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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8'19'섬나라 여행기(UK&Ireland)

섬나라 여행기 런던편 :: 비타민 빵언니와 함께한 런던여행 Day.3

by Heigraphy 2019.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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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진 3개월 만에 돌아온 섬나라 여행기군요... 쓸 얘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돼서 더더욱 쓰기 싫어지는 마법 같은 기분.. 사실 블태기를 넘어서 인생에 그냥 귀차니즘이 만연한 요즘, 다시 블로그 열심히 쓰면서 극복해보겠습니다.

 

 

  여행 셋째날에 찾은 또 다른 마켓, 브릭레인 마켓(Brick Lane Market)이다. 런던의 4대 마켓 중 하나라고 한다. 품목은 역시나 주로 빈티지. 상시 마켓은 아니고 일요일에만 열리기 때문에 시간이 맞다면 꼭 한 번쯤 가보라고 하고 싶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데, 좋은 물건은 오전에 이미 다 나간다는 말도 있고.

 

 

 

 

  이날도 빵언니와 나의 목적은 주로 옷이나 간단한 악세사리류였지만, 그 외에도 눈이 가는 아이템들이 참 많았다. 해리포터 같은데서나 볼 것 같은 표지의 빈티지 다이어리나, 오래된 필름카메라 등등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LP들! 다양한 가격대와 다양한 세대의 LP들이 시장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보물찾기 하고 그러는 건데...

  약간 뒤적거려보다가 마음에 드는 LP도 몇 발견했지만, 결국 플레이어가 없어서 내려놓았다. 한국에서 소싯적에(?) 앨범 수집 엄청나게 해본 사람으로서, 나중에 그게 다 처치곤란이더라고... CD는 플레이어라도 있어서 직접 듣는데, LP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턴테이블이 없어서 한 번도 플레이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빵언니는 달랐다. LP 무더기 속에서 잭슨 파이브의 LP를 찾아서 망설임 없이 질렀다. 조금 낡은 모습이 오히려 세월이 담겨있는 것 같고 정감이 갔다. 그게 겨우 5파운드였나 10파운드였나... 주인 아저씨가 가진 보물들에 놀라고, 가격에 두 번 놀랐던 곳. 이날 여행하는 내내 언니는 잭슨 파이브의 LP를 손에 꼭 쥐고 다녔다.

 

 

 

 

  브릭레인 마켓은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참 큰데, 처음엔 우리도 그 규모를 다 모르고 입구만 깨작깨작 다녔다. 그러다 웬 허름한 빌딩 뒤편에 들어섰는데, 이곳은 정말 주민들이 벼룩시장을 연 것 같은 그런 느낌의 공간이었다. 옷은 물론이고 다양한 생활용품이 있었고, 이들의 생활도 여기에 있었다. 이를테면 자전거 용품점에 직접 부품을 사고 자전거를 고치러 온 사람이 있었고, 아이랑 같이 시장을 둘러보는 엄마도 있었다. 아무리 현지인 같은 여행객을 흉내낸다고 해도 결국은 여행객일 뿐인 내가 이런 생활을 발견할 때면 가장 반갑다.

 

 

 

 

  브릭레인 마켓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거리 곳곳에 스트릿 아트, 그래피티가 정말 많다는 거다. 작지 않은 런던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그래피티를 볼 수 있는 곳.

 

 

 

  마켓은 아직 반도 못 봤지만, 아침부터 돌아다니려다보니 꽤 출출해졌다. 그래서 중간에 있는 푸드트럭들에서 메뉴 하나를 골라 요기를 했다. 내가 선택한 건 닭강정 같은 거였다. 시식을 하나 맛보고 맛있어서 바로 샀다. 이게 5파운드인가 6파운드였는데, 1파운드만 추가하면 큰 걸로 바꿀 수 있다며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시장기만 면하고 싶을 뿐 많이 먹고 싶지는 않아서 거절했다. 근데 큰 사이즈라는게 이것의 거의 2배는 되어보였다. 약간 기름져서 느끼하기도 했지만 낯설지 않은 맛에 허기를 면하기에 딱 좋았다.

 

 

 

 

  빵언니는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베이글 베이크(Beigel Bake)의 핫 솔트 비프 베이글을 샀다. 베이글 사이에 대형 피클 두 덩이와 소고기 두 덩이를 넣어주는 통 큰 베이글. 가게 유리창을 통해 소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그게 엄청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에 비해 맛은 사실 그냥 그랬다. 고기가 뭔가 장조림용 고기같이 결이 살아있는 부위에, 꽤 짰다. 여기에 머스터드 소스를 더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빵언니는 머스터드까지 추가해서는 못 먹겠다고 했다. 나도 한 입 먹어봤는데 베이글 빵이 진짜 맛있었다.

 

 

 

  쇼디치 쪽에 있는 그래피티. 브릭레인 마켓의 초입이기도 하다.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그래피티들. 그래피티가 불법인 영국에서 한 군데 예외가 있다면 바로 이 브릭레인 마켓이 아닐까 싶다.

 

 

(왼쪽 상단 반가운 BTS 그래피티)

 

 

  이곳은 브릭레인 마켓을 따라 조금 걸어들어오면 볼 수 있는 곳. 거의 작품에 가까운 그래피티들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만큼 이 구역에서만큼은 런던 사람들의 개성과 자유가 느껴지는 한편,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곳은 용납할 수 없고 스트릿 아트는 여기서만 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숨이 막히기도 했다. 이 외의 구역에서는 그래피티는 물론 스티커범빙조차도 본 적이 없다. 허락된 구역에서만 할 수 있는 스트릿 아트라니 뭔가 아이러니 해.

  같은 도시인데도 구역마다 느낌이 모두 다른 런던. 바로 이 브릭레인 마켓을 보며 더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중간에 백야드 마켓(Backyard Market)도 발견해서 잠깐 구경했는데, 입구쪽에 있는 소세지가 참 먹음직스러워 보이면서도 연기가 너무 자욱해서 지나다닐 때 조금 힘들었다.

 

 

 

  우연히 본 오베이 자이언트의 벽화도 브릭레인에 있었다. 반가우면서도 역시 정해진 구역 안에서 만나게 되어 묘한 기분.

 

 

 

  이래봬도 마켓을 거의 3-4시간 가까이 돌고 있던 중이라 좀 힘들고 지친 상태였다. 잠시 앉을 곳을 찾고 싶어서 근처 펍에 들어갔다. 맥주 한 잔과 함께 한 꿀같은 휴식.

 

 

  빈티지 쇼핑을 기대하며 왔지만, 사실 브릭레인 마켓 어디에 뭐가 있는지 꿰고 온 건 아니고 그냥 발걸음 닿는 대로 옮기며 다녔는데, 정말 많은 마켓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은 없지만 실내 LP마켓, 세계 먹거리 마켓 등등 여러 종류의 마켓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발견한 곳이 바로 선데이 업마켓(Sunday Upmarket)이었다.

  선데이 업마켓의 지상에는 다양한 악세사리 및 잡화를 팔고 있었고, 지하에 우리가 찾던 빈티지 의류 마켓이 있었다. 이곳은 의류를 파는 분들부터 착장 상태가 남다르다. 정말 수십년 전부터 존재해온 상품을 가져다가 파는 것 같이 옷에 그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있는게 보였다. 근데 한편으론 케케묵은 먼지까지 포함하여 사기 선뜻 망설여지는 옷도 있었다. 아무튼 지하층에서 빵언니는 반지를 열심히 찾았으나 결국 맘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고, 나는 역시 맘에 드는 옷을 찾지 못했다.

 

 

  사실 이 선데이 업마켓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것이었으니...

 

 

 

  바로 지상층에서 골드스타(Goldstar) 아저씨께서 연주하고, 판매하고 있던 대나무 색소폰(Bamboosax)이다. 일단 아저씨의 연주가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멋졌던 데다가, 악기의 크기는 단소 정도인데 색소폰과 거의 똑같을 만큼 강력한 사운드를 낸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었다. 휴대성 쩔고 연주하기 쉬운 색소폰이랄까. 또, 세상에 연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나름 희귀(?)하다는 점도 우리에게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시범연주를 원하면 직접 불어볼 수도 있는데, 친절한 골드스타 아저씨께서 흔쾌히 도와주셔서 불어봤다. 학교용 리코더 불 때도 텅잉으로 불어야 하듯이 이것도 약간의 기술과 함께 폐활량을 필요로 하는 악기였는데, 아무렴 그래도 색소폰보다야 쉬웠다. 나도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이내 '이걸 산다고 한들 내가 꾸준히 연습할 수 있을까' 싶은 현실적인 생각이 들어 마음을 접었는데, 빵언니는 이게 정말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하지만 가격이 그렇게 착하지는 않아서 고민하던 그런 상황. 약 8-90파운드 정도 되었나? 언니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소소한 딜에 들어간 골드스타 아저씨. 빵언니는 결국 구매를 결정했다. 여행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바로 사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는 사실도 작용한 것 같았다. 부디 빵언니가 지금까지 꾸준히 잘 연습하고 있길..!

  약간 첨언을 해보자면, 골드스타 아저씨로 말할 것 같으면 본인이 악기 만들고, 본인이 운지법 개발하고, 본인이 마스터가 된 그런 사람이었다. 진짜 이 업마켓에서 존재감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닐까 싶음... 나는 악기는 안 샀지만 아직도 이 아저씨 닉네임과 전공분야는 기억할 정도.

 

 

 

  마켓을 장장 5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우리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피쉬앤칩스 맛집(?)이라는 포피스(Poppie's Fish&Chips)에 갔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잠시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는 단촐하게 피쉬앤칩스만 있을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종류가 꽤나 많았는데, 우리는 가장 기본 피쉬앤칩스 라지 사이즈를 시켰다. 캠든 헬스(Camden Hells)와 캠든 페일에일(Camden Pale Ale) 맥주는 덤.

  감자튀김을 찍어먹을 마요네즈와 케첩 소스를 자체제작 포피스 유리병에 담아준게 귀여웠다. 근데 그 외에는 특징이랄게 글쎄... 이곳이 피쉬앤칩스 맛집으로 몇 년째 1위라고 하는데 먹을수록 '이게 1위의 맛이라고..?'하는 의문이 좀 가시질 않았다. 맛이 없었던 건 아닌데, 딱히 특별하지도 않았다. 그냥 상상 가능한 생선튀김맛...

  런던을 두 번째 다녀가지만 피쉬앤칩스 맛있는 집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피쉬앤칩스 집만 있을 뿐.

 

 

 

  이틀이나 마켓에 시간을 너무 할애한 관계로, 저녁에는 못다본 런던의 구석구석을 좀 더 보기 위해서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으로 넘어갔다. 일요일 저녁이라 많은 상점들이 이미 문을 닫거나 마감 중이었지만, 이 거리의 악사들은 여전히 활기찼다. 주로 식사하는 사람들의 흥을 돋구었는데, 나와 빵언니처럼 지나가다가 보는 사람도 많았다. 그만큼 흥겨웠던 시간.

  221B 베이커 스트릿 얘기를 쓸 때도 잠깐 추억팔이를 했지만, 이곳에도 추억이 있다. 한국에 쉑쉑버거(Shake Shack)가 들어오기 전에 이 코벤트 가든의 쉑쉑버거에서 햄버거를 먹은 적이 있다. 2014년 10월쯤.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라. 그 때는 이곳이 아니면 못 먹어볼 것 같아서 약간 기를 쓰고 먹었다. 근데 쉑쉑버거에서 유명한 건 사실 햄버거+쉐이크의 조합이라는 건 정작 몰라서, 당시 학생이었던 데다가 1파운드=2,000원 가까이 하던 환율에 부담을 많이 느껴 세트메뉴도 못 시키고 햄버거에 감자튀김만 먹고 배가 안 차서 빠에야 같은 걸 또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도 쉑쉑버거 먹어봤다고 좋아라 했던, 어리고 뭘 좀 모르던 그때. 첫 유럽 여행에서 남들 하는 건 다 해보고 싶기만 했던 그때. 그때는 내가 이렇게 살면서 다시 런던을 찾게 될 줄 몰랐지. 그리고 누군가의 의견보다는 나 스스로의 선호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며 여유를 가지고 다시 둘러볼 수 있게 될 줄 몰랐지.

  이 이역만리 타지에도 옛 기억이 나는 장소들이 있다니. 이렇게 정드나 보다.

 

 

 

 

  코벤트 가든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 동안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안 갔다. 주말 내내 빈티지 마켓 돌아보느라 여념이 없기도 했지만, 남은 일정 동안에도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이나 내셔널 갤러리는 계획에 없었다. 나야 옛날에 본 적이 있는데다가, 이 박물관 혹은 미술관이 한두 시간으론 어림없다는 것을 알기에 별로 생각이 없었지만, 처음일 빵언니도 별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셔널 갤러리 앞에는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이 자리잡고 있다. 해가 다 떨어졌는데도 사람들이 여전히 삼삼오오 모여있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이리보고 저리봐도 참 웅장한 규모의 갤러리. 외관도 참 멋지다.

 

 

 

  야경 감상하고 그 앞에서 사진 찍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근데 나 눈 감았음.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상을 마지막으로 이곳을 떠났다.

 

 

 

  일요일 저녁의 런던은 생각보다 한산하다. 6-7시쯤이면 가게들이 전부 문을 닫는다. 우리는 일요일에만 그런 줄도 모르고, 다른 유럽 나라처럼 평소에도 6-7시면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 줄 알고, 런던도 생각보다 심심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7-8시쯤 되니 할 게 없어졌기 때문이다. 좋은 버릇은 아닌 것 같지만 자꾸 이전에 왔던 4년 전의 런던과 비교하게 되었다. 그 땐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밤 10-11시에도 혼자 뻔질나게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거의 자정 다 되어서 들어가고 녹초가 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뭐지?

  뭐긴 뭐야, 일요일이라 일찍 닫는 거지. 평일에는 9-10시까지, 런던의 밤도 꽤나 밝게 빛난다. 특히 피카딜리 서커스 같이 번화가라면 더더욱.

 

 

 

  할 게 없어서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셔널 갤러리에서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가 가깝길래(걸어서 8분?) 그곳은 분위기가 어떤지 확인해보고자, 그리고 역시나 4년 전에 갔던 그곳들이 다시 보고 싶어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오페라의 유령'을 봤던 '여왕폐하의 극장(Her Majestys Theatre)'을 볼 수 있었다. 여전했다.

  그러나 피카딜리 서커스 쪽도 마찬가지로 가게들의 거의 문을 닫는 분위기였다. 그 중 영국의 드럭스토어인 Boots가 마침 아직 문을 열고 있길래 구경하러 들어갔다. 빵언니는 이틀 간의 일정이 꽤나 고되었는지 파스를 찾았다. 우리가 마켓을 하루에 3-5시간씩 걸어다녔으니...(근데 그렇게 걷고 나는 반지 하나 겨우 건짐..) 언니의 고단함이 이해가 갔다.

  이날도 민박의 저녁식사는 시간을 놓쳐 못 먹었지만, 아마 숙소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즉석조리식품 같은거 사다가 먹었던 것 같다. 그나마도 그거 먹고 빵언니는 소화가 안 된다고 해서 약을 먹었다ㅜ^ㅜ 참, 내가 빵언니를 보고 이야기 나누면 기분 좋아지고 좋은 에너지가 생겨서 '비타민 빵언니'라고 부르는데, 언니는 정말로 여행 내내 나에게 각종 영양제를 먹였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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