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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3-25'생활자의 여행기(Thailand)

[태국 수린] 코끼리 축제 보러 간 수린 여행 2

by Heigraphy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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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코끼리 축제 보는 날. 수린 코끼리 축제는 태국어로 응안 마하깜 창(งานมหกรรมช้างจังหวัดสุรินทร์ / Surin Elephant Round-Up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크게 3개의 행사로 구성되어 있다.

 

  1. 축제 전날 코끼리에게 먹을 것을 바치며 축제를 여는 의식
  2. 코끼리들과 조련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퍼레이드, 시내 행진
  3.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하이라이트 공연

 

  이 중 코끼리에게 먹을 것을 바치며 축제를 여는 의식인 '피티리양아한'을 보러 갔다. 장소는 창왕 기념비 앞(อนุสาวรีย์พระยาสุรินทรภักดีศรีณรงค์จางวาง (ปุม) / Phraya Surin Phakdi Si Narong Changwang (Pum) Monument).

 

1. 코끼리 먹이 주기 의식-피티리양아한(พิธีเลี้ยงอาหารช้าง)

이동 중

  그렇게 멀지 않다는 말에 걸어서 가기로 했다. 11월이면 태국의 우기가 끝날 때라서 날씨가 참 좋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뜨겁다는 뜻이기도 하니 얇은 긴팔은 필수. 그나저나 태국의 길은 희한하게도 인도가 별로 없어서 걸어 다니는 사람에겐 좀 불편하고 위험할 때가 있다.

 

 

호수

  수린 코끼리 축제가 열릴 때는 러이끄라통 주간이기도 했는데, 저녁 때면 이곳에서 다들 끄라통(กระทง)을 띄운다고 한다.

 

 

기념비 도착

  창왕 기념비에 도착하니 이미 코끼리 반, 사람 반이 모여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머리와 몸에 마치 옷처럼 화려한 천을 두른 코끼리들이 기념비 주변으로 빙 둘러진 과일과 채소를 먹기에 바빠 보였다. 이렇게 많은 코끼리 떼 살면서 처음 봄..!

 

 

사람 반 코끼리 반

  코끼리들도 자기 소속(?)이 있는 듯하다. 걸친 천 모양이 묘하게 다르거나, 혹은 아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녀석들도 있다. 다른 쪽 길에서 코끼리 떼가 이어져서 계속 유입되는 걸 보면, 한 팀씩 이뤄서 이동하는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보다시피 코끼리 등에는 대체로 훈련사가 함께 타고 있다.

 

 

코끼리 탑승 체험..

  코끼리에게 먹을 것만 주는 게 아니라 일도 시킨다.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다니는 코끼리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훈련사는 목에, 체험하는 사람은 등에 의자까지 올리고 앉는데 가끔 2-3명이 승객(?)으로 탑승하기도 한다. 아무리 코끼리가 튼튼하다지만 저 많은 사람을 어떻게 다 태우고 다니지?

  하나 더, 천을 두른 걸로도 모자라서 얼굴과 몸에 페인트칠을 한 코끼리들도 있다. 좀 덥고 거추장스럽겠다는 생각도 든다.

 

 

식사 중인 코끼리
벤치가 아닌 발판

  계속 서 있기가 좀 힘들어서 벤치(?) 같은 곳에 올라와서 쉬고 있었는데, 여기 벤치가 아니라 코끼리 탈 때 딛고 올라서는 발판 같은 거였나 보다. 탑승 체험 하는 사람들이 올라와서 대기타고 있다가 코끼리 등에 타고 그런다. 날이 더운데 고생이 많다 코끼리들...

  아, 참고로 이곳에 그늘이 없고 정말 뜨거워서 양산, 얇은 긴팔/긴바지, 선글라스, 선크림 등등 필수!

 

 

코끼리와 훈련사

  잘 보면 등에 탄 훈련사가 갈고리 같은 걸로 코끼리의 귀 뒤를 찌르면서 명령하는 걸 볼 수 있다. 도구의 이름은 말 그대로 '코끼리 갈고리'이고 태국어로는 '따커창(ตะขอช้าง)'라고 한단다. 따커창은 종교적인 물건이기도 한데, 브라만교의 길조로운 물건 중 하나로 다양한 사건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절대적인 권력의 상징, 부를 가져다주는 힘 등이 있다고 믿어진단다.

  끝이 워낙 뾰족해서 아플 거 같은데, 코끼리 피부가 두꺼워서 별로 아프진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코끼리가 아니고서야 아무도 모르는 거겠지만...

 

 

식사 중인 코끼리

  코끼리 표정이 웃는 것 같다. 코끼리 먹거리로는 파인애플, 수박, 사탕수수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건 안 비밀인데 이 정도 거리에서 코끼리 보는 거 생각보다 좀 무섭더라. 사진으로 볼 땐 귀여웠는데 실물로 보면 일단 크기와 덩치에 압도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 아기 코끼리인데도. 쟤네가 순해서 망정이지 맘맘 먹으면 나 정도는 그냥 밟아서 해치울 수도 있는 거니까...(?)

 

 

옷 입은 코끼리

  늦게 와서 맛있는 게 많이 남진 않았던 아기 코끼리 식사. 그나저나 분명 축제인데 마음이 온전히 즐겁지 않은 것은 내 문제일까. 이 더운 날 그저 인간을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까지 치장을 해야하는 건가😅

 

 

학생들과 코끼리

  교복 입은 학생들이 단체로 놀러온 듯하다. 해맑게 인사하는 아이들. 수린 코끼리 축제는 태국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이벤트인 모양이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보다도 현지인이 훨씬 많았던 거 같다.

 

피티리양아한이 있었던 창 왕 기념비:

 

 

 

2. 수린 기둥 사원(ศาลหลักเมือง สุรินทร์, Surin City Pillar Shrine)

이동 중

  피티리양아한은 아직 진행 중이었지만, 우리는 조금 먼저 자리를 떠났다. 이대로 밥을 먹으러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면 아직 한 군데 더 가볼 곳이 있다는 일행의 말에 발걸음을 돌렸다. 두 번째 목적지는 수린 기둥 사원.

 

 

빨간색 기둥 사원

  수린 기둥 사원은 태국어로 '쌀락므앙수린(ศาลหลักเมืองสุรินทร์, Surin City Pillar Shrine)'이라고 한다. '락므앙(หลักเมือง)'이 '도시 기둥'이라는 뜻이며, 태국의 여러 도시에는 도시 창건과 함께 도시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기둥 사원을 세우는 전통이 있는데, 수린에서는 이 빨간색 기둥 사원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쌀락므앙수린의 독특한 점은, 크메르(앙코르) 건축 요소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지붕 장식, 문양, 기단부 형태 등에서 크메르 사원의 영향을 엿보이는데 이는 과거 수린이 앙코르 제국의 문화적 영향권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제를 올리는 사람
내부

  내부 역시 빨간색이 주를 이뤘는데, 이는 힘, 생명력 등을 뜻한다고 한다. 반복되는 벽의 문양은 연꽃, 불꽃, 나가(용)의 비늘 무늬 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무한한 복과 순환을 상징한다. 가운데 황금 장식은 신성, 번영, 하늘의 축복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특히 도시 기둥은 고대 왕국 설립 시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땅의 영혼을 안정시키는 상징물로 사용되었기에, 금색은 기둥의 신성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점괘

  사원 안에는 점을 보는 것도 있었는데,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린 후, 빨간 막대가 담긴 원통을 양손으로 흔들다가 하나의 막대가 떨어져 나오면 그 숫자를 가지고 점을 보는 것이다. 해당 숫자에 해당하는 종이를 찾아 읽으면 된다. 이 방식은 중국계 전통에서 유래한 것인데, 태국 전역의 사찰과 기둥 사당, 특히 중국 사찰이나 브라만/혼합 신앙 사당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수린 기둥 사원의 점괘는 태국어와 영어, 그리고 한자로 적혀 있었는데, 번역기로 돌려보면 저거 언어마다 내용이 다 다름..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고 흘려 읽었다.

 

 

 

무용수

  벽면에 반복되어 그려진 인물들은 고대 무용수 혹은 신적인 여인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특히 브라만교와 초기 불교가 융합된 태국 전통 사당에서는 이런 형상이 신들의 수행자, 하늘의 무희 등으로 여겨지며 사당 내부를 정화하고 복을 불러오는 존재로 여겨진다. 즉, 이들은 신성한 공간을 수호하는 여인상으로, 도시 기둥이 가진 영적인 힘과 축복을 강화하는 시각적 기도문의 역할을 한다고.

 

 

수린 기둥 사원

  단순히 크메르 양식이 궁금해서 보러 갔던 작은 사원이었는데 참 의미가 많았다. 종교 공간일 뿐만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중심을 형성하는 정치/종교/문화적 상징임과 동시에, 점술통은 이 신성한 공간이 일상적인 삶과 영적인 믿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수린 기둥 사원:

 

 

  이후로는 식사를 하러 갔고, 저녁에는 러이끄라통(ลอยกระทง)을 보러 갔다. 수린에 고작 며칠 있었을 뿐인데, 코끼리 축제부터 러이끄라통까지 전통 행사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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