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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6/8 악몽같은 집주인과 마지막, 어쨌거나 나는 폴란드로! (일기 시즌1 끝)

by Heigraphy 2018.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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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8(금)

 

스패니쉬 언니네서 거의 뜬 눈으로 밤새고 첫차 다니는 시간이 되자마자 집을 나왔다.

언니가 말한 대로 현관 열쇠가 안 맞는 걸 동영상으로 찍을 심산으로 준비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이날 아침엔 또 열쇠가 맞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현관 잠금장치라는게 그렇게 쉽게 뺐다 꼈다 할 수 있는 거냐고...

이 정신나간 치밀함에 졌다 내가.

 

 

 

급하게 나가느라 미처 다 못싼 짐을 후다닥 싸고 버릴 건 버리러 나왔다.

브람이 옛날에 준 이 아리조나 그린티 드디어 마심...

근데 나는 이 캔에 자꾸 전범기가 보이는 것 같고...

그래서 이걸 마셔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이사가는데 짐을 최대한 줄이고자 이제서야 약간 마지못해 마셨다.

 

집에 돌아가서 집주인한테 열쇠를 넘기고 체크아웃을 하는데

서로 할 말 참 많지만 안하는 이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를 깨고 미친 집주인이 건넨 한마디.

"네 친구가 열쇠 복사해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끝까지 코미디고 ㅁㅊㄴ이다;

내 친구가 뭐가 아쉬워서, 무슨 이득이 된다고 너네집 열쇠를 복사해가니?

저번부터 사람을 무슨 진짜 거지로 아는데 내 친구가 벌어도 너보다 훨씬 더 벌고,

숨이 턱턱 막힘에도 불구하고 이 악몽 꿀 거 같은 집에 온 건 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세상 사람 아무도 못 믿어서 결국 모두와 척지는 네 정신머리와 행동거지에 나는 이제 지긋지긋할 뿐이야.

평생 그렇게 살아 그래.

 

그리곤 마지막날이라 내가 당연하게도 지난 6월 월세 거스름돈을 달라고 했더니

나중에 보증금이랑 오버페이렌트 돌려줄 때 같이 돌려준단다.

??????????????

아니 그건 보증금도 렌트도 아니고 원래 내 돈인데 네가 잔돈이 없다고 못 준 돈이고,

그걸 나는 며칠을 더 기다려줬는데 뭐가 이렇게 당당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한테 지금 나보고 10유로 가지고 진짜로 그렇게 구냔다.

이건 금액의 문제가 아니고.....

너는 슈퍼마켓 갔는데 거기서 거스름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하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기다리냐고..........

누가 상식 밖인지 제발 생각 좀 해보라고...........

 

그래놓고 또 혼자 핀트가 나갔는지 나는 사실 지난 며칠간 너한테 실망했고~~~~~~

원래 법적으로는 친구를 데려오면 안 되는데 너는 두 번이나 데려왔고 어쩌고 저쩌고~~~

그놈의 법, 법, 법, 실제로 네덜란드 법이 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럴거면 법조문 가져와서 계약서라고 하지 계약서는 왜 만드니?

결국 혼자 감정 격해져서 개소리 블라블라

너 같은게 나한테 실망하든 말든 IDGAF이라고 들어는 봤니ㅠㅠ

 

 

마지막까지 정말 더럽게 구는 집주인과 그대로 ㅃㅇ하고 이제는 진짜 폴란드행에 집중해야할 때.

 

 

 

버스시간까지 합쳐서 거의 3시간을 넘게 달려 아인트호벤 공항에 도착했다.

예전에 교환학생 할 때 여행 많이 다니면서 이 공항 참 자주 이용했는데, 오랜만이네!

빨리 또 다른 내 사람인 은진언니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분명 새벽부터 움직였고 3시인가 3시반 비행기였는데 시간이 꽤 촉박했다.

 

 

 

부지런히 출국심사 마쳐서 다행히 무사히 승강장으로 이동.

그나저나 이때 그냥 놀러가는게 아니라 일하러 간다고

일하는데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ex. 랩탑, 카메라, 렌즈 등등)를 백팩에 다 넣어서 갔더니

자꾸 짐검사하는데 내 가방만 걸려서 열어보고 그랬다ㅜ^ㅜ

결국 통과시켜주긴 했지만.. 여전히 뭐 때문에 걸린 건지 알 수 없음ㅜ^ㅜ

 

 

 

이날 먹은 거라곤 아리조나 그린티뿐이고 밥도 한 끼 안 먹었는데,

공항 와서 시간 여유가 조금 생겼음에도 입맛이 전혀 없어서 결국 아무것도 입에 못 댔다.

 

 

 

Wizz Air Priority로 탑승을 했는데

Priority라고 미리 내보내서 땡볕에 거의 30분을 서있었는데

과연 이게 좋은 건지 모르겠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 때문에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한 빡센 하루를 보내느라 비행기 타자마자 거의 기절했다.

두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났더니 곧 착륙한다는 이야기를 들음.

그렇게 나는 네덜란드를 떠나 폴란드로 향했다.

 

 

 

2018년 3월 중순, 교환학생을 한 지 3년하고도 1개월만에 네덜란드로 돌아와서 초기엔 친구네서 신세도 졌다가, 수년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도, 새로운 친구들 만나기도 하면서, 가끔은 유럽에 지내는 내사람들이 내가 있는 곳까지 놀러와서 만나기도 하고, 처음의 다짐처럼 사진으로 작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도 하고, 그새 아지트라고 부를만큼 좋아하는 공간이 생겨 오랜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두기도 했다가, 그렇게 6월 초까지 이곳에서 자리잡는 이야기와 살짝 안정기에 접어들은 것 같았지만 끝에는 집주인과의 갈등이 기다리고 있었고, 폴란드로 떠나는 것까지가 지금까지의 이야기이다. 나의 네덜란드에서의 삶을 조금 구분지어보자면 여기까지가 한 파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걸로 네덜란드 워홀일기 시즌1을 종료합니다.

 

  언제나처럼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개인기록으로 쓰기 시작한 거였고, 몇 명이나 이 글을 봐주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들어 읽었다는 흔적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나마 인사를 드려요. 읽어주시는 분들, 그것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게 비록 단 한 분뿐일지라도요. 쓰다보니 앞으로도 사진으로, 글로, 사람들에게 저라는 사람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드네요.

  현재 저는 폴란드를 다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네덜란드 생활에서 제2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여기서 잠시 한숨 돌리고 가는 이유는, 일단 일기와 현실 사이의 시간차가 꽤 벌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삶이 어떻게 의도한 대로만 흘러가겠으며, 그런 의미에서 저 또한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사람을 만났고 어떤 전환점을 겪게 된 것이 그 이유라면 이유예요.

  초기에는 타지에 있는 이방인이라는 기분을 어쩌면 즐기기도 하면서 마치 여행하는 기분으로 지내다보니 매일매일이 새로워서 매일매일 뭔가를 남겨도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안정기에 접어들었어요. 여전히 이곳에서 저는 도전하고 부딪혀야하는 것들이 많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적어도 심리적인 안정감은 생겼네요.

  이곳에서의 삶의 기록을 끝내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돌아올 때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다른 방법으로 적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처럼 매일매일 날짜를 적어가며 쓰는 일기형식은 아닐 것 같아요. 특별한 하루가 있다면 따로 기록을 남길 수도 있고, 때로는 일주일치 이야기를 몰아서 간단하게 남길 수도 있고, 어쩌면 어떤 영감을 받고 글이 쓰고 싶은 날 그 소회를 적는 방식일 수도 있겠죠. 그냥 어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나중에 내 스스로 돌아봤을 때 그때의 생각, 느낌, 기분, 감정 같은 것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가고 싶어요.

  여전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몇이나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올 것이라는 거예요!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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