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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6/3-4 아지트에선 맥주가 끝없이 들어가지/로테르담에 살고 싶어라

by Heigraphy 2018.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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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3(일)

 

 

언니가 온 뒤로 아침은 정말정말 든든하게 잘 챙겨먹는다ㅎㅎ

지금까지는 각자의 스케줄이 있어서 따로 다녔지만 오늘만큼은 함께 움직여보기로 함!

언니 또한 전날 간 아지트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오늘은 아예 작정하고 그곳을 다시 찾기로 했다.

 

 

 

일단 나왔는데 이 집앞 버스 시간표 진짜...

여기 처음 이사올 때 시내로 가는 버스 10분에 한 대 있다고 낚았던 집주인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부들부들임ㅋㅋㅋㅋㅋㅋ

이게 어딜 봐서 10분에 한 대 있는 거죠?..

일요일에는 더더욱 1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 덕분에 정류장에서 언니랑 노닥거리며 버스를 기다렸다.

 

 

 

내가 아지트라고 부르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Stakskantine Alkmaar!

 

 

 

오늘도 라이브 연주가 있을 예정인데, 이름이 무려 [Groove On The Roof!]이다.

과연 알크마르의 그루브는 어떤 것일지!ㅋㅋㅋㅋ

 

 

 

그루브 좀 느껴보고자 오늘도 실내에 자리를 잡음ㅋㅋㅋㅋ

이곳만 오면 TEXELS 맥주가 진짜 끝도없이 들어간다.

이 큰 잔이 단 돈 3유로!

네덜란드의 일반적인 외식비를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부담없는 가격인 건지 알 수 있지~

 

 

 

라이브연주까지 시간이 좀 남은데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만큼은 야외에 앉아보자며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샐러드 하나 주문해놓으니 또 맥주가 술술 들어가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랑 진짜 여기서 맥주로 탕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 나눔ㅋㅋㅋㅋㅋㅋ

아지트에선 맥주가 끝없이 들어가

그것도 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 시너지가 더 나는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지트의 테라스에서는 이런 뷰를 볼 수 있다.

사실 여태 혼자 와서 랩탑 두들기고 하느라 야외에 앉아본 적은 없는데,

(이곳은 작업하기도 괜찮은 공간이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동행이 생긴 덕분에 모처럼 나도 아지트를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실내에서 시작된 [Groove On The Top!] 연주는

제목만 어제와 다르고 결국 비슷한 재주연주 같았지만..ㅋㅋㅋㅋ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그루브를 즐기는 모습은 역시나 인상적이었다.

아니 사실 이곳에 '소'는 별로 없음...ㅋㅋㅋ

적어도 내 나이또래 사람들은 없고 좀 더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공간인데

그 사이에 동양에서 온 젊은 여자 둘이 껴서 참 재미있게 놂ㅋㅋㅋㅋ

 

 

 

"아지트에도 우리의 흔적을 남기자!" 해서 붙인 스티커들.

붙여도 되나 머뭇머뭇 했는데, 막상 붙이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다 흐뭇하게 쳐다봐서 나도 의외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애정하는 공간에 이렇게 내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정말 좋네.

 

야외에는 자리가 없어서 합석을 하기도 해야했는데,

그러다보니 우리 옆에 앉은 아주머니랑 말을 트기도 했다.

더치&인도네시아 혼혈인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네덜란드에는 인도네시아 문화와 음식 등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제국주의 시대의 이야기는 나도 친구들이랑 있을 때 종종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땅이었어(Indonesia used to be Dutch)"라는 식으로,

지배의 역사를 너무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서 솔직히 내 입장에선 속으로 좀 불편한 순간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내가 네덜란드령 섬에 대해 잘 모른다고 혼내기까지 함..

네덜란드는 원래 훨씬 컸다며...

그 네덜란드령 섬이라는 것도 결국 제국주의의 산물 중 하나인 건데,

그 지배의 역사를 오히려 좀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한다고 해야하나.

그런 의식들이 나는 아주아주아주아주 불편해 죽겠다고!

어디 가서 일본사람이 "한국은 원래 일본 땅이었고, 일본은 원래 훨씬 더 컸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상상해보면 화난다고ㅋㅋㅋㅋ

근데 같은 주제의 얘기를 하더라도 이날 대화를 나눈 아주머니는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여기지 않아서 훨씬 괜찮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옆자리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왠지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젊은 동양인 여자 둘은 이곳에서 눈에 띄나 보다.

이상한 아저씨가 정말 대뜸 와서는 자기는 아시안 걸을 좋아한다느니 하는 만행도 겪음.

우리랑 얘기 나누던 아주머니가 슬슬 일어나면서 이 아재를 한 번 보더니 너네 여기 있지 말고 빨리 가라고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주머니 일어날 때 우리도 일어났다^.~

아재도 아잰데 계속 앉아있다간 정말 맥주가 끝도없이 들어가고 탕진할 것 같아서ㅋㅋㅋㅋ

 

 

 

바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탁구대랑 피아노랑 등등 각종 놀거리(?)도 있는 아지트.

아재도 피하고 술도 좀 깰 겸 나오긴 했지만 아지트를 아예 떠날 건 아니라 이 공간에서 피아노도 치고, 구루마도 타고(?)

시간보내면서 놀았다ㅋㅋㅋㅋㅋ

구루마 타고 돌아다닐 때 다들 진짜 이상하게 쳐다봄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 술기운 빌려서 별 짓을 다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바 테라스에 다시 왔는데, 어느새 이렇게 안개가 잔뜩 꼈다.

어둠이 내릴 정도로 시간이 꽤 흘러서 사람들도 많이 돌아간 듯했다.

맥주 한 잔 정도만 더 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이날 여기서 TEXELS 맥주만 대여섯잔 마신 듯ㅎㅎ

 

 

 

밤이 깊어 집에 돌아온 후엔 아껴뒀던 돼지고기 김치찜을 개봉!

 

 

 

그리고 맥주도 또 다시..ㅎㅎ

 

 

 

레토르트 식품이긴 하지만 모처럼 한식 제대로 해서 먹었다.

언니는 유럽에 와서 처음 먹는 한식이라고 한다.

이곳에 와서 돼지고기 김치찜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며ㅋㅋㅋㅋ

너무 오랜만에 먹은 김치 꿀맛.

같이 먹을 사람이 있어서 더더더 꿀맛!

 

 

180604(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주 든든한 아침식사를 합니다.

야채를 너무 안 먹은 것 같아 모처럼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고,

역시나 남은 식료품을 전부 다 먹어치우고자 아침부터 파스타를 만들었다ㅋㅋㅋㅋ

전날 분명 돼지고기 김치찜 든든하게 먹고 잤는데 아침에 눈 뜨니 또 배고파

밥이 너무 잘 들어가ㅋㅋㅋㅋㅋ

 

이날 나는 로테르담에 방을 보러 가야해서 아침만 먹고 언니랑 아예 따로 다녔다.

 

 

 

스승의 날이 조금 지나고 한국에 계신 선생님께 안부메일을 보내드렸었는데, 선생님께서 답장을 주셨다.

선생님께 안부메일 드릴 때만 해도 이제서야 좀 안정이 되고 정말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답장을 주시고 내가 확인을 한 이 6월 4일, 사실 내 상황은 정 반대로 바뀌어서 괴리감이 조금 들었다.

나는 다시 너무 불안정해지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하루에도 오백번씩 들 정도로 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었냐면, 폴란드에 2주 가게 되면서 이곳에서 방을 빼기로 했는데, 집주인이 방을 빼면 디레지스터를 바로 해주기를 원했다.

근데 시청에서는 2-3주 정도 공백으로 디레지를 해줄 수는 없고, 디레지는 아예 네덜란드를 떠나서 안 돌아올 때나 해주는 거고,

현재 주소를 디레지하려면 다음 이사갈 곳을 좀 더 빨리 구해서 주소이전을 하면 자동으로 디레지가 되거나,

아니면 지금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서 다음 집을 구하기 전까지 그곳에 레지스터를 유지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근데 이 레지스터가 바로 되는 곳을 구하는게 정말 하늘의 별따기.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거주등록이 포함되지 않은 방을 구하는 것도 힘든데, 앞으로 3-4일 안에 거주등록이 바로 되는 방을 구한다?

네덜란드에서 그건 정말정말 어렵다.

 

내가 8일에 방을 빼는데 오늘 보러가는 방이 15일부터 입주가 가능해서, 집주인에게 딱 일주일만 더 기다려줄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해봤는데

처음엔 알겠다고, 나도 너를 도와주고 싶다고,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고 입에 발린 소리를 했지만

로테르담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오늘 보러 가는 방에 사는거 결정되면, 거주등록만 당장 6월 9일부터 할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니?"라는 문자를 받았다.

모두에게 좋은 방법은 개뿔, 그녀는 그냥 다음 고객(세입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를 압박하기만 한 거다.

진짜 이 압박감이 당시에는 엄청났음.

이걸 이행 못하면 보증금이랑 렌트도 못돌려받고..

정말로 내가 공간을 못 구하면 그냥 깔끔하게 디레지스터 해버리고 한국에 들어가버릴까 싶은 생각도 많이 했다.

왜 내가 이곳에서 안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음.

거기에 몇 주 전부터 계속 느꼈던, 이곳에서 나는 철저하게 혼자인 것 같다는 외로움까지 더해져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내가 이 나라에 계속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이 나라에 대해 수 년 간 쌓아온 그리움과 애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그냥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좀 진지하게 들었음.

 

 

 

그렇게 로테르담에 일단 오긴 왔다.

내가 여기로 이사오는게 빠를지, 한국에 돌아가는게 빠를지

이 센트럴 역을 보면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함ㅋㅋㅋㅋㅋ

한국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전해줬지만 솔직히 이 때는 귀에 별로 들어오지도 않았음.

 

그리고 이날 보고 온 방은 사실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겐 선택지가 없어서 나 이 방에 꼭 살고 싶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집이란게 참 중요한 공간인데 맘에 들지 않지만 선택지가 없어서 꼭 살고 싶다고 말해야 하는 처지라니...

거기다가 집주인의 요구대로 혹시 입주는 15일에 하되, 레지스터만 좀 더 빨리 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아마 좀 힘들 것 같긴 한데 그들도 그들 집주인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이래저래 아마 그들 입장에서도 내가 완벽한 후보자는 아니었을 거다.

 

그렇게 또 마음이 너무 착잡해져서 로테르담 길바닥에 앉아서 은진언니랑 통화를 함ㅋㅋㅋㅋㅋㅋ

한숨 푹푹 쉬면서 "언니 나 한국 갈까?" 이런 얘기만 해대니

아마 언니도 들어주는데 힘들었을 거다ㅜ^ㅜ

근데 언니가 "너 렌트를 19일까지 낸 거면 그 집에 레지스터 될 권리도 19일까지 있는거 아니야? 왜 당장 9일부터 디레지스터를 해야해?"라는 말을 해줬다.

띠용...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러네?

나 왜 정작 내 권리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해가 지기 전에 로테르담에서 출발했지만, 알크마르에 내리니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이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방 하나 본다고 일주일에 두세번씩이나 왔다갔다하다니.

내 돈과 시간...

이렇게 발품팔아 다니면서 어떤 수확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만, 그렇지도 않아서 또 슬퍼지지.

이날 보고온 방은 결국 선택받지 못했다.

정말로 내가 로테르담에 이사가는 거랑 한국에 들어가는 것 중 무엇이 더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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