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기록/나는 N잡러(N Job-er)입니다

타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

Heigraphy 2024. 8. 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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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를 가르친다는 영광

  타지에서 모국어 가르치는 사람? 생각보다 별로 없다. 영어 가르치는 사람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그들이 다 원어민은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 중국 사람, 모로코 사람이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물론 타지에서 영어 가르치는 한국 사람도 있겠지. 영어는 잘하는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원어민 아니어도 대부분 수준급이고 잘만 가르친다. 이게 내가 지난 1년 동안 태국에 지내면서 느낀 점.

 

  기관에 처음 파견됐을 때, 영어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 혼자 한국어 선생님이었다. 영어 선생님들의 국적은 다양했고, 영어가 그들의 모국어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어가 영어보다는 수요가 훨씬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지 않다. 덕분에 내가 유일무이한 '원어민' '한국어' 선생님이었다는 건, 내게 묘한 자부심을 불러왔다.

 

  내 모국의 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가르쳐줄 수 있다니, 완전 영광이잖아? 제2의 언어를 새로 공부하지 않고, 그냥 나의 언어를 가르치면 된다(물론 원어민이더라도 가르치는 건 다른 문제이므로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전에도 경력이 없던 건 아니지만, 다른 곳도 아닌 제도권의 중심이 되는 기관에서 정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자니 참 감개무량했다. 팔자에도 없는 귀한 호칭 들어가며,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늙은이 같은 혼잣말도 자주 했더랬지.

 

 

많지 않은 수요, 불안정한 자리

  그 기관에서 영어는 전공 수업, 한국어는 필수 교양 수업 같은 거였다. 그런데 나의 자부심과 감개무량함도 잠시, 한 학기만에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는다. 교육과정이 변경되어 더 이상 한국어 수업이 개설되지 않을 테니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거였다. 교육과정을 무슨 일주일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꿀리는 없으니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였을 텐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나를 부르지 말았어야지. 사람을 이렇게 토사구팽하면 쓰나. 근데 어쩌겠나, 절이 그렇다는데 중이 뭘 할 수 있겠어. 그렇게 나의 첫 번째 기관을 떠났다. 다행히 현재는 내겐 여러모로 더 좋은 곳에서 다시 한국어를 잘 가르치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어 교육은 수요도 적고 공급도 적다. 적어도 영어에 비해선 그렇다. 그래서 필요로 하는 곳에 나만 준비되어 있다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처럼 언제 어떻게 수업이 사라질지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한류의 위상이 매우 높은 요즘 같은 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그 인기가 시들해지는 시점이 온다면 더더욱 장담을 못 하겠지. 부디 한류의 위상과 국가브랜드지수가 오래오래 높아서, 한국어 교육도 명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덧1

  개인적으로 한류의 위상을 견인하는 대장주는 수많은 컨텐츠 중에서도 단연 케이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타지 나오면 나 또한 안 듣던 케이팝을 주구장창 듣게 된다. 요즘 내 수업 예문의 주인공은 주로 민지, 하니다. 얼마 전에 '놀면뭐하니?' 샤이니 무대 클립을 본 뒤로, 앞으로 태민, 기범 등등도 자주 등장할 것 같다.

 

 

+) 덧2

  요즘 사진 편집해서 에디터에 하나하나 정렬하고 캡션 쓰고 과거 떠올리면서 정보성과 느낌성을 적절히 섞은 글을 쓸 시간이 별로 없어서 가볍게 줄글로만, 근데 태국 생활하면서 꼭 한 번쯤은 쓰고 싶었지만 계속 미뤄뒀던 주제로 써봤는데, 이틀이나 걸린 건 안 비밀. 사실 하고싶은 얘기가 더 있는데, 그건 다음에 또 줄글이 필요할 때(?) 돌아와 보겠다. 주제는 학사가 학부생 가르치기, 한국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안 하고 싶은 이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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