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Today different from yesterday

네덜란드 워홀일기 :: 6/7 마지막 아지트/내집인데 스스로 귀가불가? 본문

네덜란드/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6/7 마지막 아지트/내집인데 스스로 귀가불가?

Heigraphy 2018. 7. 21. 20:36

180607(목)

 

전날 늦게 잠들었지만 오늘도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네덜란드 온 이래로 본의 아니게 요즘 최고 부지런한 생활 중ㅋㅋㅋㅋㅋㅋㅋ

이 집에서 오래 자면 이제 악몽 꿀 것 같아.

 

일찍 일어나서 짐도 좀 싸고 랩탑 켜서 작업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 밑으로 밀고 들어오는 조악한 쪽지.

"친구는 보통 주말에 이틀 정도만 머무는데 네 친구는 이미 일주일을 머물렀고, 내가 네 친구 여기 머무는 것을 더이상 '허락'하지 않았으니 오늘 정오(밤 아니고 낮)까지 나가야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어이가 없고요.

계약서에도 본인이 명백히 명시해놓은 '친구 초대 가능(거기에 '주말만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기간 따위는 일절 언급 없음)'은 싹 무시하고

이제와서 원리원칙 없이 말바꾸기 오지는 너란 미친 집주인.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요즘 홧병이 나서 수명이 짧아지는 기분이야. 아이고 두야.

근데 너 때문에 열이 받는다는 사실도 짜증나니까

그래 옛다 똥이 더러워서 피해준다 어휴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언니는 갑작스럽게 파리행 밤버스를 예매하고 짐을 싸야했다.

미친 집주인이 설치지 않아도 어차피 다음날 새벽같이 나갈 거였는데

사람을 쫓아내다니 진짜 이게 무슨 무례야?

 

언니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길에 나도 같이 가서 친구집에 큰 짐과 당장 안 써도 되는 짐 몇 가지를 맡겨두기 위해 가방을 쌌다.

그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현관 열쇠가 안 맞는다.

(안에서도 열쇠로 문을 열어야 하는 구조)

돌려지지가 않는다거나 그런 정도가 아니라 열쇠가 아예 안 들어감.

이건 분명히 현관 열쇠를 바꾼 거다.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서 들어가지도 않는 열쇠랑 씨름하다보니 우리 인기척을 듣고 집주인이 내려왔다.

 

"너는 가는데 인사도 안 하니?"

사실 니가 쫓아내는 마당에 나나 우리 언니가 너한테 살갑게 인사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언니가 거기에 마지못해서 "bye" 했더니

다가와서는 새로운 열쇠로 현관을 열어주더라.

??????????????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상황파악이 좀 안 돼서 현관 잠금장치에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했더니 작은 문제가 있단다.

작은 문제는 개뿔 니가 나랑 언니 때문에 일부러 바꾼 거면서.

 

캐리어 끌고 나가려는데 뒤에서 또

"한국인들은 참 예의가 바르지?"

라면서 비꼬는 소리 시전 오짐.

나는 그렇다 쳐도 내사람한테 도대체 이렇게 무례해도 될 일?

사람을 갑자기 쫓아내는 것도 모자라서 현관 열쇠를 바꾸고 그렇게 비꼬고 무례한 발언하고?

도대체 나를, 내사람을 얼마나 호구로 생각하면 저런 언행들을 일삼지?

정말 속으로 너무너무 화가 났지만, 이틀만 지나면 안 볼 사람이라는 생각에 진짜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떠버렸다.

 

 

나도, 언니도 이제 알크마르가 마지막이니 떠나기 전에 아지트에서 찐하게 시간이나 보내다 가자! 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노무 버스가 기다리고 기다리고, 정류장을 바꿔서 다른 버스를 또 기다려봐도 오지 않는다.

땡볕과 그늘을 오가며 누웠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거의 두어시간을 기다리다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말해준다.

"오늘 버스 파업이라 안 다녀! 기다려도 안 와!"

......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미친 집주인이 또 엿을 먹였구나.

이럴 줄 알고 딱 오늘 내쫓았구나.

그 인간이 버스 파업을 몰랐을 리가 없음.

그래놓고 오후 느즈막히 문자 보낸다는게

"오늘 버스가 파업이래. 나도 방금 알았어. 네가 무사히 다닐 수 있길 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너 사람 엿먹이는 거 천재해 그냥.

 

근데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당할쏘냐?

 

 

 

 

히치하이킹을 시도함ㅋㅋㅋㅋㅋㅋ

종이와 펜이 없어서 핸드폰에 Alkmaar Station을 적어서 한참을 들고 있었지만

다들 우리를 쳐다보기만 하고 갈 뿐 멈추는 차는 없었다...ㅜㅜ

한 30분 시도하다가 안되겠어서 우버를 부른 순간 우리 앞에 멈춰선 어떤 차량..!

역시나 오늘 버스 파업이라 안 한다는 이야기를 해줬고, 우리가 좀 태워줄 수 있냐고 부탁한다면 태워줄 기세였는데,

바로 직전에 우버를 부른 참이라 태워달라는 말을 못했다ㅜㅜ

우리가 우물쭈물하니 이사람들도 더 도움을 주려다가 우물쭈물 떠났다.

그런데 바로 그 후에 불렀던 우버가 갑자기 취소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오늘 뭐가 이렇게 다 꼬여

악악악!!!!!

 

더 기다리기만 하다간 이도저도 안되겠다 싶어서 반 정도 포기한 상태로 이 많은 짐들을 이끌고 걸어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있던 곳에서 시티센터까지는 그냥 걸어서도 40분이 걸린다고 구글맵에 뜨는데...

암만 이 모든 짐들과 함께 행군 같은 걸음을 한다고 하기로서니 오늘 해떠있는 동안에는 도착하겠지 뭐.

그렇게 지도를 보며 발걸음을 옮긴지 얼마 안 된 순간, 한 집앞에 어떤 부부가 나와있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너희 버스정류장에 한참 앉아있던 애들 아니냐고,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자기들이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동안 내내 우리가 앉아있는 것을 봤다고.

우리의 캐리어를 보고 너희 공항 가냐고 물어봤는데, 우리가 아니라고 알크마르 시티센터나 스테이션까지만 가면 된다고 했더니

우리보고 타라고 하심

그리고 친히 짐까지 다 실어줌

와....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진짜 너무 감동받아서 울 뻔ㅜㅜㅜㅜㅜ

이렇게 알크마르에서의 마지막도 결국 가슴 안엔 사랑만 남겨 갑니다.

 

가는 길에도 계속 우리보고 정말 기차역까지만 가면 되냐고 물어봤는데,

처음엔 그렇다고 하다가, 나중에 사실 우리 알크마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Stadskantine에 가고 싶은데 혹시 거기로 데려다 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오 자기들도 그 공간을 너무 사랑한다며 당연히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한다.

천사같은 부부였어ㅜㅜㅜㅜㅜ

이대로 호의를 넙죽 받기만 하기엔 미안하고 아쉬워서 우리도 즉석에서 작은 꾸러미를 하나 만들어서 선물로 줬다.

내용물로는 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믹스와 복주머니, 그리고 나의 엽서와 스티커 등등이 있었다.

그리고 SNS 친구도 함!!!!!!

이런 인연 하나하나도 참 소중하고 뜻깊다.

 

 

 

아지트에 드디어 도착!!!

근데 이 아지트가... 4층에 있는데 워낙 옛날 건물이라 엘레베이터가 고장났다.

근데 우리에겐 짐이 많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 직원에게, 우리가 떠나기 전에 이곳을 마지막으로 왔는데 캐리어를 다 끌고오다보니 짐이 너무 많다고,

혹시 1층에 이것을 보관할 만한 곳이 없겠냐고 물어보니

 

 

 

어디선가 카트를 꺼내와서 숨어있는 엘레베이터로 안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니가, 내가 갑자기 안쪽에서 카트 밀면서 "언니~!"하고 나오니까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 공간은 사랑이야 사랑!

가슴 안엔 사랑만!!!!!!!!!!!!!!!!

 

 

 

 

평일 낮이라 마침 사람도 많지 않아서 테라스 그늘에 자리잡고

 

 

 

맥주 한 잔 하면서 간식을 먹음.

 

그나저나 저 치즈스틱 시키는데 이름이 네덜란드어로 적혀있어 알 수가 없어서,

구글에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어떤 사진은 치즈스틱이고 어떤 사진은 치즈맛과자길래

치즈스틱이면 먹고 싶어서 이게 어떤 간식인지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영어로 뭔가 설명을 잘 못하시는데 무조건 "It's really nice"만 연발하셔서 조금 웃겼다ㅋㅋㅋㅋㅋ

치즈스틱 같은 거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해서 주문했고, 역시 맥주 안주로 딱이었음!

 

 

 

원래 우리 오늘 여기서 우아하게 커피 한 잔 하기로 했었는데

(아지트에는 다양한 음료를 팔지만 맥주 외에 마셔본 게 없었던 게 함정...^^)

집을 나서서부터 여기 도착하기까지 하도 스펙타클한 일정을 보내다보니까 오자마자 맥주를 또 시켜서 벌컥벌컥 마셔버렸다ㅋㅋㅋㅋ

그러다 이게 진짜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다른 것도 마셔보고 가야겠다 싶어서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는데

그자리에서 오렌지 즙 짜서 만들어주심ㅋㅋㅋㅋㅋ

아지트 정말 최고야!

 

 

 

언니의 버스시간이 가까워지고 슬슬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해야해서 짐을 챙겼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엇을 했냐하면

 

 

 

바로 여기 직원분들에게 나눠드릴 선물꾸러미를 만들었다.

내용물은 내가 만든 엽서+율무차+스티커

예전에 왔을 때 잠깐 같이 얘기를 나눴던 사장님한테는 편지도 썼다.

나 이 공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알크마르에서 지내는 동안 정말 좋은 시간 보내고 좋은 기억들 만들어 간다고.

내가 알크마르를 떠나지만 네덜란드를 떠나는 건 아니니까 이곳이 문을 닫기 전에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이곳은 상당히 오래된 건물이어서 시청에서 9월에 철거를 한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9월이면 이 알크마르의 사랑방이 문을 닫을 예정...ㅠㅠ)

모든 직원을 일일이 만나서 선물을 전달해줄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사장님은 요 며칠 휴가를 가셔서 더더욱 만날 수가 없었지만ㅜㅜ

그동안 매일같이 방문하면서 눈도장 찍은 한 직원에게 이것 좀 전달해주십사 전부 맡겨두고 왔다.

그리고 기념으로 같이 사진도 찍음ㅎㅎ

다음에 다시 가면 반갑게 인사해줬으면 좋겠다.

이 머나먼 타지에 또 사랑하는 공간이 하나 생겼고, 그곳에 내 사랑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카트 또한 사랑이지ㅋㅋㅋㅋㅋ

이제 드디어 암스테르담으로 고고!

 

희선언니와의 마치 한 달 같은 찐하디 찐한 일주일 동안의 시간도 이제 마무리를 하고 작별인사를 해야할 시간.

언니도 나도 앞으로 남은 일정들 잘 소화해서 마저 여행과 타지생활 잘 마무리하기로 하고, 그렇게 떠났다.

나보러 이 먼 길을 왔는데 맨날 아침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빡센 일정만 보내다가 심지어 하루 먼저 떠나게 만들고 참 미안한 일이 많았는데,

재미있고 찐한 시간 잘 보내다 간다며 오히려 ㅈㄹ맞은 집주인 때문에 나의 안위를 걱정해준 언니ㅜ^ㅜ

아 이렇게 내사람이 떠나니 또 조금은 허전해지는 건 어쩔 수 없구나.

 

 

 

그렇게 스패니쉬 언니네에 캐리어를 맡기러 왔는데,

오는 길에 집주인에게 또 온 문자.

"너도 알다시피 오늘 현관문 문제 때문에, 집에 들어올 때 연락해 내가 열어줄게. 밤늦게라도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의도적으로 잠금장치 바꿔놓고 병주고 약주나?

거기에 "왜 잠금장치 바꿨어?"하고 답장하니 또 아무 말도 못하는 너란 정신나간 집주인.

내가 왜 맘대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너한테 보고해가면서 다녀야 돼?

 

이 얘기를 스패니쉬 언니에게 했더니 언니도 어이상실해서 걔는 진짜 ㅁㅊㄴ이라며,

어차피 시간이 늦어서 기차도 없는데 오늘 너 그냥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집에 들어갈 때 현관 열쇠가 안 맞는 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나중에 시청에다가 신고하란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언니네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도대체 왜 내가 남의 집에서 갑자기 신세지면서 이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야하는지,

그것도 곧 중요한 일(폴란드로 출장이라면 출장) 앞두고 차분히 준비는 못할 망정

도대체 왜 이렇게 매일매일을 다이나믹하고 긴 하루를 보내야 되는지.

도대체 왜? 내가 왜?!

세입자 권리같은거 싹 다 무시하고, 내사람한테 겁나 무례하고, 사람을 아주 개호구로 보는 정신 나간 집주인 때문에 도대체 내가 왜!

왜 이런 사람 때문에 내가 수 년 간 이 나라에 쌓아온 그리움과 애정을 한번에 날려버릴뻔 했을까?

왜 매일밤 한국으로 돌아갈까를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내가 이따위 인간 때문에 왜?

도대체 정말로 왜??????????

 

의문에 의문에 의문이, 억울함에 억울함에 억울함이 꼬리를 물고 쉬이 놔주지 않는 밤이었다.

그래도 내일만 지나면 드디어 이 지긋지긋하고 악몽같은 시간을 벗어난다.

그 사실 하나로 겨우겨우 나를 위로함.

그렇게 결국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첫 기차시간에 맞춰서 나가느라 언니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알크마르로 이동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또 무사히 폴란드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알크마르에서의 정말 마지막 이야기만 남았다.

 

 

Copyright ⓒ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