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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암스테르담 프라이드(Amsterdam Pride)+보트투어(feat. 끽연권)

by Heigraphy 2018.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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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4(토)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 프라이드를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퀴어축제, 퀴어퍼레이드 등을 '프라이드(Pride)'라고 부른다.

알크마르에 살 때 알크마르 프라이드(Alkmaar Pride)에 다녀온 적이 있고, 이번에는 암스테르담 프라이드(Amsterdam Pride)에 다녀왔다.

알크마르 프라이드(Alkmaar Pride/Queer Parade)

 

네덜란드 워홀일기 :: 5/26 알크마르 프라이드(Alkmaar Pride/Queer Parade)

180526(토) 오늘은 알크마르 시티센터에서 알크마르 프라이드를 한다고 해서 보러 가기로 했다. 누구랑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는 건 아니고 물론 혼자^^ 일단 밥을 먹고 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냉장

tdfy.tistory.com

 

 

나는 사실 네덜란드 사람이면 누구나 이 프라이드가 다 익숙하고 한 번쯤은 참여해봤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몇몇 더치들도 이런 행사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도 있다.

이번 프라이드 때 암스테르담에 사는 친구가 보트를 태워준다고 하여 겸사겸사 가보기로 했다.

 

오전에 암스테르담까지 가야해서 나름대로 서둘러 출발했는데, 로테르담에서 암스테르담은 생각보다 멀다.....

결국 30분 정도 지각해서 보트 기다리게 함ㅎ..

 

이날 보트에는 거의 20명 정도가 탔는데, 두어 명 정도만 알고 나머지는 다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근데 (나 빼고) 금방 서로서로 인사하고 잘도 친해짐.

더치들 오픈마인드 여기서부터 각 나오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크마르에서도 그러했듯, 암스테르담에서도 운하 위에서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우리 보트도 마지막으로 우리가 타자마자 퍼레이드 보기 좋은 명소로 이동했다.

 

 

 

빨간색 X자 리본 3개는 암스테르담을 상징하는 것인 듯?

퍼레이드 보기 좋은 장소까지 가는데도 이미 길목에 참 현란한 팀들이 많았다ㅋㅋㅋ

 

 

 

우리 보트는 분홍색도 아니요, 무지개색도 아니요, 너무 평범해서 이런 퍼레이드에서 너무 존재감이 없었을 정도..ㅋㅋㅋ

금방 명당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배랑 배를 연결해서 움직이거나 떠내려가지 않게 서로 묶어두는게 인상적이었다.

 

 

 

나름 명당에 자리를 잡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바로 퍼레이드가 시작했다.

단연 눈에 띄는 이분의 등장으로 퍼레이드 시작을 알림!ㅋㅋㅋ

 

 

 

물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떤 건지 궁금하구요..ㅋㅋㅋㅋ

건너편에 자리잡은 엄청난 인파들~

 

 

 

이곳에서 시청을 'Gemeente'라고 하는데 그걸 조금 변형시켜서 만든 'Gaymeente' 보트!ㅋㅋㅋㅋ

가끔 이렇게 기발하고 재미있는 단체 이름이 지나가면 더 기억에 남는다.

 

 

 

무지개로 치장한 보트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

 

 

 

꽃가루 흩날리면서 계속되는 축제 분위기.

나는 네덜란드에서 '퀴어축제/퀴어퍼레이드/프라이드'라고 하면 한국이랑 다르게, 어디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긴장감 같은 거 없고, 다같이 '축제' 그 자체를 즐기는 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러던 중에 눈에 띄던 문구 하나.

"오늘 우리는 축하하고, 내일 우리는 계속해서 싸운다. 영웅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하자."

이 나라에서 LGBT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영웅'이 된다는 표현을 쓰는 걸 처음 본 것 같아서...

겉으론 상당히 개방적이고 이미 성평등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은 이 네덜란드에서도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고충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의례적인 문구인 걸까?

 

 

 

Love has no labels.

깨알같은 문구들이 마음에 들었던 보트.

 

 

 

LGBTI 활동가들이 더이상 억압받지 않는 세상이 되길!

 

 

 

해군인지 해경인지 모르겠는데 각잡고 경례하면서 지나가다가 꽃가루 날리면서 갑자기 다같이 축제 분위기로 돌변하는거 너무 귀엽다고요ㅋㅋㅋㅋ

공권력이 축제를 즐기는 일원으로 참여하는 프라이드 만세!!!!!!

 

 

 

정부 관계자들도 참여하는 프라이드 만만세ㅠㅠㅠㅠㅠ

 

 

 

알크마르 때에 이어서 암스테르담 프라이드에서도 경찰이 참여하는 모습도 빠질 수 없다.

이래서 내가 네덜란드 프라이드 좋아하지!

 

알크마르 프라이드에서 이런 모습을 처음 보고, 공권력이 참여하는 프라이드라는게 여기서는 참 자연스러운 건가보다 싶어서 문화충격을 받았다.

그 후 영감덩어리 친구랑 이거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어서 "교회에 무지개 깃발이 걸려있고, 경찰과 같은 공권력이 축제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진짜 축제를 즐기는 그 모습이 너무 놀라웠다"라고 했더니 친구도 살짝 놀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당연한거 아니었어 너희한테도?...

아무튼 또 봐도 놀라워 너무 본받고 싶어.

 

 

사진은 많이 없지만 이래봬도 세시간?정도 이런 퍼레이드가 계속 이어졌다.

덕분에 그늘도 없는 물 위에서 피부도 참 많이 탔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레이드 끝난 후에는 그냥 보트 타고 암스테르담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물 위를 달리는 순간은 분명 시원하고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한 가지 힘들었던 건...

좁은 보트 위에서 피할 데도 없는데 정말 나 빼고 다 담배를 피는 것 같았다.

보트 끄트머리에 주로 서있던 나는 가만히 서있다가 자꾸 봉변 당함;

사실 담배냄새에 엄청 민감해서 조금만 냄새 맡아도 금방 얼굴 찌푸려지고 바로 자리를 피하는 편이다.

한국과 다르게 '몇몇 흡연구역'이 있기보다는 '몇몇 금연구역'이 있는 네덜란드에 와서는 나름대로 많이 참고 지냈지만 이날만큼은 좀...... 도를 넘었음.......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데 숨을 못 쉬겠고 죽어가는 기분을 느껴봤달까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사실 갈수록 기분이 좀 별로였다.

일행도 내가 담배냄새 싫어하는거 알고 원래 내 앞에서는 잘 안 피는데 이날은 이 친구도 갈 곳이 없으니 그냥 피고...

나는 옆에서 죽어감...

얘도 쟤도 너도 그냥 다 짜증나ㅋㅋㅋㅋㅋㅋ

 

또, 다들 네덜란드 사람이니까 네덜란드어 하는 건 당연한 건데, 20명 중에 19명이 네덜란드어 쓰니까 어쩔 수 없이 소외감 오지고, 그나마 아는 사람마저 다른 사람이랑 행아웃하러 가면 나는 그냥 철저히 혼자ㅋㅋㅋㅋ

누군가가 담배피면서 네덜란드어를 말하면 나는 그냥 그 사람한테 다가갈 수가 없다ㅋㅋㅋㅋㅋ

뭐 이런저런 상황들이 좀 계속돼서 막 꽁기꽁기 기분이 별로였음.

 

 

 

중간에 카페 같은 곳에 멈췄는데 잠깐이나마 숨통이 좀 트여서 살 것 같았다.

근데 뭐 하고 싶은 기분도 별로 안 들어서, 커피 마시겠냐는 말에도 괜찮다고 거절하고,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담배냄새 안 나는 부둣가에 앉아있는데, 다른 친구가 오더니 또 뭐 마시겠냐고 물어봄.

'아니 그냥 혼자 둬주라...'라고 생각하는 중에 "뭐 마실래? 커피? 맥주? 콜라? 초코우유?"에 초코우유에서 띠용 해버림.

아니 여기 초코우유도 판단 말이야? 빨리 말해줬어야지ㅋㅋㅋㅋ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H를 보면 단 걸 먹이면 되고 그 중에서 초코우유를 먹이면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이 친구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는데 이날 뭔가 초코우유 하나로 통한 것 같아서 나 혼자 부쩍 편해졌다.

이 친구는 애초에 편함과 불편함 그런 걸로 나를 생각조차 안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지ㅋㅋㅋㅋㅋ

 

고맙다고 초코우유 받은 뒤에 계속 혼자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친구가 다가와서 무슨 일 있냐고 하길래, 담배냄새가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는데, 본인도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내가 신경쓰였다고 한다.

근데 신경쓰이는 건 쓰이는 거고, 결국 할 수 있는 건 없지..ㅠㅠㅠㅠㅠㅠ

다른 사람들이 담배피는 걸 네가 뭘 어쩔 수 있겠어 못 피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ㅠㅠㅠㅠ

 

 

 

다시 보트로 달리고 달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저 멀리 보이는 길쭉한 돔 같은게 바로 암스테르담 중앙역이다.

원래 맨날 centrum쪽 출구로만 나가서 반대편은 가본 적이 없지만, 전에 파즈언니가 반대편 출구에 되게 좋고 힙한 공간이 있다고 해서 뭐가 있구나 알고있기는 했는데,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곳이라 그동안 엄두를 별로 못 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ㅋㅋㅋ 그걸 이번 기회에!

 

 

 

매번 가던 곳을 반대편에서 보는 건 또 새로웠다.

 

 

 

그렇게 도착한 이곳에는 선상 레스토랑 같은게 있었다.

Veronica라는 라디오스테이션도 하나 있었는데 이 라디오스테이션이 굉장히 특별하다고 한다.

옛날에 네덜란드에서도 팝뮤직 같은 것을 트는게 금지되고 불법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베로니카 채널에서 몰래몰래 그런 음악들을 많이 틀어서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다고.

지금은 베로니카도 당당히 네덜란드의 공식 라디오 채널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베로니카의 불법 팝뮤직 선곡은 아마 친구의 아버지나 아버지의 아버지대 이야기쯤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거 보자마자 아버지 보내드린다고 사진 찍어감ㅋㅋㅋ

 

 

 

프라이드 주간답게 이곳에도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여기선 맥주도 한 잔 하고 간단하게 요깃거리도 먹고 하면서 담배냄새로 하루종일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짐ㅋㅋㅋ

 

 

 

해질녘쯤 되자 하늘 색이 예쁘게 물들어갔다.

이런 걸 보는 순간은 참 기분이 좋았지.

 

 

 

8월 초 9시쯤의 암스테르담은 이런 색을 지니고 있다.

 

 

 

한 10시쯤 됐을까?

어둠도 꽤 짙게 내려앉고 보트투어도 끝났는데, 운전하던 친구네 집에 가서 파티를 이어간다고 한다.

솔직히 이미 하루종일 담배냄새를 비롯한 여러가지에 좀 지쳐서 피곤해서 가고 싶지 않았다.

또, 퍼레이드 할 때부터 암스테르담에 와있는 다른 친구랑 만나자고 했는데, 보트타고 계속 이동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해서 그 친구 잠깐이나마 보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다들 이어서 파티 가는 분위기인데다가 일행들도 당연히 가고 싶어하는 눈치이길래 결국 친구에게는 미안하다고 하고 파티를 따라갔다.

 

아니 근데... 이제는 하다하다 다들 실내에서 담배를 피는게 아니겠음...

그럼 발상의 전환으로 내가 발코니를 나갈까 싶어서 가봤는데 발코니도 이미 누군가가 점령함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ㅋㅋ 너네 담배 피는 건 피는 건데 나도 피할 공간 좀 주라고 제발!!!!!!!!!!!!!!!

하루종일 이런 상황이 되니까 좀 기가 막혀서 나도 그냥 체념함ㅋㅋㅋㅋㅋ

파티에 어울릴 생각 같은 것도 별로 안 들어서 창밖으로 머리 내밀고 두 시간 가량을 그냥 은진언니랑 전화했다ㅋㅋㅋㅋ

 

돌아가는 길에 일행이 너 기분 되게 안좋아보인다고 해서 결국 참다참다 말함ㅋㅋㅋㅋ

담배냄새와 네덜란드어 대화, 그리고 친구를 기다리게 해놓고 결국 만나지 못한 것.

그 중에서 방점이 찍힌 부분은 역시 담배냄새였고, 나는 한국의 금연문화(?)에 대해 열렬히 설명함.

 

"우리는 공원이나 버스정류장이나 학교 근처 몇미터 이내에서는 무조건 금연이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건 법으로 금지까지는 아니지만 피지 않는 것이 너무 당연한 매너야. 너희는 '몇몇 금연구역'이 있지? 우리는 '몇몇 흡연구역'이 있어."

 

이런 얘기에 친구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친구에게 섭섭한 소리를 처음으로 한 날이었을 만큼 난 정말 힘들었다...

본인도 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을 이해해줘서 다행이었다.

 

프라이드도 인상깊었고 보트투어도 즐거웠는데 마지막에 담배냄새 때문에...

네덜란드 생활 정말 다 좋은데, 가끔은 비흡연자보다 흡연자 권리를 더 존중하는 것 같은 문화가 비흡연자인 나에겐 좀 힘들다...고 느꼈던 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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