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5/1 Egmond Beach, 그리고 내 생일!

by Heigraphy 2018. 5. 26.
반응형

180501(화)

 

타지에서 맞은 생일!

아주 외롭고 적적하게 보낼 뻔 했는데 폴란드에서부터 날아와준 은진언니와

사람들 잘 챙겨주는 착한 집주인 덕분에 아주아주 마음이 훈훈해지는 하루를 보낸 날.

 

 

전날 밤에 만들어놓은 미역국을 데워 먹었다.

아무런 밑반찬도 없이 밥과 미역국만 먹었는데도,

타지에서 먹어서 그런가 왜이리 꿀맛이니?ㅠㅡㅠ

또 생일에 이렇게 미역국을 챙겨먹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아침부터 정말정말 감사한 마음 가득이다.

 

오늘은 여태 날씨때문에 미뤄두고 미뤄두었던 바다를 가기로 한 날!

은진언니가 저녁 비행기로 폴란드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날 꼭 바다를 봐야만 했다.

30분에 한 대 오는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조금은 허겁지겁 밥을 먹고 정류장으로 나갔는데,

아니 글쎄 도착예정시간보다 10분이 훨씬 지나도 버스가 안 오는 거다.

언니가 바다를 둘러보고 저녁 비행기를 타려면 이렇게 늦어지면 안 되는데...

 

알고보니 이 기간에 네덜란드 버스회사가 전국적으로 파업을 했는데,

그래서 우리가 타려던 시간대의 버스가 아예 운행을 안 했던 거였다.

바다 가는 걸 포기해야하나, 알크마르 시내나 한 번 더 볼까 언니랑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바다는 거의 포기하는 걸로 결론이 났는데, 집에 도착하니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오늘 바다에 가기로 한 걸 알아서 잘 도착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였다.

버스를 기다렸으나 운행이 취소되었고 다음 버스를 타면 너무 늦어서 바다는 못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자기가 30분 안에 집에 도착한다며, 괜찮으면 차를 태워서 데려가주겠다고 했다.

아니... 정말요?ㅠㅡㅠ

우리 이렇게 매번 신세만 져도 되나요....?ㅠㅡㅠ

 

 

 

집에 들어오니 위클리보드가 눈에 띄었다.

이런 건 또 언제 적어놓으셨담 감동받게..ㅠㅡㅠ

 

 

 

30분 후 집에 돌아온 집주인은 튤립 꽃다발을 들고 왔다.

그리고 나에게 생일 축하한다며 안겨줬다.

세상에........ 감사합니다ㅠㅡㅠ

튤립 꽃다발을 선물로 받아보기는 처음이에요.

정말 아침부터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

우리가 갔던 튤립밭에 집주인도 다다음날쯤 갔었는데, 거기서 사온 튤립이라고 한다.

그냥 마트에서 사는 꽃보다 훨씬 싱싱하고 좋았다.

아직 다 안 핀 봉오리들도 좀 있었는데, 꽃병에 잘 넣어두고 이 봉오리들이 피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요렇게 잘 담아둠!

이제부터 이 꽃은 내거니까 방에 두든, 거실에 두든, 주방에 두든 내 자유라고 한다.

그래서 다같이 볼 수 있는 거실에 두었다.

생각할수록 나의 집주인은 참 다정한 분이다.

 

버스로는 환승 한 번에 총 1시간여 정도가 걸리는 거리를 차를 타고 가니 20분만에 도착했다.

집주인이 자기는 근처에 있을테니 구경을 다 하면 부르라고 했다.

진짜 말로 다 못할 감사함........

 

 

 

우리가 도착한 바다의 이름은 에그몬드 비치(Egmond Beach)이다.

알크마르에서 매우 가까운 바다이며, 특히 바다와 멀리 사는 독일인들이 바다를 찾아 이곳까지 많이 온다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등대!

 

 

 

photo by 은진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우리 사진도 찍어주고!

(근데 이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머리날림+추움 콤보로 도저히 모자를 벗을 수가 없었음ㅋㅋㅋㅋㅋ)

 

 

 

은진언니도 많이많이 찍어주었다.

아침에는 분명 흐리고 부슬비 같은게 내렸는데, 바다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는 그쳤다.

 

 

photo by 은진

 

거의 뭐 눈만 내놓고 사진 찍고요ㅋㅋㅋㅋ

 

 

 

바다에 왔으니 발이라도 담궈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쪼리를 챙겨갈까 하다가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말았는데,

정말 너무 춥고 날씨가 궂어서 들어가볼 엄두도 못 냈다ㅜㅜ

그래도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건 언제나 기분이 너무 좋아.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참 기억에 남는 생일이 될 것 같다.

 

 

 

오늘도 둘이서 같이 사진찍기는 힘드니까 그림자샷이라도 남겨본다.

 

 

 

 

 

이후엔 바닷가 근처의 작은 상점가를 둘러보며 다녔다.

근데 이곳도 작은 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참 아기자기하고 좋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다니 참 좋다.

교통수단까지도 좋았다면 아마 자주 찾지 않았을까 싶다.

 

이 길목 어딘가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은진언니가 스트룹와플을 샀다.

근데 카드는 결제가 안 된다고 해서 현금을 빌려주었는데

잔돈을 1센트, 2센트짜리로 주었다.

네덜란드에서 이런 동전 안 쓰는데... 여긴 뭐지?

시내로 나가면 쓰지도 못할 동전이어서 5센트짜리로 바꿔줄 수 없냐고 했더니

자긴 이미 맞게 잔돈을 줬는데도 굳이 바꾸고 싶다면 잠깐 기다리라고 했는데

뭔가 대하는게 시종일관 퉁명스러웠다.

뭔데 우리한테 왜 그러는데ㅠㅡㅠ

아무튼 이 작은 마을 같은 곳을 다 둘러보고 밥을 먹으러 갔다.

 

 

 

이곳은 집주인이 소개해준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

점심때라기엔 애매한 시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창가에는 자리가 안 나서 그 근처나마 바다가 적당히 보이는 자리에 앉았는데

 

 

 

인생은 타이밍이고요...

우리가 앉고 음료까지 나왔는데 창문 바로 옆에 자리 났고요...

ㅎㅎㅎㅎㅎ

 

 

 

연어샌드위치, 베이컨 파인애플 팬케익, 감자튀김, 크로켓 등을 먹었다.

그러고보니 네덜란드스러운 음식은 다 시킨 것 같다ㅎㅎ

전부 다 정말정말 맛있었다.

뷰가 좋아서 더 꿀맛이었는지는 몰라도ㅎㅎ

다만 생각보다 양이 참 많았고, 연어가 너무 짜서 결국 쬐끔 남겼다.

 

그리고 이 식당에 참새같은 작은 새들이 들어와서 사람들이 흘린 음식을 쪼아먹는데

아무도 신경 안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진언니가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접시에 있는 음식까지 쪼아먹을 기세였다.

(물론 거의 다 먹은 후라서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참 여러모로 새로운 식당일세.

 

 

 

식당 뒤에는 이렇게 모래언덕이 쌓여있었는데

식당과 대비되는 비주얼이 뭔가 아이러니하고 독특해서 남겨놨다.

 

 

 

 

 

에그몬드는 우리가 잘 아는 미피의 탄생지(!)라고 한다.

미피의 작가 딕 브루나(Dick Bruna)가 미피를 구상한 지역이 바로 이곳이라고.

(근데 브루나가 더 오래 머물던 곳은 위트레흐트(Utrecht)라서 현재 미피 박물관이나 미피에 관한 자료들은 위트레흐트에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피(Miffy)라는 이름으로 유명하지만, 본래 네덜란드어로는 네인챠(Nijntje)라고 한다.

'-tje'는 작고 귀여운 것에 붙이는 네덜란드 접미사인데,

토끼의 네덜란드어 'Konijn'에 'Nijn'을 떼오고 거기에 'tje'를 덧붙여서 'Nijntje'라고 한단다.

이 모든 지식은 집주인에게 들은 이야기들. 하하.

나중에 위트레흐트 가서 미피 박물관도 가볼 거다.

어린이 박물관이라지만 굴하지 않으리ㅎ

 

이렇게 구경하고 먹고 사진찍고 하다보니 어느새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 되었다.

30분 정도 후에 다시 만날 수 있겠냐고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답장이 왔다.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바다를 다녀갈 수 있었다.

 

 

 

근데 집으로 가는 길에 이런 튤립밭을 볼 수 있었음!

엊그제 튤립 실컷 보고 왔는데도 이런 밭을 보니 또 눈이 안 떼지는 것도 사실이더라.

 

 

 

photo by 은진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차를 세워 사진을 찍었다.

남는 건 사진!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이런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좋다.

 

이후 집으로 달려갔는데, 은진언니가 비행 시간에 맞춰 무사히 도착하려면 10분 안에 기차역에 도착해야 했다.

😱😱😱😱😱

걸어서는 도저히 무리인데다가 버스 시간도 맞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집주인에게 조심스럽지만 급박하게 기차역까지만 데려다 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10분이면 촉박하지만 한 번 해보자며 흔쾌히 길을 나서줬다.

정말 이번 여행 집주인 없었으면 어땠을지 상상이 안 된다ㅠㅠㅠㅠㅠ

여기에 본명을 적기가 좀 그래서 집주인이라고 부르지만,

그냥 그렇게만 부르기엔 정말 미안하고 마음 따뜻한 분임ㅠㅠㅠㅠ

 

기차역에 도착하니 마침 기차도 들어오고 있었다.

침착하게 기차티켓을 끊고 무사히 기차에 탑승!

마지막에 갑자기 너무 급하게 헤어지게 된 감이 없잖아 있어 조금 아쉬웠지만,

언니가 무사히 기차를 타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지난 네덜란드 생활 때는 같이 못해본 것들을 이번 기회에 많이 해볼 수 있었다.

4년 전의 6개월보다 이번 4박5일 동안 더 많은 네덜란드를 본 것 같다는 언니의 얘기에 나도 동의하고,

그렇게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간다니 참 다행이었다.

동생 생일이라고 일정 맞춰서 폴란드에서부터 먼 걸음 해준 은진언니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

다음에는 꼭 내가 폴란드에 가야지!

 

 

언니를 마지막까지 배웅하는 동안 집주인은 집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먼저 갔고,

언니를 배웅한 후에 나는 언니랑 같이 프라이막에서 샀던 잠옷을 교환하기 위해 시티센터로 향했다.

근데 마감시간이 너무 임박해서 교환은 못 하고 환불만 해왔다.

갈 때는 패기 넘치게 걸어갔는데 올 때는 너무 힘들어서 버스를 탔다.

7시가 가까워져서 집에 도착했다.

 

 

 

근데.. 집에 도착하니 이런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에그몬드 비치에서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더 챙겨주실 게 있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동 왕감동이다ㅠㅠ

알고보니 이걸 준비하신다고 기차역에서 급하게 집으로 돌아갔던 거였다.

나중에 은진언니에게 들어보니 언니에게는 이 계획을 얘기했었다고 한다.

이 따뜻하고 정성 가득한 마음 덕분에 정말 하루 종일 내 마음이 허할 새가 없었다.

아마 꽤나 기억에 남는 생일이 될 것 같다.

 

 

 

저녁에는 집주인에게 미역국을 맛보여주고,

후식으로 은진언니가 남겨두고 간 치즈케익을 먹었다.

(정작 언니는 시간이 없어서 못 먹었다ㅠㅡㅠ)

거기에 초도 불고, 집주인에게 또 다른 선물과 편지(!)도 받았다.

알고보니 나랑 은진언니가 에그몬드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집주인도 나름대로 그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에게 선물해줄 기념품을 샀다고 한다.

세상에... 이거야말로 정말정말 서프라이즈일세...

편지 내용도 참 감동적이었다.

 

그 외에도 생일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축하한다고 음성메시지 보내준 친구,

(영어랑 네덜란드어로 생축송 불러줬는데 진짜 너의 센스 여전해ㅋㅋㅋㅋㅋ)

메신저와 SNS를 통해서 생일축하한다고 메시지 남겨준 사람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딸내미 생일 못챙겨준다고 아쉬워하던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까지.

 

지구 반대편에서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지는 생일을 보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어쩌면 날짜만 5월 1일일 뿐, 여느 날과 다름없는, 혹은 오히려 더 외로운 하루를 보낼 수도 있었는데,

올해 5월 1일도 내사람들 덕분에 참 행복하고 의미깊었다.

아마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생일 중 하루가 될 거야-

 

 

Copyright ⓒ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