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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19'무박2일 해돋이(정동진,강릉)

무박 2일 정동진·강릉 여행 :: 01 밤기차 타고 마주한 정동진의 해돋이

by Heigraphy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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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현지인보다 여행객이 현지 스팟을 더 잘 아는 법이다. 서울에서 밤기차를 타고 가면 해뜨기 직전에 정동진에 내려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외국인 친구의 이야기에 나도 꼭 가봐야지 생각했다. 2019년 버킷리스트에 적어놓기까지 하면서. 그리고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토요일 밤, 부랴부랴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청량리역에서 밤 11시 20분에 무궁화호를 타면 정동진역에서 새벽 4시 40분에 내릴 수 있다. 가격은 성인 기준 편도 21,000원.

  기차에 타기 전에 급하게 기차 안에서 간단히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고 무사히 예정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늦었다보니 역사 안의 시설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역 밖에서 겨우 편의점 하나를 찾아서 원하던 것들을 살 수 있었다.




  저녁을 못 먹고 출발해서 기차 안에서 먹은 참치김밥. 이런게 또 기차 여행의 로망 아니겠나. 우리가 탄 열차에 스낵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늦어서 운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밖에서 미리 사왔다.

  계획을 하나도 못 세우고 온 여행인지라 열차 안에서 바로 자지 못하고 검색을 많이 했다. 정동진만 보고 오는 건 아쉬우니까 강릉도 갈 건데, 정동진에서 강릉은 몇 시에 갈 것이며 정동진에선 무엇을 하고, 강릉에선 무엇을 할 지 등등. 그야말로 '정동진에서 해돋이 보기', '강릉으로 넘어가기' 말고는 정해진 게 없이 꽤나 즉흥적으로 다녔던 여행이었다.

  그래도 새벽 1시쯤 되니 친구는 슬슬 잠에 들었고, 나도 잠을 청해보고자 했지만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열차를 타고서야 깨달은 사실은, 밤기차라고 해서 불을 꺼주지 않는데다가, 무궁화호라서 꽤 여러 역에 정차하는데 그때마다 안내방송이 나와서 그리 조용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별로 피곤하지도 않은 데다가 너무 환하니 도저히 잠이 안 왔다. 그렇게 결국 한숨도 못 자고 말았다. 다음에는 밤기차 탈 때 꼭 안대와 귀마개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에 들지 못하는 동안, 예전에 순천 여행하고 밤기차 타고 올라올 때 너무 힘들어서 '이제 밤기차는 타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났다. 기억이 희미해져도 너무 희미해져 버려서 이렇게 또 타버렸네. 이번 밤기차행은 그 정도는 아니긴 했는데, 잠을 못 잔 게 아무래도 좀 예상 외의 고비였다.




  서울에서부터 참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탔었는데, 다 정동진에서 내리는 것 같았다. 연말도, 새해도, 무슨 기념일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해돋이를 보러 간다니, 다들 마음 속에 간절한 소원 하나쯤은 품은 걸까?




  아직 날이 밝기 전, 저 멀리 보이는 썬크루즈 호텔. 어두운데 저것만 밝게 빛나니 예뻐 보이긴 했다. 하지만 라운지 이용 가격이 너무 살인적이라 포기한 곳..

  날 좀 밝고 짝꿍님이랑 영상통화 했는데 저 썬크루즈가 보이니까 저 배 뭐냐고 물어보길래, 이거 SS로테르담처럼 다른 걸로 활용하는 거라고, 진짜 배는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SS로테르담은 진짜 배라며ㅋㅋㅋㅋ 하고 많은 것 중에 저걸 딱 캐치하다니 이 관심사 확실한 사람 같으니😂



photo by GH


  정동진에서 뭐라도 사진 하나 남기려고 삼각대까지 가져갔다. 근데 일단 날이 너무 흐린데다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삼각대 사용하기가 조금 불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름이라 해가 일찍 떠서, 사실 우리가 바다로 갔을 때는 이미 날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어서 마음이 급했다. 해돋이 시간이 5시 40분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미 5시쯤부터 점점 밝아오기 시작해서 사실 좀 당황했다. '해돋이 시간'이라는 건 해가 드러나는 시간이 아니라 이미 다 떠오른 시간을 말하는 거였나...





  시간이 조금씩 지남에 따라 정말 다채로운 색으로 변해가던 정동진의 하늘과 바다였다. 5-10분 사이에도 빛이 휙휙 바뀌는 게 참 신비해 보일 정도였다. 보다시피 구름이 잔뜩 끼어서 해는 못 봤지만... 구름에 퍼지는 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서 감탄이 계속 나왔다.





 같이 보고 싶었던 정동진의 붉은 바다.




  그리고 함께 봤던 친구. 그 순간을, 순간의 기분을 공유할 수 있어서, 함께하는 여행은 참 좋다.





  해가 다 떠오르기 직전이 가장 붉었던 것 같다. 이제는 꽤 오랜 시간 사진을 찍어왔지만 여전히 자연이란, 그리고 자연의 색이란 정말 신비해.



photo by GH


  약 40분 간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끝내고 정말로 날이 대낮처럼 점점 밝기 시작했다.





  붉은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완전히 푸르러진 바다. 이 바다도 역시 매력적이다.



photo by GH


  날이 어느 정도 밝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짝꿍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차에서 한숨도 못 잤는데 그렇게 피곤하진 않으며, 흐려서 해는 안 보였지만 해가 뜨는 순간은 예뻤고, 지금은 날이 좀 밝았는데 바다 좀 봐보라는 등등 온갖 얘기를 쫑알쫑알 한 뒤에 서로 나는 잘 놀고, 짝꿍님은 잘 자라고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통화하는 동안 친구가 내 사진을 찍어줬는데 내가 아주 온 얼굴을 다해 웃는 줄 몰랐다ㅋㅋㅋㅋ 다음에는 같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청량한 바다를 보는게 얼마만인지! 사실 정동진 여행을 오기 전까지 약간의 노잼기가 와서 모든게 재미없게 느껴지던 차였는데, 바다 한 번 보고 기분 전환 제대로 했다. 나는 진짜 이렇게 한 번씩 훌쩍훌쩍 떠나줘야 하는 사람인가봐.. 




  해돋이와 바다는 충분히 봤다고 생각해서 이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정동진에서도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1리구나.

  다시 정동진역을 지나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식당들이 꽤 많이 있었다. 이른 시간에도 많은 식당들이 문을 열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짬뽕순두부. 지금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이렇게 얼큰한 걸 어떻게 주문했나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정동진-강릉 일정을 통틀어 순두부를 한 번 먹기로 했고, 딱 한 번 먹는다면 짬뽕순두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덜컥 골라버렸다. 우리는 썬한식이라는 곳에서 먹었고, 짬뽕순두부 가격은 만 원이었다.




  생각보다 더 얼큰하긴 했지만 해물도 많이 들어있고, 순두부도 맛있고, 이래저래 맛있게 잘 먹었다.

  아침을 다 먹고 났는데도 그제서야 7시 정도가 됐다. 오늘 하루 참 길겠다 싶었다. 이후에 원래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좀 쉬려고 했는데, 정동진에서 굳이 카페를 갈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차라리 정동진은 빨리 보고 강릉으로 좀 더 빨리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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