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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화를 사랑한 방식

[공연후기] 위로공단×제리케이 'No More__2' (노모어2)

by Heigraphy 2016.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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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찾은 어글리정션,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진 특별한 공연.

영화 <위로공단>과 제리케이의 4집 <감정노동> 쇼케이스를 한자리에 마련한 공연, 'No More__2'

이번 쇼케이스는 사실상 두 번째이기 때문에 '2'라는 숫자가 붙었다.

첫 번째 'No More__'는 마인드프리즘이라는 심리치유기업과 함께 이루어졌었다.

 

 

다음지도에 어글리정션을 친다고 나올리가 없어서.. 친히 주소 직접 치고 이름도 바꿨다!

어글리정션/The Ugly Junction/광흥창 아지트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이 곳.

화나(Fana)가 광흥창 주변에 지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해가 바뀌고는 처음 찾은, 아주 오랜만에 온 공간.

 

 

▲ 입간판

어글리정션을 상징하는, 빼놓을 수 없는 입간판.

저 화나님 캐릭터는 언제 봐도 뭔가 정겹다.

 

 

▲ 입장 도장

이날은 티켓 없이 손목 도장으로 입장!

나는 <감정노동>의 A&R 어시스턴트 언니의 초대로 오게 되었다.

서로 사전에 약속한 것도 아닌데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아는 얼굴들, 반가운 얼굴들이 어찌나 많은지!

요즘 이렇게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공연보는 재미를 더해가는 중이다.

 

 

▲ 시작 전

여느 공연에서처럼 시작 전엔 노래를 틀었다.

오늘의 콘솔/음향 담당은 화나님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옆에는 이렇게 귀여운 어글리정션 소품이.

 

 

▲ 어글리정션 바(Bar)

어정 바와 바텐더님 (초점이 나갔다. 슬픔..ㅜㅜ)

공연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바도 운영하는 줄 알았으면 밖에서 뭐 마시지 말고 와서 마실걸..

하나 웃겼던 건 '김빠진 맥주'가 '싯가'로 적혀있었던 것ㅋㅋㅋㅋㅋ

그 김빠진 맥주 제가 마셨습니다..

 

 

▲ 화나(Fana)

내가 앉은 반대편에서 음향 및 콘솔을 조정하시던 화나님.

이 공연 전날 3355파티에서도 봤던 화나님.

3355에서는 열심히 영상(화나프리카)을 찍으시던데

이날만큼은 어글리 정션의 주인장답게(?) 진행과 콘솔을 맡으심.

 

 

▲ 각종 음반 및 MD

공연장 뒤편에서는 각종 Stoneship 소속 뮤지션들의 음반과 MD들을 팔고 있었다.

지금 중고가 약 4만원에 거래되는 화나님의 <Brain Storming> 음반도 저렴한 가격에 새걸로 판매하고 있으니

하나 사서 재테크 하시라던 화나님ㅋㅋㅋㅋㅋㅋ

좋고 귀한 음반들이 많긴 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많고~

 

 

스피커에도 이렇게 어글리정션 표시가.

 

 

4시반쯤 입장하여 5시에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이 먼저 상영되었다.

 

▲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 장면 중 일부. 출처: Daum 영화

감독 임흥순, 출연 김진숙, 신순애, 이총각, 김영미 등.

 대한민국 산업화 및 경제발전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들의 노동(운동)사를 그린 작품. 영화의 시작은 70년대 일명 '공순이'라고 불리던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거슬로 올라간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구로공단 여공들의 이야기부터 동일방직 오물투척사건, YH무역사건, 기륭전자 사태를 생생한 인터뷰와 함께 담았을 뿐 아니라 현재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일하는, 70년대 우리나라 여공들의 모습을 닮은, 아시아의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현실과, 오늘날에도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여전히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마트 점원, 콜센터 직원, 그리고 그를 넘어 미적노동까지 강요받는 승무원 등의 삶까지 거진 40년의 여성 노동(운동)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드는 영화. 영화 속 인물들은 그저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한 것 뿐인데 왜 내 마음은 불편해져야하나? 모두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군가는 자신이 선택하여 삶을 살 수 없는 현실. 왜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여 살 수 없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질 좋은 노동환경을 쟁취한 것 같지만 왜 아직도 누군가는 일을 하면서도 가난하고(워킹푸어),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수준의 감정노동을 요구받아야 하며, 남에게 보이는 모든 면을 '서비스화'해야 하는 미적노동까지 강요받아야 하는가?

다양한 시사점과 의문을 남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번 제리케이의 <감정노동>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점이 있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위로공단×제리케이 No More__2 공연.

 

 나도 노동자로 살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아주 강렬하게 느낀 적이 사실 많았다. 20대가 된 뒤 거의 쉼 없이 이루어졌던 아르바이트들은 형태만 조금 다를 뿐 결국 손님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이었고, 그 때마다 수반되는 감정노동들을 나도 겪었기 때문에. 최저시급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각종 수당들을 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들은 (특히 아르바이트 초반에) 비일비재하게 겪었고.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 인구의 대부분이 노동자면서 학교에서 노동법 하나 가르치지 않는 이 나라의 교육과정까지도 개탄스러워지더라. 이런 생각들이 단순히 '나'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임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좀 더 많은 이들이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으면 좋았을텐데. 이 공연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이 영화의 존재도 모르고 살았을 테니까.. 그 점이 매우 아쉬워지는 영화였다.

 

 

 

▲ 제리케이(Jerry.K)

약 100여분 간의 영화상영을 마치고 무대로 올라온 제리케이님.

이날 공연은 초반엔 앉아서, 후반엔 서서 이루어졌다.

제리케이님이 앉고 서고에 따라 관객들도 앉고 서고(아니 그 반대인가).

 

 

 

사실 모든 공연이 그렇듯이 어디 적어놓지 않는 이상 공연이 끝나고 나면 셋리스트가 머릿속에서 거의 증발하다보니

이날 공연의 정확한 셋리스트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작만큼은 '난 희망해'로 시작했다는게 기억난다.

긴 얘기 말고 이 노래로 하고싶은 얘기를 대신 하시겠다며 부른 노래.

<감정노동>의 노래로 시작할거란 예상과는 달랐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었던, <현실_적>에 수록된 노래 '난 희망해'

이로써 새삼 제리케이님은 달라보이지만 사실 늘 같은 주제로 노래를 해왔었구나 하는 사실을 느꼈다.

"2016년인데 아직도 이런거 하고 있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감정노동>의 skit 중 하나에 나오는 멘트.

제리케이님은 늘 그런 노래를 만들었었다.

 

 

▲ 노란 리본 목걸이

제리케이님의 의상에 딱 하나 보였던 색깔, 노란 리본.

이날 날짜가 날짜인 만큼(4/17)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공연 중간 중간 본인의 얘기도 많이 이어가셨다.

힙합으로는 돈을 못벌어먹고 살겠다 싶어서 준비했던 취업, 이력서에 쓸 수 있었던 경력이라곤 '소울컴퍼니'뿐이었던 제리케이님의 20대, 그걸 알아봐준 단 한 곳 현대카드, 그러나 결국 얼마 안 가 사직서를 내고 돌아온 힙합씬, 예상치 못했던 소울컴퍼니의 해체 등등.

그러면서 앞으로 나는 잘 될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만들었던 노래 Believe를 부르시기도 하고.

결론은 지금은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것.

이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시겠다며!

언제나 응원하고 리스펙하는 제사장님.

 

 

그 외에도 앉아서 Studio Gangstas, Life Changes, 콜센터 등을 부르셨던 것 같다.

콜센터 우효님 파트는 관객들의 목소리로 대신하기도 하고.

 

 

▲ 서서 공연 시작!

앞에 좀 잔잔한 곡들을 앉아서 했으니 이제 좀 신나는 곡들을 해보자며 드디어 일어나신 제사장님.

#MicTwitter, 축지법, Louder 등 스탠딩으로 바꾼 만큼 <감정노동>에서 털ㄴ업하는 곡들을 부르셨다.

투표독려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로 듣는 <감정노동> 라이브!

 

 

 

 

▲ 열정적인 관객 호응

이날 진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장면인데

관객이 50명 남짓한 공연에서, 그 어떤 공연보다도 큰 호응을 들었다.

이를테면 'Louder' 부를 때 MR이 묻힐 정도로 관객들이 함성 부분을 따라 불러준다거나,

사진에도 보이다시피 손 들어달라고 하면 한 명도 빠짐없이 들고

300, 400명이 모인 공연에서보다 소리가 더 컸다, 정말.

다들 이 공연의 취지와 메시지에 공감하고, 제리케이님의 음악을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제리케이님이 사실 이날 처음 밝힌 사실이 있는데, 다음달에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하시게 되었다는 것!

(이 포스팅을 올리는 지금은 물론 공감 홈페이지에서 방청 신청도 받고, 제리케이님도 SNS에 업로드 하시는 등 공공연하게 이 소식이 알려졌지만 이 공연을 진행할 때만 해도 제리케이님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처음 밝히는 소식이라고 하셨다.)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하나 둘 공감에 나오기 시작하여 기분이 좋다.

 

 

이날 마지막 앵콜곡으로는 힙합계의 벚꽃엔딩 '화창한 봄날에'를 부르셨다.

여기서 <연애담> 라이브를 들을 줄은 또 몰랐네~

매우 알찼던 공연!

 

 

▲ 싸인회 진행 중

끝나고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싸인회를 진행!

나는 <감정노동>과 <일갈> 재발매반을 들고 싸인을 받았다.

<일갈> 들고 갔더니 제리케이님이 "어유 이런 고대 유물을.." 이라고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발매반이라 사실 그렇게 고대 유물은 아니에요..

 

뜻깊고 알찼던 3시간.

끝나고는 공연 보러 온 사람들이랑 같이 사진도 찍고!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같이 찰칵찰칵ㅋㅋㅋㅋ

앞으로 공연 다닐 때마다 만날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 기분이 좋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이 문화를 함께 향유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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