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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워홀일기 번외 폴란드편 :: 바르샤바에서 쇼팽의 정취 느끼기

by Heigraphy 2018.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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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8~180622

 

약 2주간의 폴란드 생활기를 짧게 (네덜란드) 워홀일기 번외편으로 정리해봄!

 

 

  또 다른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향했던 바르샤바. 사실 나는 이곳에서 딱히 크게 기대한 것이 없는데, 어쩌면 내가 이 나라 혹은 도시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어서 그랬던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이곳에 '문화과학궁전'이라는게 왜 있고 유명한지 이해가 너무도 잘 되었다(들어가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왜냐하면 바로 쇼팽과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퀴리부인의 출신지가 바로 이곳 폴란드, 바르샤바이기 때문이지! 과학 문외한이어도 다들 지동설은 알 거라 생각하는데, '지동설'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의 코페르니쿠스가 바로 이곳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 특히 나는 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충격이고, 나는 과학보다는 음악, 쇼팽에 좀 더 관심이 있으니, 이번 기록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 바르샤바 대학교

(University of Warsaw)

 

 

 

  "쇼팽의 정취를 느끼는데 웬 대학교?"라고 묻는다면, 쇼팽이 바로 이 대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1817년부터 1827년까지 무려 10년 동안이나.

  남의 대학교를 굳이 시간내서 둘러보기는 옛날에 베를린 대학 이후로 두 번째였다. 인류에게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주거나 큰 영감을 준 어떤 사람이 그 기초를 닦은 곳이라는 사실이 꽤나 흥미롭고 궁금하지만, 사실은 그저 남의 대학교일 뿐인데 마치 관광지처럼 둘러본다는게 좀 웃기기도 하고 이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에겐 실례일 수도 있겠더라. 그래서 수업이 다 끝난 밤에 조용히 둘러보고 나왔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쇼팽이 공부했다는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2. 성십자교회

(Holy Cross Church)

 

 

  바르샤바 대학교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성십자교회다. 이곳에는 쇼팽의 심장이 안치되어 있다.

 

 

 

 

  입구에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는 예수상과 함께 "SVRSVM CORDA"라고 적혀있다. "Lift up your hearts(마음을 드높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부는 여느 교회와 다름이 없고, 실제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와 동시에 관광객도 참 많다. 특히 단체 관광객이 시간차를 두고 우루루 들어왔다가 나가곤 하더라.

 

 

 

  쇼팽의 심장은 교회 중앙에서 정면을 바라봤을 때 왼쪽 하얀 기둥에 안치되어 있다. 이것 역시 모르고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교회 안에 워낙 휘황찬란 번쩍번쩍한 작품이나 상(statue)들이 많기 때문에 한쪽에 작게 마련된 하얀 벽은 눈에 안 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쇼팽은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는데, 그가 유럽에서 연주 투어중일 때 바르샤바에서 혁명이 일어났고, 후에 조국에 돌아오려 했으나 러시아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파리에서 생활하며 결국 평생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죽음 또한 파리에서 맞이했는데, 심장만큼은 바르샤바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심장만 이 성십자교회에 안치하게 된 것.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교회를 포함하여 공원, 공항, 박물관 등등을 통해 바르샤바 각지에서 그를 기리고 기억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기일은 10월 17일이다.

 

 

3. 와지엔키(라지엔키?) 공원

(Łazienki Park)

 

 

  일명 '쇼팽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이 공원. 그 이유는 바로 쇼팽의 기념상이 있기 때문이다. 저 왼쪽 호수 뒤에 위치한 것이 바로 쇼팽상. 

 

 

 

  평일에는 인적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여유를 가지고 공원도 겸사겸사 둘러보면 좋다. 이 공원과 동상이 이곳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모양인지, 학교에서 단체로 와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가까이서 본 모습. 표정 하나 포즈 하나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게 느껴진다. 또, 보는 각도마다 보이는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이 동상을 가까이에 두고 근처 벤치에 앉아서 쇼팽의 음악을 들었다. 평소에 쇼팽은커녕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 아닌데도 무척이나 감회가 새로웠다.

 

 

 

  폴란드어로 적혀있어서 뭐라고 쓴 건지는 모르겠으나 짐작하기로는 1946년에 만들었다- 이런 내용인 것 같음.

 

 

 

  공원은 실제로 정말로 큰데, 그래서 이 기념상을 보기 위해 이 공원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라지엔키 공원'보다는 '쇼팽 기념상'을 검색하여 찾아가는게 훨씬 더 정확하고 빠르다.

 

 

 

  같은 공간에서, 일요일에는 조금 특별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5-9월 사이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와 4시 두 타임에 걸쳐 라이브 피아노 연주가 이루어진다. 사회자도 있고, 관객은 훨씬 더 많은 이 야외 피아노 연주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피아노 연주를 감상한다. 늦게 가면 벤치는 물론 잔디밭 한귀퉁이 마저도 자리가 없어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연주자는 이렇게 쇼팽 기념상 바로 옆에서 약 한 시간 가량 연주를 이어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자리(실제로 다들 정말 조용히 연주를 잘 감상한다)에서, 쇼팽을 옆에 두고 연주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피아니스트로서 꽤나 영광스럽고 귀한 기회이자 자리가 아닐까?

  공원에 가만히 앉아서 이어폰을 통해 쇼팽의 음악을 듣는 것 또한 감회가 새로운데, 라이브 연주라니. 이 공간, 이 시간이야말로 쇼팽의 정취를 정말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공간인 것 같다.

 

 

4. 쇼팽 음악대학교

(Fryderyk Chopin University of Music)

 

음대 벽면에 그려진 악보

 

음대 벽면이 이렇게 힙할 일?

 

옆에 있는 공원에 세워진 높은음자리표

 

  이곳은 쇼팽의 이름을 따서 세워진 음대이다. '음대'답게 가까이 가자마자 피아노를 비롯하여 각종 악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쇼팽의 후손들이 노력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니 그 연습하는 소리마저도 뭔가 신선한 자극을 줬다. 캠퍼스 자체가 그리 크지는 않고, 바로 옆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 쉬었다가 가기 좋은 곳.

 

 

5. 쇼팽 박물관

(Fryderyk Chopin Museum)

 

 

  이 박물관은 음대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티켓은 1층에서 구입할 수 있고, 입장은 한 층 위에서 할 수 있다. 일요일 오후에는 입장료가 무료라고 알고 있는데, 목요일 오전에 방문한 나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기다가 이날 박물관 내에서 특별한 연주가 예정되어 있어서 귀도 즐거운 박물관 탐방이 되었다. 무료 입장이나 피아노 연주 등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사전에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뮤지엄에 오면서 이런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입구에서부터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어서 정작 박물관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이날 입구에서 연주를 했던 학생들은 10대 학생들이었는데, 어린 솜씨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아주 수준급이었다.

 

 

 

  본격적으로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면, 쇼팽이 남긴 흔적들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쇼팽이 직접 그린 악보라든가,

 

 

 

  쇼팽이 유럽 연주 투어를 다닐 때 실제로 사용되었던 포스터라든가, 등등.

 

 

 

 

  박물관 중간중간에는 이렇게 작은 부스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는데,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각 주제에 맞는 쇼팽의 음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

 

 

 

  쇼팽은 피아니스트였음은 물론

 

 

 

  선생님이기도 했고

 

 

 

  유럽 투어를 다니게 되는 직업상의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럽 각지를 돌아다녀본 여행가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 박물관에서는 단순히 피아니스트 혹은 작곡가로서의 쇼팽뿐만 아니라,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는 뜻.

 

 

 

  쇼팽이 실제로 연주했던 피아노.

 

 

 

  그리고 박물관 지하에는 피아노 리사이틀을 위한 작은 홀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짧은 피아노 연주가 이루어졌다. 작은 홀이긴 하지만 연주자도, 관객들도 모두 진지하게 연주하고 경청하는 공간으로써, 연주 중에 사진을 찍는다든가, 소란을 만든다든가 하는 행동들은 자제해야 한다. 예상치 못하게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 이 뜻밖의 행운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 쇼팽 뮤지엄 관람이었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 없이, 사전 정보가 없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새 이만큼이나 봤으니 쇼팽의 정취는 충분히 느끼고 와서 만족스러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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