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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6/2 범상치 않은 아지트, 그리고 암스테르담

by Heigraphy 2018.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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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2(토)

 

 

언니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도 챙겨먹었다.

원래 10시쯤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점 한끼 먹으면 다행이었는데ㅋㅋㅋㅋ

식사도 아주 미국식 조식으로다가 제대로!!

집에 남아있는 재료들만으로도 충분한 한끼 식사가 됩니다ㅋㅋㅋㅋ

도대체 나 식료품을 얼마나 쌓아놓고 산 거야

 

언니는 오전에 먼저 나가고 나는 남아서 정리할 것들을 좀 하다가 오후에 합류하기로 했다.

 

 

 

언니가 한국에서 가져다분 몇 가지 물건 중엔 바로 요 부적도 있고요...^.^

이곳 생활이 생각보다 좀 힘들어서 보면서 힘날 만한게 있어야겠고요

세상 즐겁고 다정했던 2월의 브렠브레드 파티 사진을 걸어놓았습니다 짝짝짝

마음껏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감사합니다...★

 

 

 

반가운 편지(?)도 하나 도착했다.

DigiD 드디어 활성화시킴!

네덜란드 생활에선 필수와도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이후에 6월 렌트도 낼 겸 집주인이랑 앉아서 얘기를 좀 했는데,

나보고 친구랑 둘이서 다니면서 열쇠는 어떻게 하고 다니냔다.

보통은 집에 남아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다고 했더니,

열쇠를 내가 가지고 다니는 건 중요하다면서 친구한테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가 24시간을 같이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 난감하긴 하지만 집주인의 말도 이해는 된다.

나랑 내친구를 크게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은 건 유감이지만, 뭐 집이 걱정되나보지...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앞으로 열쇠는 절대 나만 가지고 다니겠다고.

 

그리고 드디어 6월 렌트를 냈는데

계약서대로라면 계약일 이전에 방을 뺄 경우 한 달 전에만 얘기하면 된다고 해서 나는 5월 19일에 방을 빼고싶다고 말했는데,

그럼 6월 렌트를 6월 19일까지 내야하냐, 6월 18일까지 내야하냐를 가지고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집주인은 19일까지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5월 19일부터 한 달이면 6월 18일 같거든.

말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얘기를 꺼냈더니 갑자기 혼자 썽이 난 집주인님;

오케이 자긴 하루가지고 나랑 싸우기 싫으니까 그럼 18일까지로 하잔다.

그러면서 갑자기 맥락에 관련도 없는 내 친구 얘기를 꺼내면서

네 친구가 일주일간 호텔에서 머물렀으면 원래는 돈을 훨씬 더 냈을 건데 너는 네 친구를 두번이나 데려왔고

주말만 지내는 것도 아니고 각각 4일, 일주일씩이나 머물게 한다 어쩌고저쩌고

?????????????

이 생색은 도대체 무슨 맥락?

하루치 렌트 가지고 싸우기 싫다면서 다른 걸로 트집잡고 싶을 만큼 그렇게 못마땅했니?

그냥 하루치 렌트 양보 못하겠다고 말을 하든가

(근데 이래놓고 잔돈 없다고 결론적으론 19일치 렌트+@를 받아감)

 

그리고 내친구가 무슨 돈이 없어서 이 집에 온 줄 알아........

나 보러 온 거지 무슨 그지 깽깽이라 온 거 아니야 이사람아.........

단순히 돈 때문이면 암스테르담도 아니고 이런 시골 촌구석을 기차삯 내가면서 뭐하러 굳이 오겠어?

말을 해도 'ㅏ'다르고 'ㅓ'다른건데, 안그래도 요즘 좋지만은 않은 감정이 쌓여가던 중에 이 순간 이 사람이 진짜 별로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가 솔직한 내 심정

 

 

 

조금은 황당하고 잡치는 기분을 뒤로하고 오후에 드디어 언니에게 합류했다.

주말에 트는 음악이 좋아서 좋아하는 카페 Roast에 마침 언니가 가있다고 해서

나도 오랜만에 음악이나 들으며 커피나 한 잔 하러 합류!

언니를 만나서 아까 집주인이 열쇠랑 렌트를 가지고 이런이런 얘기를 하더라 하고 얘기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언니도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며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함.

그리고 이번 토요일의 Roast는... 노래가 안나왔다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쿨하게 야외에 자리 잡고 앉음~

 

 

 

2차는 내가 정말 애정하는 공간인 아지트(Stadskantine Alkmaar)로 언니를 데려갔다.

5시반-6시면 거의 다 닫는 가게들에 비해 이곳은 저녁 늦게까지 열어서 시간 보내기가 정말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정말 자신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에 좋아하는 사람을 데려갈 수 있어서 너무 기뻤음!

언니 또한 이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이곳이 범상한 곳은 아님을 느꼈나보다.

단순히 술만 파는 곳이 아니라, 전시도 하고, 라이브 음악도 연주하고 다양한 문화예술과 놀거리가 제공되는데

이 모든 것을 즐기는데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부담도 없는 그런 공간이라.

이곳을 보고 언니는 한국에 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언니에겐 더더욱 의미가 깊은 어떤 공연장이 생각났다고 한다.

 

 

 

노리고 간 건 아니지만 주말의 아지트에는 늘 이렇게 라이브 연주가 기다리고 있지!

소싯적에 밴드부를 했던 언니는 이 밴드팀이 악기를 하나하나 직접 설치하는 모습에서부터 꽤나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저 드럼 저거 세팅 진짜 제대로 한다며ㅋㅋㅋㅋㅋ

 

 

 

그렇게 입틀막하고 집중하며 감상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진심으로 눈호강, 귀호강, 그리고 입호강.

이래서 제가 아지트 좋아라합니다.

 

 

 

요건 언니가 혼자 알크마르 시티센터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다는 나의 흔적과, 그 옆에 새로 붙인 언니의 흔적!ㅋㅋㅋ

알크마르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곳곳에 있는 이 흔적을 찾는 분은 또 언제든 알려주시길~

 

 

 

밤엔 다른 약속이 있어서 혼자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했다.

나의 전 하우스메이트언니를 만나는 날!

언니가 다른 사람들도 초대를 해서 총 4명의 사람이 모였다.

언니가 전에 새로 이사간 집에 같이 지내는 시리아 청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청년을 데리고 왔고,

내딴에는 뉴스에서나 보던 사람(?)을 이렇게 직접 만나서 술도 한 잔 하면서 얘기도 듣고 하다보니 꽤나 새로운 경험이라면 경험이었다.

뉴스에서는 그들에 대해 늘 우려섞인 이야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그의 삶은 아주 평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감히 내가 가타부타 할 그런 삶도 아니었다.

그도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었고, 나보다도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이 시기에 내가 집구하는 것 때문에 정말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는데, 오히려 나를 도와주겠다고까지 했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말이 없어지는 나를 보곤 부끄러워하지(shy) 말라며 다독이기도 했다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건 부끄러움의 문제가 아니야!ㅋㅋㅋㅋ

 

 

 

스패니쉬 펍에 간 것 답게 타파스를 시켜서 안주로 먹었다.

은근히 배도 차서 좋았음!

그렇게 여기서 두어시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2차도 갔는데ㅋㅋㅋㅋㅋ

언니들이 춤을 추고 싶었는지 조명 어둡고 노래 빵빵한 핫플레이스에 데려가서

DJ한테 막 스페인 노래 신청하고ㅋㅋㅋㅋㅋㅋㅋ (언니들이 스패니쉬)

나랑 시리아 청년은 오히려 요즘 미국음악을 좋아하는데

이 스패니쉬 언니들은 미국노래만 나왔다 하면 노래가 이게 뭐냐며ㅋㅋㅋㅋㅋㅋ

실내에서도 담배들을 펴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이런 자리가 정말 오랜만이라 재미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막차를 타고 알크마르로 이동했다.

스패니쉬 언니 한 명이 알크마르에 살아서 기차역까지 같이 왔는데,

영어를 못하는 언니와 스페인어를 못하는 나라서 서로 대화는 거의 안 되었지만,

언니의 배려로 기차에서 내내 한국과 관련된 유투브 영상 같은거 보면서 와서 생각보다 시간도 금방 가고 어색하지 않게 왔다.

내가 언니라고 부르지만 사실 나만한 딸이 있는 분으로, 그래서인지 나에게 신경을 정말 많이 써주시는 감사한 분이다.

이제 고작 두 번째 만난 건데도.

 

언니랑 기차역에서 헤어지고,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길.

언제부턴가 이 시간에 걷는 이 길은 언제나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해.

이곳에서의 생활과 내사람,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과 내사람에 대해.

지난번처럼 울지는 않았지만 생각에 잠겨 걷느라 보폭이 작아지고 걸음이 느려진다.

겉으론 즐거워보여도 늘 떨칠 수 없는 생각.

나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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