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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일기 :: 방콕 실롬(Silom)에서 보낸 송크란(Songkran) 후기

Heigraphy 2024. 4. 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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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4(일)

 

  태국에서 처음으로 겪게 된 송크란. 밖에 나가면 물을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긴장 반, 처음이라 기대 반 했는데,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0. 송크란이란?

  송크란은 태국의 설날로 매년 4월 13일-15일이다. 태양력과 점성술을 기준으로 정한 날짜이다. 1940년까지 태국의 불기 1월 1일은 송크란을 계산하는 날짜와 일치했으나, 쁠랙 피분송크람 총리가 불기 2484년 1월 1일과 서기 1941년 1월 1일을 일치시킴으로써, 현재 태국은 서기 새해 첫날과 태국 전통 설날 4월 13일 송크란 기념일을 모두 공휴일로 지정하고 축하한다.

 

 

2024 송크란 축제 방콕 일정

  송크란 때는 상대방이나 불상에 진흙을 묻히거나 물을 뿌림으로써 정화 의식을 하고 한 해의 복을 빌어준다. 과거에는 손을 젹셔서 물을 소소하게 한두 방울 뿌리는 정도였는데, 현대에는 물총축제로 발전했다.

 

  2024년은 태국 정부에서 관광 수입을 조금 더 북돋기 위해서인지 송크란 연휴 기간을 늘렸고, 공식적으로 4월 12-16일이 연휴이다. 지역에 따라 축제 기간이 2주씩 되는 곳도 있고, 지역마다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지를 이동하며 송크란을 즐길 수도 있다.

 

 

1. 집앞에서도 송크란 기념 행사

도로 위 송크란 행사도로 위 황금용 송크란 행진
도로 행진

  송크란 기간에 일반 거주지역은 오히려 한적할 수 있다. 설날이라 태국인들은 대부분 고향에 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는 문을 닫고, 사람들도 고향에 가고 없으니 전체적으로 조용하다.

 

  내가 사는 곳도 번화가라기보다는 거주지역인데 도로에서 황금 용을 들고 행진하는 등 송크란 기념 행사를 하긴 하더라. 덕분에 동네에서도 송크란 분위기 물씬 느꼈다. 다만, 사람들이 겁 줬던 것처럼(?) 나가자마자 물을 뿌리는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2. 준비물

  그래도 인생 첫 송크란인데 물 맞는 거 무섭다고 집에만 있으면 아쉽지. 연휴 기간 중 방콕 내 축제를 하는 곳이 많은데, 친구와 실롬(Silom)에서 하는 축제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송크란 축제에 참여하려면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지퍼백에 담긴 지갑과 립밥파란색 여닫이의 방수팩 목걸이
방수팩

  물총축제에 가니 방수팩은 필수지. 돈이나 핸드폰 등 귀중품을 보관해야 한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대충 지퍼백 같은 곳에 넣어갔고, 실롬에 도착해서 목걸이형 방수팩을 샀다. 가격은 40바트. 목걸이 끈이 좀 불안하긴 하지만 나름 터치도 된다. 라자다 같은 곳에서 사면 더 싸긴 한데, 미리 준비를 못했다면 40바트도 나쁜 가격은 아니니 뭐.

 

 

포장 뜯지 않은 물총 800밧
물총

  다만 물총은 꼭 번화가가 아닌 일반 빅씨(BigC) 등 마트에서 미리 구매해서 가기를 추천한다. 물총은 현장에서 사려면 너무 비쌈... 위 사진이 실롬에서 파는 물총 사진인데 무려 800밧(약 30,000원)이다. 같은 물총을 빅씨에서 미리 구매하면 3-400밧(약 11,200원-15,000원)면 구할 수 있다.

 

 

빨간 물총 노란색 물통빨간 물총 노란색 물통
빅씨(BigC)에서 구매한 물총

  나는 동네 빅씨에서 159밧(약 6,000원)에 구매했다. 다만 물총 살 때 가능하다면 방아쇠 부분을 눌러보고, 스프링이 부드러운 것을 사길 추천한다. 내 물총은 좀 뻑뻑하다 싶더니 몇 번 힘줘서 쏘다가 금방 망가져서 정작 얼마 못 썼다...^^ 너무 싼 건 비지떡이니 방아쇠 부드럽고 가격 적당한 것으로 잘 고르길.

 

 

 

3. 약속장소 가는 동안 이미 젖음

  * 아래 사진부터 방수팩에 넣은 채로 찍은 사진들이라 화질구지 주의 *

 

송크란 행진하는 사람들 뒷모습
실롬(Silom) 역 인파

  MRT 실롬 역에 내려서 약속장소로 가는데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았고 가는 동안 이미 물총놀이는 시작됐다. 이때까지 나는 물총도 안 들고 완전 무방비 상태였는데 이미 주변에서 뿌리는 물에 쫄딱 젖음ㅠㅠㅋㅋㅋㅋ 다만 이미 각오한 부분이기도 하고, 대부분 얼음물 같이 찬물을 뿌려서 시원하니 오히려 좋았다.

 

 

엄청난 인파

  고향 안 간 방콕 사람들+외국인 다 실롬에 모였나 싶을 정도로 엄청났던 인파.

 

 

4. 본격적인 송크란 행사 참여

물총 든 사람들의 행진
구역 나눠 이동 중

  송크란 행사에 참여하며 놀랐던 건, 생각보다 질서가 굉장히 정연했다는 것. 아예 도로를 막고, 사람들이 걷는 방향을 정하여 구역을 나눠놔서 동선 꼬일 일 없고 좋았다. 또한 군데군데 경찰들이 배치되어 안전과 질서를 관리한다.

 

 

해 진 후 야외 무대 행사
무대 행사

  중간중간 노래 소리도 들리고, 디제잉 행사도 보이고, 뭔가 진행하는 소리도 들리고, 같은 실롬 안에서도 소소하고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 중이다.

 

 

공룡 코스튬

  이날 제일 눈에 띄었던 복장ㅋㅋㅋ 복장 같은 경우는 다들 자유로운 편이고 하와이안 남방을 많이 입는 듯하다. 젖은 옷 치렁치렁하면 불편하고 찝찝하니까 나는 그냥 반팔에 반바지에 쪼리 편하게 입고 갔다.

 

  이날만큼은 누구한테 물을 뿌려도 용서받는 날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뿌리면 된다. 나는 얼음물 바가지로도 맞아보고, 수압 겁나 쎈 물총으로 집중사격도 당해봄ㅠㅠㅋㅋㅋㅋ 물 같은 경우는 중간중간 드럼통에 얼음물 채워놓고 파는 곳이 있다. 거기서 5밧, 10밧 정도씩 주고 물 채워 넣으면 된다.

 

  송크란 때 파는 물이 어디서 온 건지 몰라서 찝찝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적어도 방콕에서는 그냥 수돗물(얼음물) 받아오는 것 같다. 딱 송크란 시기에 침착맨이 치앙마이 가서 라이브 하길래 영상 몇 개 봤는데, 지방 같은 경우는 옆에 있는 강에서 떠와서 뿌리는 경우도 있는 듯.. 물 맞은 침아저씨 물이 좀 짜다고 함ㅜㅜㅋㅋㅋㅋ 참고로 태국의 강은 대체로 탁하다...

 

 

5. 다 놀고 추우니까 따뜻한 음식 먹으러

검은 그릇에 담긴 라멘쇼핑몰 송크란 관련 안내 사항
라멘 먹으러 감

  밥 먹으러 근처 쇼핑몰 들어갔는데 다 젖은 채로 에어컨 빵빵하게 맞으니 너무 추웠다. 그래서 뜨끈한 국물 먹으려고 라멘집 들어감ㅋㅋㅋ 그나저나 쇼핑몰 화장실 갔는데, 화장실에서 물 채우지 말란 경고문이 눈에 띄었다. 행사장 인근 실내 공간은 물기 닦으랴, 화장실 통제하랴 쉽지 않긴 하겠다.

 

 

창문 밖 송크란 인파
여전한 열기

  마침 라멘집 창문으로 실롬의 거리가 다 보여서, 구경하며 밥먹음. 인파와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6. 집에 갈 때까지 식지 않는 열기

도로에 섞인 사람들과 버스 차량
차와 뒤섞인 인파
도로 위 사람들과 버스 차량도로 위 사람들과 버스 차량
차와 뒤섞인 인파

  지상철 타러 올라와서 더 이상 물을 맞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 후에야 방수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덕분에 화질 살아남.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서는 차와 사람이 섞인 채 움직이는 조금 위험한 모습도 보였다. 송크란 기간에 사건사고도 많았다는데, 대체로 교통사고였다고 한다.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물을 뿌려서 사고가 났다든지 등등.. 송크란 기간에는 최대한 오토바이는 안 타는 게 좋을 듯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이나 지상철을 이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이미 다 젖어서 민폐인 거 같다면, 어차피 지하철과 지상철에 젖은 사람들 한 바가지 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음.

 

 

행사 거리 위 인파팽사 거리 위 인파
차량 통제 구역

  나름대로 즐거웠던 인생 첫 송크란.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

 

 

+) 번외: 침착맨 치앙마이래

신우석 감독님과 침착맨
침착맨 태국 치앙마이에서

  침순이입니다만.. 송크란이 태국에서 최대 연휴라 나도 치앙마이 가려다가, 이 시기에 치앙마이는 화전 때문에 대기오염이 심하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 근데 웬걸 침착맨이 송크란에 치앙마이 갈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아스날 아저씨까지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침 아저씨랑 똑같은 구쭈 입고 인사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 이번 송크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딱 하나, 치앙마이에 가지 않았다는 것^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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