(Koningsdag, Kingsday)인데!

 

 

 

그리고 폴란드에서 은진언니가 오는 날이기도 하다.

일단 방청소를 싹 하고 언니의 이부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서 야무지게 세팅해놓았다.

 

 

 

아점으로는 뭘 먹을까 하다가 이른바 국뽕이 너무 차서 김치라면을 끓여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한 달 반만에 느껴보는 김치의 향~

 

오후가 되어서야 드디어 나갈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서봤다.

네덜란드에서 킹스데이를 즐기기는 처음이다.

알크마르에도 페스티벌이 있다길래 과연 어떤 모양새일지 기대하며 나가봤다.

 

 

 

...는 흡사 대형 야외 오렌지 클럽을 온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내가 그동안 이동네 젊은이들을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여기 있는 젊은이들 다 어디서 나타난 거...?

 

 

 

길거리엔 온통 주황색 아이템을 착용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나도 맥주 한 잔 하고싶었는데 뭔가 혼자 마시기 뻘쭘해서 패스패스.

 

 

 

PUT YOUR HANDS UP!

 

 

 

EDM 강국답게 아주 신나는 음악이 쿵짝쿵짝 나오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무대를 오랜만에 보긴 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해봤는데 이곳에서도 공연 중.

이 길목 지날 때 정말 힘들었다.

카메라 들고 무대 좀 찍으려고 하는데 자꾸 사람들이 끼어들고.......

아니 나 당신들 안 찍고 싶다고요....ㅠㅡㅠ

 

 

 

나한테 더치어로 말 거는 사람도 많았는데, 내가 더치어 못 한다고 하니까

너 투어리스트냐며, 아주 좋은 시기에 네덜란드에 왔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꽤 있었다.

한 번 보고 말 사람한테 구구절절 내 상황 설명하기 귀찮고 힘드니까 그냥 이날 하루는 투어리스트라고 하고 다녔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디제잉 중.

근데 너무 북적거려서 뭐 제대로 즐길 수나 있나 모르겠다.

 

여기서도 내가 카메라 들고 사진 찍으려니 누가 갑자기 나보고 셀피 찍자고 해서 찍었는데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몰랐다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남자애 하나가 눈 째지는 시늉하며 사진을 찍어놨다.

미친거니?ㅋㅋㅋㅋ

이런 레이시스트가..ㅡㅡ

어쩐지 옆에 있던 여자애가 네가 사진을 다 망쳤다고 남자애 구박하고 나한테 대신 사과하고 그랬는데 정작 나는 당시에 어리둥절했다.

킹스데이를 전후로 이런 인종차별적 언행들을 많이 겪기도 한다는데 동네 나간지 한 시간만에 바로 겪었다.

참나 하하ㅏ하

 

이젠 이 인파 속에 속하지 않고 좀 멀찍이서 떨어져서 지켜보기로 했다.

 

 

 

 

멀리서 보니 훨씬 낫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다.

아니 근데 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인데 왜 자기네가 오렌지 클럽을 즐기는 지 좀 궁금+의문.....

 

 

 

나는 다행히도(?) 카메라 넥스트랩이 주황색이라 신나게 메고 다녔다.

 

 

 

중간에 디제이가 한 번 바뀌고 부스 앞으로 사람들도 초대해서 흥 돋구는 자리도 만들더라.

알크마르의 킹스데이는 뭔가 사람만 엄청 북적이고 생각하는 것처럼 재밌지가 않아서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보기로 했다.

 

 

 

..는 그 전에 허기 좀 달래러 감자튀김 한 봉지 먹고..

감자는 많이 못 먹겠어서 늘 제일 작은 사이즈를 시키는데, 이것도 늘 버겁다.

 

 

 

약 40분 정도가 걸려 도착한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 중앙역 참 자주 오는 것 같다.

 

 

 

여기는 주황색 아이템을 "눈에 띄게" 착용한 사람들이 더 많다.

옷이 없으면 띠라도 둘러서 주황색을 만드는 이 사람들의 열정...

 

 

 

길거리의 바들도 전부 주황색으로 도배 도배!

그리고 길거리에서 막 바 단위로 공연을 한다.

이거 참 신선한 광경일세~

 

 

 

입지가 좋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굳이 사람들 틈에 끼지 않고도 집에서 창문만 열고 이 모든 광경을 즐긴다.

부럽다.......

 

 

 

하우스메이트들이 킹스데이에 암스테르담에 나가면 사람이 너무 북적여서 거의 타의로 걷게 될 거라고 그랬는데,

오히려 차도를 전부 봉쇄해놓고 인도로 쓰니까 길이 훨씬 넓고 좋았다.

알크마르가 훨~~~~~씬 (기분나쁘게) 붐볐음.

(쪼만한 동양인 여자애가 힘겹게 지나가는게 그들 눈에는 좀 우스워 보였던 모양)

 

 

 

매장 밖에서 각종 오렌지 아이템을 팔기도 하고

 

 

 

오렌지색 모자를 맞춘 사람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저들은 너무 귀여워보여서 찍지 않을 수 없었음...

 

 

 

담 광장(Dam Square)에서 무슨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들이 또 굳이 내 렌즈 안으로 손을 뻗어 나오더니 자기들을 한 장 찍어달란다.

알크마르에서 만난 몇 무례한 사람들 보다는 훨~~~~~씬 착해보이는 친구들이었다.

그나저나 이날 카메라만 들면 자기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들 정-말 많았음.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찍히기만 하면 되나...?

나도 몰라 저들이 찍어달라고 했으니 찍었고, 그냥 올린다..ㅋㅋㅋㅋ

 

 

 

킹스데이엔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했는데, 여기서 드디어 봤다.

아마 내가 남북정상회담 보느라 늦게 나온 탓에 알크마르에서는 못 본 것도 있을 거다.

암스테르담도 이미 정리하고 들어갔으려나 싶었는데, 이제 슬슬 정리를 하던 참이었다.

 

 

 

 

또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건 또 뭐...

ㅋㅋㅋㅋㅋㅋㅋㅋ

트럼프 가면 쓴 사람한테 계란 던지기 하고 있었음...

계란은 무려 하나에 1유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이 남자였는데, 던지는 힘에 자비 없음ㅠ

이쯤되면 트럼프인 척하기 극한 직업...

그러게 평소에 좀 잘 하지 그러셨어요...

 

 

 

암스테르담도 한복판에서 디제잉 중~

여기는 오렌지 느낌은 좀 적다.

 

 

 

골목길로 들어갔다가 알크마르에서처럼 이상한 사람 마주치고 기분만 나빠질까봐 계속 대로로만 다녔는데

이 대로에도 사람이 거의 가득 찼다.

나는 사실 다른 목적지가 있어서 계속 걷고 걸었다.

(원래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닌데 이날 킹스데이라고 트램이랑 버스 운행을 안 하는 건지, 다른 루트로 돌려서 운행하는 건지 교통수단을 볼 수가 없어서 그냥 거리 구경이나 할 겸 걸었다. 거의 5km를 걸은 것 같다.)

 

 

 

암스테르담 전역의 대중교통을 막아놨나 싶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계속 가다보니 같은 암스테르담이지만 슬슬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곳에선 대중교통도 여전히 잘 다닌다.

킹스데이라고 모든 지역이 다 미쳐있는 건 아니구나.

 

 

 

한 시간 반? 두 시간? 정도를 걷다가 너무 힘들어서 벤치에 잠깐 앉았다.

이날 정말...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동안 나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남의 나라 왕 생일에 우리나라 국기 달린 양말 신고 거리 배회하기 하하.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본 튤립.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Rondje Sloterplas라는 호수다.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왔냐하면, 여기서 불꽃놀이를 한다는 소식을 접수했기 때문이지!

호수에 도착해서도 한 30분 정도는 더 배회하고 기다렸던 것 같다.

일단 해도 좀 더 져야하고...

 

그나저나 불꽃놀이 촬영에는 삼각대랑 릴리즈 등이 필수인데

참고로 난 장비 1도 없어서 안 가져감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마인드가 쓸데없이 너무 강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이날 처음 찍어본 불꽃놀이 사진은 죄다 망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들은 아래에~

 

 

 

 

 

 

(요 마지막 사진 하나 그나마 건졌다고 생각함ㅋㅋㅋㅋ)

 

50mm 단렌즈 하나 들고갔더니 일단 화각부터 너무 아쉬웠다.

세팅값은 그 자리에서 10분 전에 호로록 찾아보고 적용했는데

그러니 좋은 사진이 나올 리가ㅋㅋㅋㅋㅋ

불꽃놀이는 20분간 지속됐는데, 진심으로 어버버 하다보니 불꽃놀이 끝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불꽃놀이 촬영은 쉽지 않다는 것도 제대로 느끼고^^

(이 뒤로 바로 삼각대 산 건 안 비밀^^)

 

 

이 뒤로 암스테르담 슬로터데이크 역으로 이동해서 은진언니를 만났다.

내가 먼저 역에 가있었는데, 은진언니가 계단 내려오는 순간에 진심으로 너무 반가워서 달려나가 언니를 맞이했다.

아마 옆에 앉아있던 애들 다 이상하게 쳐다봤을 듯ㅎㅎ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날을 너무 기다렸다구~

*^_________^*

마냥 재밌다거나 순조로웠던 하루는 아니었음에도 언니 보자마자 싹 다 풀렸다.

알크마르에 도착하니 거의 12시가 되었고, 버스가 없어서 노르트 역에서부터 걸어와서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시간은 늦었지만 둘 다 저녁을 못 먹어서 일단 뭘 좀 먹기로 했다.

집에 먹을게 마땅치 않아서 좀 걱정했는데

불닭볶음면 하나 끓이고, 계란죽 끓이고, 함박스테이크랑 버섯 구워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꿀맛이었다.

 

맥주도 두어캔 마시고 이제 정리하고 씻으려는데 하우스메이트 언니가 일터에서 돌아왔다.

하우스메이트 언니도 일하기 전에 암스테르담에서 킹스데이를 즐겼는데,

자기는 주황색 아이템으로 귀걸이를 끼고 다녔는데, 갑자기 길거리에서 누가 그 귀걸이를 달라고 했단다.

이 얘기도 황당했는데, 더 황당한 건 언니도 황당해하면서 귀걸이를 줬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쏘쿨하고 재미있는 언니다.

아무튼 그렇게 은진언니랑 하우스메이트 언니랑 인사를 했다.

다음날 시간이 맞으면 같이 아침을 먹자며 굿나잇 인사 함.

 

새벽부터 그 다음 새벽까지 참 길고 알찬 하루가 저물어갔다.

 

 

Copyright ⓒ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