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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6/6 집보다 마음 편한 암스테르담 (feat. 모코뮤지엄)

by Heigraphy 201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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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6(수)

 

 

아침부터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 끓여서 잘 먹음~

전날 암스테르담에서 반고흐 뮤지엄과 모코뮤지엄(MOCO Museum)을 다 보려고 했으나 모코뮤지엄을 못 본 관계로

오늘 또 다시 암스테르담을 나가기로 했다.

 

오늘은 한국의 현충일.

네덜란드 시간으로 아침에 엄마가 현충원 갔다가 돌아오고 있다는 카톡을 보내놓으셨길래 기차역 가는 길에 엄마랑 통화를 했다.

사실 이곳에서 여태까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께 상세하게 말씀드리진 않았는데,

그냥 좀 응석이 부리고 싶어서 '집주인이 못되처먹었다' 정도만 이야기 함.

자세하게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엄마도 화나서 막 뭐라뭐라 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수화기 너머로 내편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났다.

 

 

 

그렇게 아침 댓바람부터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는데..

중앙역 나오자마자 뭔가 퍽 하길래 봤더니

아니 글쎄 새똥이 떨어진게 아님...?

암스테르담에서 새똥 맞아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랑 언니랑 둘 다 가방에 맞아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는데 웃겨서 한참 웃으면서 뮤지엄 가자마자 화장실부터 가야겠다고 함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모코뮤지엄을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오픈시간대 입장료 할인을 하고 있어서 조금 더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모코뮤지엄은 뮤지엄카드 적용이 안 됨)

 

화장실 가서 새똥 처리하고 매무새 정리한 다음ㅋㅋㅋㅋㅋ

언니랑 각자 뮤지엄 보다가 두어시간 후쯤에 입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함!

 

 

 

 

뱅크시의 작품만 전시되고 있는 줄 알았던 모코뮤지엄에는 Icy&Sot의 작품 또한 전시되고 있었다.

이들은 이란 출신의 형제 예술가로, 현재는 미국 브루클린에서 지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함.

이곳에서 만나리라 예상도 못한 작가였지만,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가 상당히 인상적이고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펜과 붓은 총보다 강하지.

 

 

 

이민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내가 이해가 되는 거죠...?

비록 이민자는 아니지만 나 또한 타지에 살고 있는 이방인으로서 조금이나마 이 말이 이해가 된다고 한다면 너무 오버하는 걸까.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찬 지구.

 

 

 

 

"우리는 예술가의 역할이 일반 대중의 자유와 희망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청중에게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한 작품이 누군가의 하루에 미친 영향은 작을 수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ICY and SOT

 

 

 

가스마스크 보이

 

 

 

 

We Are All The Same

 

모코뮤지엄의 지하에는 거의 대부분 ICY와 SOT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과도한 자본주의, 환경오염, 반전, 인권(아동, 여성인권 포함) 등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는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이런 정갈한 작품뿐만 아니라 실제로 거리에 설치되어있는 철조망 같은 것을 이용하여 많이 작업을 하기도 하며 이 뮤지엄에도 전시되어 있다.

나처럼 뱅크시를 보러 갔다가 이 작가들에게 치일 수 있음 주의!

 

 

 

그 외 리히텐슈타인의 특별전(?) 같은 것도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봤는데,

반고흐의 작품에 그려진 방 중 하나를 3D로 재현해놓은게 그것이었다.

리히텐슈타인은 이게 끝..ㅋㅋㅋㅋ

 

 

 

Flower Thrower.

1층부터는 드디어 뱅크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스트릿아트를 실내에서 감상한다는게 조금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알고보면 뱅크시는 스트릿아트만 하는게 아니라 이런 실내 작품활동도 많이 한다고 한다.

 

 

 

"IF GRAFFITI CHANGED ANYTHING - IT WOULD BE ILLEGAL"

BANKSY

 

 

 

전시장 곳곳에서 간혹 실제 건물이나 길거리에 그렸던 그림들을 볼 수도 있었다.

보통은 건물을 철거하면서, 벽을 허물면서 해당 작품만 떼온 거라고는 하는데, 이렇게 정갈하게 액자에 담긴 형태로 만나게 되다니 역시 아이러니해.

 

 

 

 

심슨을 통해 어떤 논쟁적인 이야기를 하는 영상을 보다가 마지막에 한국이 어쩌고 나오길래 자세히 읽어보니

"이 작품은 한국 공장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외주제작 한 것을 조롱했습니다"란다.

뱅크시는 심슨도 비꼰다.

 

3층까지 뱅크시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뱅크시의 상징적인 '쥐' 그림이나 'Keep it real' 같이 익숙한 작품들도 많았다.

그래피티나 스트릿아트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어떤 지식은 없는 나로서는 작품 옆에 가끔 곁들여진 설명을 읽으며 보기에 괜찮았던 뮤지엄.

그래도 이렇게 정갈한 형태로 만나는 스트릿아트라는 사실에 여전히 이 애매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특히나 뱅크시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뮤지엄 밖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전시.

이 작품은 Icy&Sot의 작품.

 

 

 

뱅크시의 Flower Thrower도 한 번 더.

 

 

 

이걸 마지막으로 모코뮤지엄 탐방은 끝!

 

 

 

이후엔 뮤지엄플레인으로 이동해서 돗자리 깔고 한 숨 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못잔 잠을 암스테르담 한복판에서 아주 편안하게 잘 채웠다.

집보다 마음 편한 암스테르담 공원.

이때도 문자로 집주인이랑 신경전이 엄청났던 건 두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이렇게 언니랑 다니면서 날씨 좋고 자리 좋으면 벤치에 눕고 돗자리 깔고 눕고 하다보니

이때부터 자리만 있으면 아무데서나 누워버릇이 생겨버렸다ㅋㅋㅋㅋㅋ

유럽여행에 돗자리는 필수예요 여러분!!!!!

 

이 사이에는 푸드코트와 시네마, 편집샵 등이 있는 'De Hallen Amsterdam'을 다녀왔다.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을 하나도 못 찍었는데, 이곳은 그야말로 암스테르담의 핫플레이스다.

작업하기 좋은 카페들도 참 많고! 도서관도 있고!

다양한 청 원단을 활용하여 바지는 물론 자켓 등등 옷을 만드는 공간도 있었는데 그곳이 특히 너무너무 새로웠다.

(다만 다들 7시쯤 되면 문을 닫는다는게 깊은 아쉬움을 남길 뿐^.ㅠ)

 

더 할렌을 조금 즐기다가, 내가 랩탑을 사용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집에서 하긴 죽어도 싫어서 암스테르담까지 굳이굳이 그 무거운 랩탑을 들고 나옴)

간단하게 먹을 수도 있고 전기도 쓸 수 있는 맥도날드로 갔다.

 

무엇을 했냐면, 드디어 주소이전을 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쳤는데, 중간에 집주인한테 확인해야할게 있어서 문자로 물어봤는데

"너 이거 확실히 안하면 나 너한테 보증금 못줘"

라는 협박성 메시지 시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일 없고 보증금 안돌려주면 신고당하는 건 너일 줄 알길 제발~ 누가 누구한테 갑질~

 

너무 집중하다보니 먹던 햄버거랑 음료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막 식음을 전폐하게 되더라.

내가 랩탑으로 씨름하는 동안 언니는 잠깐 다른 곳을 다녀왔는데, 돌아와서도 햄버거랑 음료가 그대로니까 언니가 막 걱정함

ㅋㅋㅋㅋㅋㅠ^ㅠ

제가 또라이 하나한테 잘못 걸려서 정말 고생이 많아요...

 

 

 

오늘도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걸어서!

암스테르담 한복판 어딘가에 우리 흔적도 남기고

 

 

 

참 놀고먹기 좋은 보트(바닥이 평평해서 안정감 오지구요)를 타고 다닌다며 젊은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ㅋㅋㅋㅋ

중간에 마트에 들러서 맥주 두개씩 사들고 기차역 가면서 호로록호로록 마심.

 

알크마르 도착하니 오늘도 밤이 아주 깊어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누군가를 피해 새벽같이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는 생활을 해야하는지.

왜 '집'인데 들어옴과 동시에 마음이 오히려 부쩍 불편해지는지.

내 돈내고 사는 방보다 암스테르담 공원 한복판에 누워있는게 훨씬 더 마음편한게 과연 정상적인 생활인 건지.

폴란드로 떠남과 동시에 이 집을 영원히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이 시기의 일기는 맨날 이렇게 울적하게 끝나는 것 같아 힝)

(근데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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