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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나는 N잡러(N Job-er)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이야기 - 베이스캠프와 안정감에 대하여

by Heigraphy 2020.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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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디지털 노마드인가? 응, 이제는 그런 것 같다.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부터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을 했지만 그 때는 내가 완전한(?) 디노(디지털 노마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업무 특성상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긴 하지만, 실제 디노들이 누리는 자유로움을 '안정감' 있게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불안정하게 그저 옮겨다니기만 하는 건 디노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로부터 약 1년이 더 지났다. 그럼 지금은 안정감이 생겨서 디노라고 할 수 있나? 어느 정도 그렇다. 사실 그동안 나의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대신 베이스캠프가 늘었다. 즉, 내게 있어 안정감이라는 것은 생활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져 있는 베이스캠프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지금은 이 베이스캠프가 하나 더 늘은 덕분에 적어도 두 장소를 왔다갔다하며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가 없다. 디노에게도 베이스캠프는 상당히 중요하다는게 지난 1년 간 새로 느낀 점이다.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어디를 가도 임시 공간일 뿐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집이나 회사라는 공간과 그에 수반되는 기본적인 시설, 환경이 생활을 하고 업무를 하는데 있어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는지, 그 곳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잘 모를 거다. 자기가 스스로 환경을 만들거나 찾아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마냥 자유롭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이것도 결국 '여행'이 아니라 '사는 것'이니까.

  여행이 하고 싶으면 굳이 디노 말고 그냥 여행을 하는게 낫다. 일하면서 여행을 한다는 건 오히려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 있다. 디노로 산다는 건 여기저기 여행다니며 살 수 있다는게 아니라 그만큼 '삶을 살아야 하는' 여러 베이스캠프를 가진다는 뜻에 더 가깝다. 새로운 곳에 가도 단순 방문자가 아니라 얼마간 살아야하는 생활자이기 때문에, 베이스캠프를 비롯하여 삶과 업무 환경의 기반을 만들고 경험하고 확인하기까지 얼마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껏 한 장소에서 이런 것들을 쌓아놨는데 또 이동을 하고싶다면(해야한다면)?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지.

  '디노'라고 하면 무슨 바닷가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랩탑 두드리며 일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텐데, 실제로 그렇게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을 거다. 나도 사전에 책도 찾아 읽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들으며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라는게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직접 겪어보니 느끼는 바가 훨씬 많다. 그러다보니 할 말이 쌓였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본 소회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새로운 지면에 제대로 적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벌써 일 년 정도 지났다. 오늘 이 글을 시작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풀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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