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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진일기

평범한 하루와 일상의 소중함

by Heigraphy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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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최 고 날 씨 최 고

  모처럼 콧바람 쐬러 나온 날. 꽃말이 '중간고사'라는 벚꽃이 어느새 흐드러지게 피었다. 대학생 아닌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벚꽃만 보면 중간고사가 먼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저나 올해 다들 시험은 제때 칠 수 있나?

  오늘의 외출 범위도 매우 한정적이지만,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괜히 얘기를 하나 꺼내본다.

  "나 동네에서 만나는 것 치고 과하게 (꾸며서) 입어도 돼? 다른 데는 입고 나갈 데가 없어."

  "응 되지ㅋㅋㅋㅋ"

  요즘은 새옷 쇼핑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안 하지만, 가지고 있던 옷으로라도 봄 기분 내봐야지. 모처럼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살랑살랑 길을 나서본다.

 

 

중화 코스요리 먹기

  아예 식당 앞에서 만나서, 만나자마자 점심식사를 한다. 회식할 때나 먹었던 중화 코스요리를, 오늘은 부담없이 자비로 먹어본다. 요리가 계속 이어져서 나오다보니 우리의 식사 시간도 길어지지만, 얘기를 많이 하느라 느려지기도 한다. 다 먹은 후에는 만족스럽게 배를 떵떵거리며 다음에 또 오자는 이야기를 나눈다.

 

  식당에 대한 포스팅은 따로 올렸으니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보기.

만 원에 즐기는 중화 코스요리, 더 차우

 

[창동] 만 원에 즐기는 중화 코스요리, 더 차우

날이 너무 좋다. 무심코 지나가던 길에 보고 깜짝 놀랐던 벚꽃. 언제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었지? 벌써 봄이 성큼 오긴 왔나 보다. 오늘 길을 나선 건, 바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전부터 무척 오고..

tdfy.tistory.com

 

  식사가 다 끝나기도 전부터, 이후에는 어디를 갈까 한참을 고민한다. 따릉이를 타고 옆동네 공원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저녁 일정을 고려해보니 체력이 무리일 거라는 판단이 든다. 이러다 또 그냥 무난하게 카페 가는 거 아니야? 하지만 계속 실내공간 돌아다니기도 좀 조심스럽고, 무엇보다도 이 날씨에 안에만 있는 건 너무 아쉬운데. 다행히 친구와 공통된 의견이 모아진다.

  "그러면, 개천 따라 좀 걸을래?"

 

 

카메라를 쉬게 하느니 새 사진이라도 찍겠소

  그렇게 찾은 산책로 겸 개천. 내심 개천 주변으로 꽃이 많이 피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왔는데, 예상 외로 꽃은 없어서 조금은 아쉽다. 대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시야를 조금 더 넓게 둘러본다.

  건너편 다리 밑에 새하얀 새 한 마리가 보인다. 이름은 모르지만 반갑다. 집에서 계속 놀리고만 있는게 아쉬워서 들고 나온 카메라를 가방에서 살며시 꺼낸다. 아마 두 달만에 눌러보는 셔터일 거다. 문득, 요즘 홈마들이 공연이나 행사가 없어서 본인 최애를 못 찍으니까 좋은 카메라로 새를 찍는데, 그 사진이 엄청 고퀄리티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새 사진이라도 찍는 것에 재미를 붙인 그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간다.

 

 

우연히 발견한 꽃

  결국 꽃이 만발한 거리를 발견한다. 올해 굳이 꽃놀이를 갈 마음은 없지만, 길가다 마주친 꽃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겠지. 시국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 많은 곳까지 멀리 안 가고 가까운 곳에서 지나가며 보는 꽃도 충분히 예쁘고, 인파에 치이지 않아도 돼서 어쩌면 더 낫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본다.

 

 

자몽에이드와 모카슈패너

  산책로 끝 무렵에 자리한 카페를 하나 발견하여 들어간다. 걷다가 지치고 목이 마를 때쯤 들어올 수 있는 카페라니, 반갑다. 조금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어 조용하여 더 마음에 드는 곳. 결국 밖에서 다른 할 거리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카페를 찾는구나. 그래도 식사 후 바로 온 게 아니어서 음료는 조금 더 맛있게 마실 수 있겠다.

  그나저나 아인슈패너는 많이 들어봤어도 모카슈패너는 처음 들어본다. 모카커피에 크림을 올려주는 건가 했는데, 크림 자체가 모카크림인 것 같다. 조금은 새로운 맛. 크림이 워낙 두텁고 무거워서 아래에 있는 커피를 마시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결국 숟가락으로 크림만 조금 떠먹다가 휘휘 저어서 커피와 함께 들이킨다. 맛있다.

 

 

손재주도 좋은 친구

  친구가 언제부터인가 열쇠고리 만드는 것에 취미를 붙였는데, 나에게도 하나 선물해준 적이 있다. 잘 달고 다니다가 악세사리 하나가 떨어져서 A/S(?)를 요청했더니, 이날 재료와 공구를 들고와서 이리저리 만지작거린다. 고리 하나만 달면 되는 거라고, 간단한 거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냥 신기하다. 전문가 같은 손길로 순식간에 고쳐준다. 친구의 손길을 거쳐 다시 태어난 열쇠고리는, 보다시피 계란후라이와 뒤집개의 조화가 무척 귀여운 모양이다.

  선물 이야기를 하니 치약이 생각난다. (갑분치약?) 덕심 충만하여 산 치약이 많이 남아서 나눔을 하고 있다며, 또 퍼주는 친구. 본인도 아직 써본 적은 없지만 맛이 별로 없다는 후기가 좀 있다며 너무 기대는 말라고 한다. 나는 대체로 무난한 향을 골랐기에 괜찮을 거라며, 잘 쓰겠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오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짝꿍님과 짧은 통화를 한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를 하러 잠시 나간다. 친구랑 밥먹고 산책 좀 하다가 지금은 카페를 들어왔다고 하니 짝꿍님이 놀란다.

  "카페? 카페를 갔다고? 아직 카페가 열려있어? 록다운(lockdown) 된 거 아니야?"

  "아니야. 한국은 록다운 안 됐는데, 그동안 내가 안 나간 것뿐이야."

  "어떻게 그래???"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주변 대부분의 나라들이 완전 봉쇄정책을 펼치는 중인 데다가, 짝꿍님의 나라인 네덜란드도 반 봉쇄(semi-lockdown) 중이라 슈퍼마켓과 약국, 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식당과 카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아야 하는 마당에, 봉쇄된 적이 없는 한국이 신기한가 보다. 여기가 좀 더 경각심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인가? 마스크를 잘 써서인가? 요즘 국제정세를 보면 나도 한국의 상황이 좀 신기해.. 그와 동시에 어깨도 쬐끔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으쓱으쓱. 오랜만에 바깥 바람 쐬서 좋겠지만 조심하라는 짝꿍님 이야기에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며 통화를 마친다.

 

 

내친구 이겨라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루미큐브를 하고 있던 친구. 첫 판이 금방 끝나길래 아쉬운 마음에 한 판 더 해보라고 하며 옆에서 구경 겸 훈수를 둔다. 이겨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나도 루미큐브 하고 싶은데 짝꿍님에 비해 레벨이 너무 빨리 올라서(루미 레벨로 잉여 인증 하는 기분..) 요즘 일부러 좀 자제하고 있다고 말하니, 그럼 본인 아이디로 하라며 친구가 선뜻 핸드폰을 건네준다. 둘 다 이렇게나 즐기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오늘 실물 루미큐브를 가져오려다가 안 가져온 게 아쉽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내 사진도 한 장

  돌아오는 길에 내 사진도 한 장만 찍어달라며 친구에게 부탁한다.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어느덧 적응을 해서 이게 '편하다'고 느끼는 내 자신에 놀란다. 멀리는 못 가더라도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예전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니 기분이 훨씬 낫다. 몸 건강만큼이나 마음 건강도 잘 챙겨야지. 일상의 소중함이 다시금 느껴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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