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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 여행기 런던편 :: 비타민 빵언니와 함께한 런던여행 Day.5 본문

해외여행/18'19'섬나라 여행기(UK&Ireland)

섬나라 여행기 런던편 :: 비타민 빵언니와 함께한 런던여행 Day.5

Heigraphy 2019. 5. 7. 05:02

 

  여행의 마지막 날도 낮에는 일을 해야했다. 그러나 전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지막 날'이라는 버프를 받아 낮시간을 숙소에 앉아서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나가서 빵언니랑 오전 산책을 한 것? 숙소에서 가까웠던 하이드 공원(Hyde Park)을 슬렁슬렁 걸었다. 11월 초의 런던은 이미 가을이 만연해있었다. 평일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참 많았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알버트 공의 기념비가 하이드파크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했을까, 돌아가기 전 마트에 들러 아침 겸 점심 거리로 먹을만한 것을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또 일 할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서 아점은 못 먹고 일 다 끝나고서야 겨우 먹었다. 일을 하면서 여행도 다니는 이 디지털 노마드 같은 삶에 대해서는 다른 페이지에 꼭 더 자세히 남겨봐야지.

  오후에 아무런 일정도 정해놓지 않았던 빵언니는 내가 일을 하는 동안 옆에서 휴식을 취했고, 전날과 달리 내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어서 함께 나설 수 있었다. 빵언니는 열흘 정도를 여행하는 거지만, 나는 4박6일짜리 여행을 온 거라 사실은 이날이 나의 여행 마지막 날이자 빵언니와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가 향항 곳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이번 여행에서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가지 않았는데, 테이트 모던은 오고 싶었다. 예전에 런던 왔을 때 못 들러본 곳이기도 하고, 현대미술이 보고싶기도 했고, 6층에 전망 좋은 카페가 있다기에 가보고 싶었다. 가자마자 카페부터 올랐는데, 전날 저녁시간 내내 보고 다녔던 템즈강과 세인트 폴 대성당이 한눈에 보이는 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멋진 풍경을 보며 마셔서 그런지 커피 맛도 꿀맛이었다.

 

 

 

  전날 건넜던 밀레니엄 브릿지와 그 아래를 지나가는 중인 수상버스. 멀리서 보니 밀레니엄 브릿지도 모양이 평범하지는 않구나. 수상버스는 오이스터 카드로 탈 수 있는데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한 번 승선에 6파운드가 넘었던가?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테이트 모던은 금/토요일을 제외하고 6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오후 느즈막히 나왔던 우리는 사실 서둘러야 했다.

 

 

 

  the whole world+the work=the whole world

 

  테이트 모던은 일부 무료, 일부 유료인 미술관이다. 무료 전시만 본다고 하더라도 빵언니와 나에게 남은 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밖에 없었기에 엄청나게 촉박했다. 언니와 따로 둘러보고 1층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는 반도 둘러보지 보지 못하고 가야했다. 꼼꼼히 보지 않고 나름대로 빠릿빠릿 움직인다고 했는데도...

 

 

 

 

  나는 작품을 순서대로 둘러보지 않고 가까운 곳부터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며 봤는데, 거의 맨 처음으로 본 작품이 이거라서 좀 놀랐다. 'Guerrilla Girls'의 'Guerrilla Girls Talk'. '예술계에 존재하는 차별을 강조하는 익명의 활동그룹'의 '텍스트'도 현대미술의 범주에 들어가는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 그리고 그 텍스트를 읽으며 그들이 말하는 차별의 내용에 놀라기도 했다.

 

 

 

  '작품 풍(?)이 앤디워홀 같은데?' 하고 봤더니 앤디워홀(Andy Warhal) 작품이 맞았다.

 

 

 

 

  백남준 씨가 생각나는 작품이었지만 Kruger라는 디자이너와 테이트 팀의 합작이었던 작품.

 

 

 

 

  교과서에서나 봤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이 이곳에 있었다. 이것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테이트 모던에 전시된 것은 1964년에 복제된 것(레플리카) 중 하나라고 한다. 단순히 현대미술관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성지구나 여기. 유명한 이유가 있었구나.

 

  이렇게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예술가들의 작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나같이 미술과 현대미술에 무지한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샘'까지 보고 더더욱 흥미가 솟구쳤는데 시간이 다 돼서 어쩔 수 없이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내게 세 번째로 런던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더 길게, 더 꼼꼼히 둘러보고 싶은 미술관이다.

 

 

 

 

  빵언니가 저녁에 뮤지컬을 예매했다고 하여 티켓을 수령하러 피카딜리 서커스로 갔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차이나 타운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런던에서 외식을 하려면 대부분 상당히 비싼데, 이 차이나 타운 거리에 있는 식당들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빵언니를 런던에서 만난게 엊그제 같았는데 이 식사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이 여행기에 다 적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빵언니와 둘이서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은 잘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다. 내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의 매력을 이렇게 알아버렸다.

  어쩌면 일상 생활에서는 접점이랄게 없을 수도 있었던 우리였는데, 단지 취미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공연장에서 만나다가 인사하게 된 인연이 지구 반대편까지 이어질 줄 그땐 몰랐지. 각자의 여행을 잘 마친 뒤 내년에 한국에서 보자는 인사와 함께 언니와는 헤어졌다.

 

 

  귀가길(?)에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Mason)에 들러 짝꿍과 짝꿍 부모님께 드릴 로얄 블렌드(Royal Blend) 차를 샀다. 이후에는 밤버스를 타고 네덜란드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일단 숙소에서 짐을 마저 챙긴 뒤 길을 나섰는데, 워낙 급하게 나서서인지 정작 나와서 걷다보니 시간이 좀 넉넉했다. 런던의 엘리베이터 없는 언더그라운드를 캐리어를 들고 왔다갔다 하기가 싫어서 돌연 걷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처럼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돌바닥에서 캐리어를 끄느라 소리가 좀 시끄러웠던 것만 빼면, 걸어서도 갈 만했다. 걸어서 약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숙소에선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남방을 하나 빠뜨리고 나왔고, 이건 나중에 유럽여행 중에 네덜란드에 놀러온 친한 동생이 가져다주었다는 사실)

 

 

 

 

  걸어간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런던의 밤거리와 밤하늘도 계속 볼 수 있었고 말이야. 무기력을 탈피하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목적이라도 이룬 양 돌아가는 발걸음도 참 설렜다. 새로운 곳에서 기분전환도 하며, 빵언니와 함께 한 덕분에 편안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언어의 장벽 없이 속깊은 얘기를 나누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돌아갈 곳에는 또 다른 내사람인 짝꿍이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되었다. 여행 중간중간 통화를 자주 하긴 했지만, 직접 가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다.

 

 

  플릭스버스(Flixbus) 터미널에 꽤 여유있게 도착하였다. 오이스터 카드를 환불하려고 했는데 이곳에서는 환불이 안 된단다. 어차피 마이너스 잔액이라 크게 아쉽진 않았다(오이스터 카드는 잔액이 부족할 시 1회에 한해 보증금에서 차감되는 방식으로 이용 가능하다). 나중에 런던 또 갈 수도 있는 거고.

  장장 10시간을 달리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물과 주전부리를 조금 샀다. 지도상으로 보면 영국와 네덜란드가 상당히 가까워보이는데 왜 버스로는 10시간이나 걸리느냐 하면, 버스 경로가 영국->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순으로 올라가는 거였기 때문이다. 아마 네덜란드 직행으로 가는 경로가 있었다면 훨씬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오이스터 카드 환불 때문에 헤매느라 정작 버스는 출발시간을 거의 5분 정도 남겨놓고 탔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많이 차 있었다. 플릭스 버스는 지정석 제도가 아니라 선착순으로 앉고 싶은 곳에 앉는 것이기 때문에 늦게 온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겨우 자리를 잡고, 버스는 곧 출발했다. 자리에 USB 충전 포트가 있어서 요긴하게 사용했다. 기사님이 매우 친절하시고, 중간중간 안내방송을 할 때 농담을 치기도 하셨는데 그 모습이 참 유쾌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거지만 영국 국경에서 여권 검사와 짐검사도 다 했다. 이게 참 번거로웠다. 밤 12시쯤 두 번 정도에 걸쳐 버스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여권 확인 받고, 다시 조금 가다가 문제가 생겼다며 모든 짐을 다 가지고 다시 내려서 하나하나 확인받고... 이 과정에서 어떤 남자는 구체적으로 호명당하며 나와서 확인을 받으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더 피곤해져서 버스에선 내내 잤다. 해저터널을 지날 때 버스를 기차(?)에 넣고 이동하는데, 창밖이 변함이 없자 비몽사몽해선 '왜 버스가 멈춰있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국경에서 검사할 때, 프랑스에서 정차할 때, 벨기에에서 정차할 때 말고는 10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휴게소 같은 곳도 들르지 않는다.

 

 

 

 

 

  네덜란드에 들어선 뒤부터 좀 잠이 깨서 그때부턴 창밖을 계속 바라봤다. 아름다운 일출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서야 네덜란드에 도착하여, 직장인들은 벌써 출근을 할 시간이었다. 짝꿍에게 위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찍어 보내니 짝꿍도 하늘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다.

  충전을 하고 왔으니 네덜란드에서도 다시 이렇게 새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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