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5/13 하우스메이트 일터 놀러가기

by Heigraphy 2018. 6. 4.
반응형

180513(일)

 

요즘 하우스메이트 언니랑 참 많은 얘기를 나눈다.

서로 여기 집이나 expat life에 대한 어떤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언니는 참 바쁘게 지내는 사람인데, 언니가 보기에 나는 집에 자주 있다보니 나를 데리고 나가보고 싶었나보다.

언니가 일하는 바(bar)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혹시 일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참고로 가게는 별로 안 크고, 일은 거의 맥주만 서빙하면 돼서 매우 쉽고(요리할 필요가 없음),

가자마자 면접보라는 거 아니고 자기 따라 와서 가게 분위기가 어떤지 살펴본 다음에 마음에 들면 그때 사장한테 얘기해보겠다고 한다.

저야 좋죠.

용돈벌이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하면서 살면 참 좋죠ㅠ^ㅠ

 

그렇게 오후에 기차역에서 다시 언니를 만나서 같이 암스테르담으로 나갔다.

기차타고 가는 동안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여기 예쁘지, 건물이 독특하지, 경관이 멋지지 등등 얘기를 했는데

내가 되게 생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니까

평소에 암스테르담 나갈 때 창밖도 안 살펴보냐며, 그럼 무엇을 보냔다.

사실 첫째로 저는 이동네 와서 기차타고 나가본 경험이 드물고요...

기차타면 주로 핸드폰을 보거나 크레마를 보거나 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한시간 정도 달려서 언니가 일하는 바에 도착!

언니는 주로 벨기에 맥주를 추천해줬다.

두벨(Duvel) 맛있죠.

도착한 뒤로 언니는 일을 해야해서 나 혼자 테이블에 앉아서 가만히 살펴봤는데,

가게 분위기를 보니 확실히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우리 언니 일 진짜 잘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도 웨이트리스 일은 처음 해보는 거랬는데 한 몇 년 하신 것 같았음 진심.

손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참 잘 아신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날 여기서 일하는 다른 알바의 생일이라 저녁에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나본데,

그래서 가게를 참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그 알바는 바로 지금 내가 사는 방 내 전에 살았던 세입자ㅎㅎ

그래서 사실 집주인도 이날 파티에 초대했다는데, 추측하기에 이런 바 분위기를 못 견디는 집주인은 오지 않았다.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벌써 한 병을 다 마셔서 두 번째 술을 시켰다.

언니가 지켜보니 어떠냐고 일해볼 생각 있냐고 물어봐서, 해보고 싶다고 대답을 했는데

사장이 전달을 받고는 오늘 피곤하다고 나중에 얘기해보고 싶다고 그랬단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더 있을 목적이 사라짐;

하우스메이트 언니는 일하느라 바쁘고, 그렇다고 다른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니 일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면 아직도 4-5시간은 더 있어야 되는데

그동안 할 게 없어서 너무 시간낭비같고 그랬다.

 

언니가 밤에 여기서 그 친구 생일파티 할 거니까 기다렸다가 놀고가라고 했는데,

조금 기다려보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먼저 가보겠다고 일어났다.

근데 그 타이밍에 생일인 친구가 들어옴!

언니가 서로 소개도 해주고 인사도 시켜줘서 말을 조금 텄는데,

이제 막 만나기도 했고 파티를 시작하나 싶어서 나가기가 뭔가 많이 애매해졌다.

 

 

 

근데 이 친구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나가더니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안 들어옴ㅋㅋㅋㅋ

아 그냥 아까 집에 간다고 했을 때 갈 걸 나 여기서 뭐하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누가 암스테르담이라고 하면 당장 만날 기세로 여기저기 연락도 해봤지만

내 친구들은 암스테르담에 안 사니까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다 서로서로 아는 사이고 이 친구 생일 축하해주러 모였는데 나는 거기 못 끼고 저 멀리 떨어져 앉고

뭔가 나를 가리키며 끼워줄듯 말듯 뭔가 얘기를 나누는 거 같긴 한데,

나는 먼저 다가서는 성격이 못되니까 그냥 멀리서 시선만 느끼고 있는데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무슨 시간낭비인가

진짜 너무 외롭고 서러워서 눈물날 뻔ㅋㅋㅋㅋㅋㅋ

하우스메이트 언니는 가서 사람들이랑 얘기도 나누고 하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너무너무 집에 가고싶었다.

 

 

 

그러다 나 가야겠다고 진짜 말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순간,

생일인 친구가 다가오더니 괜찮으면 나도 같이 저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놀자고 했다.

(너란 친구 아까부터 타이밍이 정말 묘해ㅠ^ㅠ)

알고보니 그 사람들은 이 생일인 친구의 친구들이라는, 혹은 이 바(bar)의 단골손님이라는 접점이 있었을 뿐,

그들끼리도 서로서로 아는 사이인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들도 이제 막 만나서 인사 나누고, 얘기 나누고 하는 모양인 듯.

그 얘길 들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렇게 우물쭈물 조인을 했는데,

역시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니까 자리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나 좀 전까지 서러워서 울 뻔 한 애 맞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정말 스윗 쏘스윗했다.

이곳에 모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expats라서 서로 뭔가 이야기도 잘 통하고,

그중에 사진을 찍고싶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마침 또 소니카메라를 사용중이어서 사진이랑 카메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이날 나는 가게만 잠깐 보고 올 줄 알고 카메라를 안 들고갔는데 나중에 좀 아쉬웠다)

또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국인을 만나는게 아무래도 흔치 않을 테니까, 이것저것 궁금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갈 쯤, 그니까 하우스메이트 언니의 일이 끝나갈 때쯤 누가

오늘 생일인 친구를 위해 서프라이즈로 리무진을 빌려놨고 16명이 탑승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총 11명밖에 안 모였다고

나도 가고싶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하우스메이트 언니가 가면 갈 의향이 있었는데,

언니는 다음날 오전에 중요한 면접이 있어서 참석이 어려웠고

나도 그래서 그냥 집에 가기로 함.

 

참, 중간에 결국 사장이 불러서 얘기를 잠깐 나눴는데, 내가 서빙 경험이 없다고 했더니

(서빙 경험만 없을 뿐 사실 서비스직은 진짜 끝내주게 많이 해봤는데)

자기는 경력자를 찾는다면서 미안하지만 다음에 나한테 적절한 자리가 나면 연락을 주겠다며 번호만 받아갔다.

(하우스메이트 언니도 경력 없는데 일 시켜줬으면서..

그냥 내가 그런거 못하게 생겼나보다ㅋㅋㅋㅋㅋ)

사람 잘못보셨지만 사실 나도 크게 미련이 없어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아무튼, 나 사실 이런 파티 진짜 좋아하는데 모처럼 즐거운 시간 보냈다.

이 바에서 일을 하면 돈도 돈인데 사람들 만나는 재미가 정말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앞으로도 하우스메이트 언니 보러 종종 놀러가지 않을까 싶음ㅎㅎ

기분이 아주 극과 극을 달린 요상한 하루였지만 결론적으로 괜찮은 하루였다.

 

 

Copyright ⓒ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