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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 :: 이쯤에서 돌이켜보는 처음 워홀 올 때의 마음가짐과 생각

by Heigraphy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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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더치 지인이랑 얘기하다가 나보고 처음 워킹홀리데이 올 때 어떤 생각으로 왔냐는 질문을 받아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아주 원초적인 이유를 거론해보자면 거창한 건 없었고, 1. 네덜란드와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너무 그리웠고, 2. 전에는 학생 신분으로 와서 놀고먹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3. 나는 어디서든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이번 네덜란드 생활은 블로그에 하나하나 전부 기록하고 싶다는 다짐은 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면서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채우던 생각과 고민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워킹홀리데이 국가로는 생소하다면 생소한 네덜란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결정하면서, '영어를 정복할 것이다, 돈을 왕창 벌 것이다' 등의 목표는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이런 것들도 이루면 좋음. 근데 이런게 1차적 목표였다면 호주나 캐나다 같은, 좀 더 목표를 이루기에 근접한 국가를 갔겠지).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군가가 남긴 글을 많이 읽었다. '몇 살엔 이렇게 사세요, 저렇게 사세요'류의 밑도끝도 없는 자기계발서가 아닌, 저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책들을 읽었다. 그렇게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의 형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만 하던 것을 누군가는 이미 살고 있고, 그것은 이미 다양한 삶의 형태 중 하나로 정립되어가고 있는 중이구나.

  누군가는 내가 한국이 싫어서 떠난 줄 아는데, 아니다, 나 한국 좋다. 살기 힘든 것은 맞지만 싫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한국에 있거든. 내가 떠나려던 이유는 그런게 아니다. 언제부턴가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냥 없었다. 여기저기 살아보고 싶었다. 그러다 가장 맞는 곳,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얼마간 머물다가 다시 다른 곳에서도 살아보고. 들리기엔 낭만적일지 몰라도, 그러려면 사실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가진게 많지 않기 때문에 내려놓아도 되겠다는 결정을 조금은 쉽게 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또 미니멀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 와있는 지금, 나는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다. 과연 나는 어디서든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며 살 수 있는 사람인가. 그 첫 번째 실험지가 된 네덜란드에서의 삶이 스스로 만족스럽고 성공적이라고 한다면, 앞으로도 나는 이런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겠지.

  지내다보니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내 삶이 늘 그랬듯 조금은 더디게 천천히 나아가고 있을 뿐.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삶의 형태를 실험해보기에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 것 같다(사실 그마저도 비자 문제 때문에 온전히 1년을 지낼 수 있지도 않다). 그래도 나는, 이 더디지만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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