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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워홀일기 번외 폴란드편 :: 사진이 아까워서 올려보는 못다한 소소한 바르샤바 이야기들

by Heigraphy 2018.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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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8~180622

약 2주간의 폴란드 생활기를 짧게 정리해보는 (네덜란드) 워홀일기 번외편, 그 마지막.

사진이 아까워서 올려보는 못다한 소소한 바르샤바 이야기

 

 

1. 쇼팽카드(교통카드) 만들러 나갔던 날

 

 

  촬영 다음날 언니는 너무 피곤하다고 해서 혼자 쇼팽카드(교통카드)를 만들러 나갔다. 바르샤바에서 가장 큰 역(이름 모름)으로 가면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한 번에 가는 트램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날부터 해당 번호의 트램이 운행을 중단해서 결국 오지 않았다.

  나간 지 20분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직 트램 정류장이라고 하니 언니가 집에서 내 사진을 찍어줬다. 언니네 방 창문에서 트램 정류장이 보임ㅎㅎ

  처음엔 트램이 중단된 줄도 모르고 계속 기다렸는데(구글맵에는 계속 온다고 뜸)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겸사겸사 바르샤바 구경도 좀 할 겸.

 

 

 

  언니네서 역까지는 걸어서 약 40분 정도? 그런데 초행길인데다가 내가 워낙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가다보니 한 시간 정도를 넉넉잡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길거리에 붙어있는 반가운 포스터. 8월에 마틴 게릭스랑 켄드릭 라마가 폴란드에 온다고? 8월에 나는 폴란드를 다시 와야하는 걸까? 이 라인업이 내가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동안 네덜란드에서도 공연을 해줄 확률은?...

  사실 내가 이 사진을 찍을 때쯤 한국에서는 켄드릭 라마 내한공연이 확정되고 티켓 오픈일이 알려질 때라서 더 막 아쉽고 그랬다. 나도 럽에서 지내는 동안 좋은 공연들 많이 보고 싶은데.

 

 

 

  바르샤바에도 참 그래피티가 많았다. 근데 손상된 것도 많았다. 처음엔 이 도시를 보고 건물들 때문에 약간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내 머릿속 이미지의 '유럽'이라기보다 '러시아'라는 느낌이 들었달까... 물론 아주 편견 가득한 소리다.

 

 

 

  또, 공사하는 곳들도 많았다. '네덜란드도 요즘 공사하는 곳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한국보다도 네덜란드가 더 먼저 생각나 이제.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기차역. 사진 속 빨간색 간판이 달려있는 곳으로 가야 교통카드를 만들 수 있다. 나처럼 한 달짜리 교통카드를 만들려면 준비물은 사진과 돈! 사진은 꼭 증명사진일 필요는 없고 본인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을 증명사진 사이즈로 인쇄해서 가도 된다. 가격은 110즈워티 정도였던 듯? 약 33,000원 돈 정도면 바르샤바 1존 내에서 트램, 버스, 메트로, 기차(!)를 무제한으로 타고 다닐 수 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 정기권만 사도 30일 60회에 55,000원인데...

  왜 '쇼팽카드'라고 부르냐면, 카드 디자인을 여러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그 중에 쇼팽의 초상이 새겨진 카드도 있기 때문이지. 이왕 만드는거 쇼팽카드로 만들었다.

 

 

2. 오렌지 선불유심

 

 

  이건 도착한 날 언니의 도움을 받아 바로 구매했던 유심. 편의점 같은 곳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나, 개통은 꼭 통신사에서 해야한다. 준비물은 여권과 역시 돈! 데이터 유심과 통화 유심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 여행자라면 폴란드 내에서 전화를 쓸 일이 없으니 데이터 유심을 많이 살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는데 정말 놀랐던 점은 바로 7gb에 단 돈 7즈워티(약 2,100원)밖에 안 한다는 거... 네덜란드에서도 한 달에 저 정도 데이터 쓰려면 아무리 저렴해도 15-20유로는 줘야 하는데... 너무 저렴해서 충격. 근데 데이터도 엄청 잘 터져서 또 충격. 대신 내가 네덜란드에서 쓰는 유심과는 다르게 폴란드 밖으로 나가면 쓸 수 없다. (네덜란드 보다폰 유심은 유럽 내에서 자동으로 로밍 됨) 아무렴 어때, 어차피 네덜란드 돌아가면 네덜란드 유심 쓰면 되니까. 덕분에 2주 동안 저렴하게 데이터 빵빵하게 잘 쓰고 다녔다.

 

 

3. 바르샤바 구시가지(올드타운)

 

 

  언니 출근하고 없는 시간이 혼자 마실 나가듯 다녀온 구시가지(올드타운). 사실 사진이 아깝다는 건 바로 이 구시가지 사진들을 두고 한 말이었다. 원래 같으면 바르샤바 구시가지에 대해 공부도 좀 한 다음에 글도 올리고 할 텐데 왠지 이번 포스팅은 가볍게 쓰고 싶으니 그냥 사진 위주로 올려본다ㅋㅋㅋㅋㅋ

 

 

 

  이곳에 와서야 든 생각이 있다면 '여기 참 유럽 같다'는 거다. 삭막해보이기만 하던 폴란드 바르샤바는 어디가고, 여기야말로 내 머릿속에 있는 유럽 이미지 그 그대로일세.

 

 

 

 

 

  심지어 이렇게 좁고 길쭉한 모양의 집들은 네덜란드를 떠올리게 한다. 언니네 집이 위치한 주거지는 좀 삭막한 느낌이 드는가 하면, 중앙역 근처의 도심은 마치 무슨 서울처럼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서 더더욱 유럽 특유의 분위기를 읽기 어려웠는데 관광지(?)에 들어서니 이런 모양의 건물들이 즐비해있다니... 같은 바르샤바 안에서도 분위기가 이렇게 다르다.

 

 

 

  광장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런 아티스트들을 보면 괜히 속으로 반갑고 응원하게 된다.

 

 

 

  어린 아이들이 소풍을 왔는지 단체로 움직이고 있던 이곳. 구시가지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놀러오는 곳인가 보다.

 

 

 

  구시가지를 조금 벗어나서 돌아다니다가 본 뮤지엄 하나.

 

 

 

  마차를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관심을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

 

 

 

  다시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날이 참 맑았는데...

 

 

 

  구시가지에서 내려다본 바르샤바 일부.

 

 

 

  방향을 바꿔 다른 쪽으로 걸어가본다.

 

 

 

 

 

  조금 걷다가 근처 공원에 앉았다.

 

 

 

  출출해져서 근처 까르푸에서 빵 한 쪽을 사와서 공원에 앉아 먹었다.

  빵 다 먹고 나니 갑자기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부슬부슬 내리길래 이 정도면 큰 나무 밑에 잠깐 피해있어도 되겠다 싶어서 나무 아래로 피했는데, 아까 구시가지 탐방하던 아이들인지 뭔지 갑자기 어린 아이들이랑 선생님이 단체로 내가 있는 나무 아래로 합류했다. 근데 문제는... 비가 갑자기 너무 많이 와... 나무 아래에 딱 붙어 숨어있어도 못 피할 것 같은데 심지어 사람도 너무 많아... 그칠 기미도 안 보여... 그래서 결국 내가 자리를 피했다. 겨우겨우 그나마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가서 지붕으로 확실하게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조금 지나니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뜨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비 제일 많이 내릴 때 굳이 그 비를 다 맞아가면서 바르샤바 거리를 활보한 셈...

 

 

  정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쫄딱 다 젖었음ㅠㅠㅠㅠ 은진언니가 저녁에 자기 회사 직원들이랑 외식하는거 어떠냐고 했는데 비를 너무 많이 맞고 꼴이 이래서 못 가겠다고 했다ㅠㅠㅠㅠㅠ 흑흑 그래도 중간에라도 그쳐서 다행이야.

 

 

4. 코페르니쿠스

 

 

  전 게시물에서 쇼팽에 대해서만 아주 열심히 적었는데, 사실 나는 코페르니쿠스가 폴란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적잖이 놀랐다. 코페르니쿠스라는 이름을 입에 담아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지만..ㅋㅋㅋㅋ 분야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어떤 큰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친 인물들은 존경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배운게 다인 것 같지만,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는 것을 가져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꽤나 인상적이고 존경심이 좀 샘솟는달까. 그 시대에 '지동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다가온 충격은 과연 얼마나 컸을까. 나는 과연 살면서 그런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5. 휴일의 아카디아

 

 

  은진언니가 내게 바르샤바의 쇼핑몰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데려온 곳인데, 일요일에 가는 바람에 거의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쇼핑은 고사하고 맛있는 밥이나 한끼 하고 나온 곳. 하하. 쇼핑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라 크게 아쉽진 않았다.

 

 

  아카디아 앞 분수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여름을 즐기는구나.

 

 

 

  아카디아 앞에 폴란드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이 맑은 날 바람도 잔잔히 불어 하늘을 배경으로 펄럭이는게 예뻐 보였다. 2주 간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사람이랑 시간을 보냈고, 얕게나마 바르샤바에 대해 알기도 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정말 잘 지내다 갑니다.

 

  사실 정작 폴란드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언니한테 맨날 "네덜란드 빨리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서 언니가 약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돌아보니 참 미련한 투정이었지 싶다. 바르샤바에 있는 시간도 한정된 거라면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겼어야 하는 건데. 어차피 돌아갈 날짜가 정해져 있는 네덜란드인데도 뭐가 그렇게 그립다고 노래를 불러댔는지(한국도 아니고 무슨 네덜란드가 진짜 고향인 양). 하하. 다음에 가면 더 제대로 열심히 즐겨주겠어, 바르샤바.

  이걸로 네덜란드 워홀일기 번외 폴란드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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