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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사색10

왜 그런 날 있잖아요옹 친구들이랑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 보내고 집에 돌아가는데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이 드는 날. 뭔가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이 이상 쉬고 싶다고 말하기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냥 다 제쳐두고 쉬고 싶은 날. 운동 시작하고는 크게 감정기복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마저도 괜히 축축하고 무거운 생각이 가득 들어차는 날. '왜 살지?', 답 없는 삶의 의미 따위를 묻는 질문이 자꾸 들 때 가장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다가 퍽 당황스러운 날. 그럴 때 저는 오히려 삶보다 죽음에 대해 알아봐요. 14장 중 4장까지밖에 못 읽어서 아직 삶의 가치나 의미와 같은 이야기까지는 접근하지 못했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논쟁을 읽는 .. 2023. 3. 9.
꼰대 혹은 장인 요즘 회사에서 실제로 ChatGPT를 업무에 활용한다는 친구를 만났다. 업무 감각을 유지하고 싶어서 최신 트렌드를 기민하게 팔로우업하는 또 다른 친구는 ChatGPT 스터디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었다. 워낙 뜨거운 이슈라 나 또한 그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주변에서 실제로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ChatGPT는 아직 불완전하다. 오류도 많고 한국어 서비스는 더더욱 부족하다. 다만 AI의 수준이 어느새 이만큼이나 훌쩍 높아졌고, 앞으로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학습 속도보다 훨씬 빠를 것이니 점점 더 빠르게 구색을 갖춰갈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ChatGPT의 결과보다 과정이 유의미하다. 이게 내가 ChatGPT를 대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과정이 유의미하다'는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 2023. 2. 19.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의 리틀 포레스트 블로그 글이 언제는 서울이었다가, 언제는 부산이었다가, 또 남양주였다가, 앞으로는 강화도일 것이고, 조만간은 문경을 비롯한 어딘가 일 것이다. 일주일 돌아다니면 한 달치 사진과 글이 쌓이는 게 좋고, 아직도 쓰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게 즐거우면서도, 그 속도를 다 못 따라가고 있어서 슬쩍 벅차다는 생각이 들려고 한다. 요즘 보면 1일1포스팅 하는데도 아직도 올릴 것이 산더미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올리는 동안에도 나는 어딘가를 계속 돌아다닐 것이기 때문에 계속 콘텐츠가 쌓일 거란 말이지. 현재는 내 방식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실천해보고자 어딘가에 내려와있다. 이곳도 작년부터 굉장히 오고 싶었는데, 템플스테이도 그렇고 뭐 한다고 도대체 모든 일들을 1년씩이나 미뤄뒀을까 싶다. 이곳에서 나의 목표는 별 거 없.. 2021. 11. 21.
질문을 질문하는 여행 - 부산에서의 결론 덜컥 부산까지 가서 알고자 한 것을 드디어 다 알았냐고 하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많이 걸었고, 보았고, 먹었고, 마셨고, 웃었다. 많이 이야기했고, 생각했고, 날려 보냈고, 붙잡았고, 마음속에서 매듭지었다. 내게 필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과의 대화였나 보다. 보고 싶어서 당장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찾아가도 흔쾌히 만나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하다. 나는 부산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이야기했고, 언니는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오랜만에, 평생 안 할 게 아니라면 지금 해야 돼. :) 고등학생 때 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 듣는 게 좋아서 밤만 되면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하루 14-15시간을 학교에서 공부만 하기도 바쁜데 왜 그렇게 다른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했.. 2021. 11. 7.
질문을 질문하는 여행 "템플스테이든 여행이든 일상을 벗어나서 자꾸 어딘가로 가려는 사람은 현실에 뭔가 만족하지 못하는 거예요. 현재에 만족하면 벗어나려 하지 않아요. 결핍이 있어서 외부에서 자꾸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여기에 온 여러분들도 한편에는 이런 생각들이 있을 거예요. ... 가볍게 휴식하러 온 걸 텐데,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합니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한창 무르익고 마무리를 앞두고 있을 때, 스님이 이런 말을 했다. 나를 포함하여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지금의 내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는 건 잘 아는데, 정작 나의 결핍이 무엇인지는 도통 모르겠다는 거다. 스님이라고 답을 딱 내려주시는 것도 아니고, 답을 찾는 건 결국 난데 난 나의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질.. 2021. 11. 3.
대나무 숲 블로그를 대나무 숲으로 쓰는 시간이 돌아왔다. 속시원히 말도 못 하는데 글로 쓸 곳이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늘 생각한다. 오늘도 의식의 흐름. 케케묵은 메신저 하나를 드디어 탈퇴했다. 진작 했어야 하는 건데 생각보다 너무 늦어져서 후폭풍이 더 심한 것 같다. 한두 달에 한 번, 혹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가끔 울리는 메신저에, 올 한 해는 유독 스팸 메시지도 비슷한 횟수로 왔다. 당신들이 찾는 코리안 디자이너 킴 같은 사람 여기 없어요. 메신저를 탈퇴하기 전에 중요한 메시지들을 백업하고 싶어서 친구 B와의 대화를 쭉 훑어봤다. 자매들을 안 만큼이나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이역만리 타지에 있어도 최소 일 년에 두 번은 메신저를 울리던 대상 중 하나였다. 매번 이 메신저, 저 메신저 배회하다가 만 3년.. 2021. 10. 14.
어느 평일 저녁 평일 저녁이 모처럼 비어서 적어보는, 오늘도 사색의 글. 공연장 언니들을 안 지도 벌써 5-6년이 되었다. 언니들이 지금의 내 나이쯤일 때 처음 만났는데 시간이 참 빠르네. 그때의 언니들은 참 커보였는데 나는 언니들의 나이가 됐음에도 여러모로 아직 불완전하다고 느낀다. 내가 스스로를 이만하면 다 되었다고 느끼는 날이 오기나 할까. 공연장을 한창 다닐 때는 같이 사는 친오빠 얼굴보다도 더 자주 보다가, 공연을 안 가면서부터는 그야말로 가끔씩 오래 보는 사이가 되었는데, 언제 어디서 봐도 참 반가운 사람들이다. 사는 건 다 다르지만 어떤 결이 비슷해서인지 언니들과의 대화는 다 흥미롭고 배울점이 있고 새겨들을 것들이 있다.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렇게나 유쾌하고 유익합니다. 마음이 편안할 땐 밖에서.. 2021. 6. 15.
5월의 잡념들 의식의 흐름. 언젠가는 글로 남겨야지 생각만 하던 것을 미루고 미루다 보니 벌써 6월 중순이 다 되어 간다. 5월은 책도 한 권 못 읽고 결국 책 리뷰도 못 올렸다. 마음에 부채감 같은 게 쌓였다. 6월은 더 바쁠 것 같은데. 사람에게 많이 닫혀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잘 안 믿고, 처음 관계를 맺을 땐 꽤 방어적이고, 누구에게도 잘 기대려 하지 않는다. 내 얘기를 잘 안 하는 것도 그 속성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덕분에 내가 힘들어질 때도 있지만, 별로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마음을 열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한테나 잘하면 되지. 이건 결국 "나는 그냥 닫힌 채로 계속 살겠습니다-"라는 의미이려나. 사람은 안 믿는데 가끔 겁대가리가 없어질 때는 있다. 특히 여행 가서 .. 2021. 6. 7.
그들의 안부 가끔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한다. 더 이상 연락처도 모르고, 안다고 해도 아무 용건 없이 갑자기 연락해보는 것이 상당히 어색할 만큼 시간이 지났으며, SNS도 모르거나 없어서 소식을 알 수도 없는 그런 인연들. 초등학생 때 짝이었던 그 친구는, 중학생 때 팔로알토를 처음 알게 해준 그 친구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정말 잘하던 그 친구는, 대학생 때 자신이 쓴 소설을 보여주던 그 선배는, 함께 공연을 보곤 했던 그 사람은, 네덜란드에서 만났던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씩 오래 보는 게 좋다고 버릇처럼 말하지만, 모든 인연이 언제 연락해도 이상하지 않고 반가운 인연이 되는 건 아니다. 여간 끈끈했던 사이가 아니라면, 연락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저 추억하는 인물로 남기도 한다. 그런 인연들에게 ..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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