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한국 vs 태국 월드컵 예선 축구 경기 직관한 후기
2024.03.26(화)
밀린 게시물이 많지만, 이건 빨리 쓰고 싶어서 먼저 써본다. 인생 첫 축구 직관이 타지에서 보는 것일 줄은 몰랐지. 태국에서 이루어진 2026 피파 월드컵 예선전 [한국 vs 태국] 경기를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에서 직관했다.
1. 축구 티켓 구매
이 경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이미 매진이란 소리에 포기했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아직 티켓을 판매 중이라고 해서 당일 오전에 티켓을 사러 갔다. 구글맵에 'Thai Ticket Major'를 검색해서 나오는 지점 아무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듯했다. 나는 쌈얀 밋타운점에서 구매함. 거의 오픈하자마자 갔는데, 직원분 영어도 잘하시고 매우 친절하셨다.
참, 외국인은 여권을 가져가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어웨이석 1층은 다 나가고 2층만 남았다고 해서 구매했고, 700밧에 아마 수수료가 좀 더 붙어서인지 730밧(약 27,000원)을 지불했다. 어웨이석은 700-750밧, 홈석은 165-750밧으로 가격대가 좀 더 다양하다.
7시 30분 시작에 게이트는 4시 30분에 열린다고 했고, 선착순 입장이라 늦으면 3층에 앉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판매원이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냐더니.. 한국 대표팀 어느 호텔에 묵는지 아냐고 묻는다ㅋㅋㅋㅋ 나도 알고 싶다고 해줌... 한국 대표팀이 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가?
2. 경기장까지 이동
이번에 경기를 하는 라차망칼라 스타디움(ราชมังคลากีฬาสถาน)은 MRT나 BTS와는 좀 떨어져 있어서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MRT역부터 버스를 탔더니 엄청 막힌다. 약 10km 정도인데 거의 50분 탄 거 같음... 원래도 막히는 지역이라는데, 축구 경기 때문에 더 막힌 듯.
경기장 공원 입구부터 사람이 엄청 많다. 태국은 파란색이 응원색.
경기장까지 가는 동안 국기, 스티커, 판박이 스티커 등등을 비롯해서 각종 응원 도구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태국 선수는 물론이고 한국 스타 선수들 응원도구까지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너무 프로페셔널해서 좀 웃겼다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나 집에 태극기 많은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하나도 안 들고 왔네...
태국은 파란색이 응원색인가 보다. 그런데 국기가 파랑, 흰색, 빨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간혹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한국도 빨간색이 응원색이라 조금 헷갈리기도 했는데, 국기 색이 비슷해서 어쩔 수 없나 보다.
이 경기에 태국인들의 관심이 아주 뜨겁다 보니 홍보, 체험, 이벤트 부스도 참 많았다. 태국인들이라면 즐기기 좋았을 듯! 뭔가 나는 이날만큼은 소수자로서 그냥 조용조용, 조심조심 다니게 됨..ㅋㅋㅋㅋ
3. 라차망칼라 스타디움 입성
지금까지는 그냥 스타디움 앞 공원을 걸어온 거고, 여기를 지나야 진짜 경기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만 물조차도 반입이 안 된다고 해서, 방금 요 앞에서 물 한 병 산 사람으로서 살짝 당황했음... 바깥에서 파는 물은 병에 든 걸로 10밧인데 입구 지나서 안쪽에서 파는 건 플라스틱 컵에 든 걸로 20밧 받아서, 가격은 둘째치고 불편했다ㅠㅠ
티켓 확인하고 '피파 월드컵 2026' 글자가 새겨진 카드 같은 걸 하나 더 받았다. 아주 좋은 기념품이 되겠군.
라차망칼라 스타디움은 매우 커서, 어웨이석 찾아 가려면 거의 경기장을 반 바퀴 빙 돌아서 가야 했다.
4시반 오픈에 5시 반쯤 입장했는데 2층 M열에 앉았다. 2층을 사수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 먼 거리^_ㅠ
광각으로 찍어서 더 멀어 보이긴 하는데, 대충 시야는 이렇다. 아직 2시간 남아서 경기장은 좀 많이 비어있는 편.
노란색 관중석에 파란색 의자로 새긴 라차망칼라 글자.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인터넷도 조금 느려지고 배터리도 아낄 겸, 경기 시작 때까지 2시간 동안 그냥 주변에 이런 저런 구경하면서 시간 때움ㅋㅋㅋㅋ
한국 관중석은 주로 교민들이 많은 듯했고, 선수들 유니폼 입은 분은 물론, 얼굴에 태극 마크 그린 분, 북이랑 부부젤라(?) 가져와서 흥과 응원 구호 돋우신 분, 'Be the Reds!' 티 입은 분 등등 멋진 분들이 정말 많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빨간색 스포츠 의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진짜 좋겠다.
4. 경기 시작 전 몸풀기
6시쯤 되니 태국 선수들이 먼저 입장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응원 기싸움ㅋㅋㅋㅋ 일단 수가 훨씬 많으니 소리도 훨씬 크겠지만, 어쨌든 태국 응원단 소리 힘차고 멋졌다.
하늘색 상의에 빨간색 하의 입은 게 우리 선수들. 멀긴 너무 멀다^_ㅠ 우리 선수들 나와서 우리도 질세라 응원 구호 엄청 외쳤음. "대-한민국(짝짝짝짝짝)" 이거 진짜 몇 년 만에 육성으로 해보는 지 모르겠다ㅋㅋㅋㅋ 나 축구 직관은 처음인 2002 월드컵 세대.. 내 월드컵 첫 기억은 2002 한일 월드컵이다. 벌써 20년도 더 됐지만, 그때만큼의 기대감으로 벅차 올라 있었다.
국기를 길게길게 펼쳐도 위화감 없는 모양. 모두가 합심하여 이렇게 응원하는 게 멋져 보여서, 이때 만큼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응원에 참여할 수 있는 국기 모양이 조금 부럽기도 했네ㅋㅋㅋ
나..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엠블럼이 저렇게 생긴 줄 이번에 처음 알았네. 호랑이 호방하니 좋다.
경기 시작이 다가오자 관중석이 정말 꽉 찼다. 매진이라더니, 정말이었구나? 그 많은 인파가 동시에 휴대폰 플래시 라이트를 켜서 태국 선수단을 응원하는데, 이것도 정말 장관일세. 이런 게 홈 그라운드의 매력이자 맛이겠지. 상대팀 응원하는 나도 넋을 놓고 보게 되는데 태국 선수단은 사기 충전 제대로 됐을 듯하다.
나중에 알게 된 소식인데, 이날 왕도 오고 블랙핑크 리사도 관람하러 왔다고 한다. 태국 축구 협회가 비기기만 해도 선수단에 어마어마한 상금을 건 것하며, 이 경기에 태국인들 기대가 무척 높았을 것이다. 멋진 경기 해보자고요. 쑤쑤(สู้ๆ)!
5. 경기 시작
경기 시작이 임박해지고, 공식적으로 입장이 시작되었다. 선수단까지 입장한 후에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모두 일어나서 함께 불렀다. 경건해지는 마음.
태국 국기 파도 멋진 거 인정!
4-1-4-1 대열의 한국팀과 4-2-3-1 대열의 태국팀. 멀어서 사실 선수 개개인은 잘 안 보이고, 전광판 중계도 거의 없었던 관계로, 등번호를 많이 참고했다(그 자리에서도 등번호는 좀 보임). 태국에서는 12번 N.미켈슨 선수가 유명하다고 한 듯.
나 미리 말하지만 축알못이요. 그냥, 현지에서도 열기가 꽤 뜨거우니, 사람들이랑 같이 응원하고 현장감 느끼고 싶어서 보러 온 거지, 경기가 이렇다 저렇다 코멘트할 마음은 없음.
태국 선수단이 아무래도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초반부터 꽤나 적극적이어서 몇 분 안 돼서 골문까지도 가고 그랬던 거 같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볼 점유율은 분명 한국이 더 높아서 전반 초반엔 큰 긴장감은 없었던 듯..?
전반 20분만에 한국 첫골! 이재성 선수의 골이었다. 골 들어감과 동시에 어웨이석 다같이 기립 및 함성ㅋㅋㅋㅋ
어웨이석이랑 가까운 홈석 중, 진짜 가장 열띠게 응원하던 구역. 북소리가 쉬질 않고ㅋㅋㅋㅋ "(둥-둥 둥-둥 둥둥) 타일랜드!!" 외치는 응원법 너무 에너지 넘치고 흥겨워서 나도 모르게 박자 맞춰 같이 발 구르고 있었음ㅋㅋㅋㅋ 응원도 응원인데 점점 갈수록 경기보다는 그냥 자기들끼리 덩실덩실 뛰어 노는 거 같은 건 내 기분탓일까...?
일단 전반은 한국1:태국0으로 마무리 후, 후반전 시작. 후반에는 특히 조현우 선수가 공을 진짜 잘 막았다. 저 진짜 월드컵 정도나 가끔 보는 축알못인데요, 2018년 월드컵 독일전에서 조현우 선수의 선방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여전히 국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날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에는 공식적으로 45,458명이 입장했다. 약 최대 5만 석 정도 되는 걸로 아는데, 이 정도면 꽉 찬 거 맞네. 태국이나 한국이나 이 경기에 대한 열기와 관심 정말 대단하다.
경기 보느라 여념이 없어서 사진도 별로 없음. 54분에 손흥민 선수의 두 번째 골, 82분에 박진섭 선수의 세 번째 골로, 한국3:태국0으로 경기 마무리 되었다. 손흥민 선수 골 넣었을 때 어웨이석 향해서 세레모니 해줘서 너무 좋았음ㅠㅠ 주장 최고...
6. 경기 종료
4만 5천여 명의 관중 중 한국 응원단은 1천여 명 정도 되었다는데, 그런 우리를 향해 인사해준 국대들.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 덕분에 타지에서도 애국심 만땅 차오르고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
자랑스러운 주장 쏘니 인터뷰 하는데 소리는 안 들려서 뭐라고 한 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뉴스 같은 걸로 다시 봐야지. 타지에서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거 너무 자랑스럽다.
팬서비스 너무 좋은 쏘니. 인터뷰 후에 이렇게 라차망칼라 경기장을 한 바퀴 쭉 돌면서 관중석에 인사를 했다. 물론 어웨이석부터 시작해서 홈석까지 쭉 돌았음. 아마 태국 축구 협회장이랑 같이 뛰었던 거 같다.
관중들 앞에 선 태국 선수들과, 그런 선수들을 향해 플래카드 펼쳐들고 태국 국가인지, 응원가인지를 부르는 관중들. 경기 내내 태국 관중들 응원하는 거 진짜 멋있었고, 매너도 좋았고, 덕분에 나까지 흥겨웠다. 결과가 어떻든 선수들을 향해 그저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거 같아서 내가 다 찡했다. 당신들도 참 멋있는 사람들이에요.
번외) 귀가
경기 끝난 후 선수단 나오는 거 기다려볼까 하다가 조금 오바인 거 같아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한국이 이긴 건 기쁘지만 왠지 태국인들 사이에서 눈치가 보여서 조용조용 조심조심 빠져나감. 아무도 뭐라 하거나 해코지 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그냥ㅋㅋㅋㅋ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날 기다리고 있는 건 많은 인파와 막히는 도로. 오토바이 택시 랍짱이 엄청 많았지만 왠지 사람 많고 나는 또 외국인이니까 왠지 제값을 안 부를 거 같고 흥정에 자신이 없어서 랍짱은 안 탔다. 하필 오늘따라 볼트도 안 되고 그랩은 너무 비싸서 일단 라차망칼라에서 조금 벗어나려고 한 삼십 분 정도 걸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거기서 결국 버스 탐.
집에 오니 거의 12시가 다 됐지만, 하루종일 먹은 것도 거의 없는 데다가, 혼자 여운을 만끽하고 싶어서 불닭에 맥주를 까버렸다. 먹으면서 이미 졸렸던 건 안 비밀ㅋㅋㅋㅋㅋ 몰라 기분 좋으니까 오늘만큼은 그냥 행복한 돼지 할래.
방카피 구역(Bang Kapi District)에 있는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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