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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진일기

이제 배추장사 가능! (feat. 1종 보통 운전면허)

by Heigraphy 2020.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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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 자랑은 하고 싶은데 개인정보 걱정돼서 소심하게 올려보는 나의 면허증 귀퉁이 사진

  면허 땄다! 무려 1종 보통을! 기간으로 치면 약 2주 정도 걸렸고, 학원 나간 일수로 치면 5일 만에 땄다. 이 블로그에 올렸던 것처럼 면허를 딴다고 해도 도로에서 주행은 못할 것 같았는데, 웬걸 나는 의외로 무대체질(?)이었다('무대체질' 탄생 비화는 이 게시물 아래에). 필기시험, 기능 시험, 도로주행 전부 한 번에 통과!🙋‍♀️

  나는 도로주행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장내보다 도로가 더 쉽다고 느꼈다. 물론 나보다는 내 주변 차들이 운전을 잘해줘서 내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던 거겠지만ㅋㅋㅋ 오죽하면 처음 도로주행 연습 나갔던 강사님이 딱 두 시간 타고나서 나보고 소질 있다고, "가서 (트럭 몰고) 배추장사 해도 되겠다~" 하셔서 게시물 제목도 저렇게 됐다ㅋㅋㅋㅋ

  면허증까지 발급받아서 기쁘긴 한데, 사실 학원 다니는 동안 기분 나쁜데 적당히 참거나 무시하고 다닌 것들이 너무 많았다(면허는 따야 하니까). 면허를 빨리 따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는, 시간과 돈을 더 들이기가 부담스러워서도 있었지만, 학원 사람들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도 꽤 컸다. 면허 땄고 이제 더 이상 볼 일 없어서 속이 다 시원하다. 여기다가 썰 오백 개 풀까 하다가 그냥 다 지웠다. 그보다는 그냥 운전 관련해서 짝꿍님이랑 즐겁게 대화했던 이야기나 풀어볼래.

 

  내 운전을 가장 응원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짝꿍님이다. 내가 운전한다는데 나보다 더 기대했던 사람😁 왜 1종 따냐는 질문 주변에서 진짜 숱하게 들었는데, 그때마다 "필요한 일이 있을 것 같아서"라고 적당히 대답했지만, 사실 "'유럽에서' 필요한 일이 있을 것 같아서"가 더 정확한 이유다. 적어도 네덜란드는 아직도 수동 차량이 많고, 구매나 렌트를 할 때도 자동보다 수동 차량이 조금 더 저렴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수동 면허를 딴다고. 사실 나는 평생 서울에서만 살 거면 운전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허, 그것도 1종을 딴 이유는 바로 유럽에서 운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1종 보통이다보니 연습을 계속 트럭으로 했는데, 사실 나한테 맞는 트럭은 없었다. 기능 시험과 도로 주행을 모두 포함해서 차량 4대는 몰아본 것 같다. 그런데 의자가 내 신체 길이만큼 충분히 당겨지질 않아서, 하나같이 뒤에 쿠션이나 가방 같은 걸 대고 앉아야 했다. 첫날 롱패딩을 입고 트럭을 몰아봤는데, 그나마 롱패딩이 부피가 커서 이 정도일 거라 생각한 나는, 날씨가 따뜻해진 3월 초까지 롱패딩을 벗지도 못했다.

  짝꿍님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럼 작은 차를 사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 차도 나에게 맞을 거란다. 왜냐하면 본인은 오히려 의자가 뒤로 충분히 안 밀려서 가끔 불편하다고 한다. 응? 우리 신체 길이가 너무 다른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 내가 만약 거기서 차를 산다고 해도 우리 서로 차 공유는 못하겠다고 했다. 내 차는 너에게 너무 작고 네 차는 나에게 너무 클 것 같네...^^ 면허 따기도 전에 무슨 차를 사네 마네 이런 대화 나누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음ㅋㅋㅋㅋ

  도로 주행 첫날에는, 너무 재미있었고 강사님도 처음엔 걱정하다가 나중에 잘한다고 했다며, '배추장사 해도 되겠다'는 강사님 드립을 일말의 의역도 없이 짝꿍님에게 전달했더니 "한국에선 그게 흔해? 왜 너보고 배추를 팔래?"라고 되물어서 빵 터짐ㅋㅋㅋㅋㅋ '우리나라의 많은 채소나 과일 트럭처럼, 당신도 트럭 몰고 채소 팔아도 될 만큼 운전 꽤 한다'는 뜻이란 걸 제대로 알려준 후엔, 배추 트럭 말고 더치 푸드 트럭 하자고 했다ㅋㅋㅋㅋ

  대망의 최종 합격 및 면허증 발급날. 도로 주행 이틀 연습해놓고 면허 땄다고 하니까 축하한다고 하면서 반은 약간 믿기지 않는 듯한 짝꿍님이었다. 영문 면허증을 짝꿍님에게 보여줬더니, 이걸로 12t 이하 화물차, 750kg 이하 카라반, 125cc 이하 원동기도 몰 수 있냐고, 자기보다 내가 더 많은 종류의 차를 몰 수 있단다. 띠용? 알고 보니 네덜란드는 수동 면허를 따는 건 일반적이지만 그걸론 일반 차량만 몰 수 있고, 저런(?) 차를 몰려면 면허를 각각 따로 따야 한다고 한다. (강습비+응시료+면허증 발급비 💸💸💸)(참고로 네덜란드는 면허증 발급비만 40유로(약 53,000원)라고 한다. 한국은 국문+영문 다해서 10,000원) 면허는 꼭 한국에서 따는 걸로...

  운전 배우면서 무엇보다도 짝꿍님이랑 '운전'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얘기가 통해서 더 즐거웠다. 매번 내가 조수석이나 스쿠터 뒷자리에 타면서 짝꿍님 속도 너무 빠르다고 구박하고, 다음엔 네가 내 옆에/뒤에 타라고 큰소리 떵떵 쳤는데, 직접 운전을 배워보니 오히려 짝꿍님의 운전을 500% 존중 및 존경하게 되었고요ㅋㅋㅋㅋ 요즘은 "나 그냥 계속 조수석/뒷자리 탈게"라고 한다거나, "나 네 운전 믿어, 너 완전 숙련자잖아~"라고 말해서 짝꿍님 또 달라진 내 모습에 빵 터짐ㅋㅋㅋ 직접 경험해보는 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오타는 살짝 무시해주시라

  위에서 언급한 '무대체질' 탄생 비화. 장내보다 도로가 더 재미있고 편하다는 말에, 나보고 무대체질이라는 친구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갑자기 무대체질이 웬말ㅋㅋㅋㅋㅋ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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