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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6'복학 전 발버둥(Russia)

블라디보스톡 여행 :: 01 만남, 출국, 도착, 루블 인출

by Heigraphy 2016.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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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학 앞둔 휴학생으로서 마지막 발버둥이라 생각하고 여름 여행을 결심했다. 7월 혹은 8월에 가긴 할 건데 돈은 별로 없으니 항공료와 물가가 비싸지 않은 나라여야겠고, 그렇다고 동남아를 가자니 이 계절에 녹아내릴 것 같고.. 고민하던 끝에 문득 러시아가 생각났다. 모스크바까지는 못가더라도 블라디보스톡이면 꽤 가깝지 않나? 날씨도 별로 안 더울 거고, 최근에는 아시아만 다녔는데 모처럼 색다른 느낌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멋대로 결정내린 후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물었다. "여름에 블라디보스톡 갈래?" 꽤 예전부터 같이 여행 한 번 하자, 했으나 생각보다 성사가 어려웠던 대학친구 H. 친구도 약간은 생소한 여행지에 솔깃했는지 콜했고, 드디어 일정을 맞춰서 함께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기로 했다. (일본여행 갔을 때도 그렇고, 그러고보면 내 주변에는 "갈래?" 하고 물었을 때 "콜!"을 바로 외칠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참 다행이다 싶다.)

  다만 서로 사는 곳이 너무 멀어 항공권 결제 후 여행 전까지 남았던 약 두 달 반 동안 얼굴 맞대고 계획을 짠 적이 없다는게 이 여행의 출발 전까지 위기라면 위기(?)였다. 숙소도 출발 5일 전에 예약하는 기염을 토함. 그리고 우린 여행가는 당일날 인천공항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출국수속 밟기 전에 얼굴보고 밥이라도 먹고 얘기라도 좀 하자고 하여 비행기 시간보다 한참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이때가 점심시간이라 진짜로 밥을 먹으러 감. 타코 같은 거에 잠깐 눈길 줬으나, 블라디보스톡 가면 맨날 먹는게 그런 거일거라고 추스르며 결국 부대찌개 한 냄비 때렸다.

 

 

 

  우리가 타게 될 S7항공. 러시아 저가항공으로 원래는 시베리아 항공이라는 이름이었던 듯? 멋대로 막 차가운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산뜻한 녹색 기체라 상상과는 좀 달랐다.

 

 

 

  출국하는 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올해 여름이 유독 더웠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여름이 온기 하나 안 남기고 떠난 것마냥 날씨가 매우 추워졌다. 우리가 출국한 날이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블라디보스톡을 가면 이런 날씨일까 싶었지.

 

 

 

  줄 서기 싫어서 앉아있다가 탑승도 거의 꼴찌로 한 주제에 비행기 앞까지 와서 또 사진 찍고 여유부리느라 정말 거의 마지막에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다가 이 꼴 남... 앞서 탄 승객들 짐으로 인해 선반에 더 이상 짐 놓을 공간이 없었다.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쿨하게 "그냥 발밑에 놔" 하길래 약간 문화충격. 나야 상관 없는데 이거 원래 안전상 안 되는 거 아닌가..? 덕분에 숏다리 난쟁이인 나는 편하게(?) 발 댈 곳이 생겼다. 이렇게 2시간만 가면 돼! 대신 다음부터는 일찍일찍 탈 거야..

 

 

 

  저가항공임에도 불구하고 간식도 챙겨주는 S7. 치즈 샌드위치와 치킨 샌드위치 중 고르라고 하는데 난 치킨 샌드위치를 골랐다. 듣던 대로 빵이 조금 딱딱한 것만 빼면 먹을만 했던 간식.

 

  전날 약 2시간 자고 나오느라 비행기에서는 내내 잤다. 북한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였고, 내심 궁금했지만 내 자리는 복도쪽이라 상관없게 된 이야기. 그래서 미련 없이 잠. (그나저나 내가 항공권 예매하고 여행계획 다 짜놓으면 왜 꼭 현지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는지..? 일본여행 짰을 때는 큰 지진이 나더니 블라디보스톡은 여행 일주일 전엔가 여행유의지역이 되었다. 최근 북한의 동향이 안 좋은데 블라디보스톡이 북한과 가까운 지역이어서.. 역시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갔다. 언제나 걱정하면서도 일단 간다.)

 

 

  VVO에 내려서 입국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꽤 서둘러서 나온 덕분에 첫 번째 줄 앞쪽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오 꽤 빨리 가겠는데? 했는데 대반전. 블라디보스톡 공항에는 파일럿이나 승무원이 통과하는 심사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일반 승객들과 함께 심사를 받는데, 이들이 줄을 안 선다. 그냥 오는 순서대로 첫 번째 줄 맨 앞에 선다. 뒷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그리고 뒷사람도 그걸 보고 뭐라고 안 함. 덕분에 우린 눈 뜨고 파일럿과 승무원 약 6명에게 새치기를 당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줄을 옮기려는데, 이미 옆 줄 사람들은 다 통과한 뒤였고, 내 뒤에 서있던 사람들도 발빠르게 다른 줄로 움직여서 전부 통과한 뒤였다. 우리 분명 앞쪽이었는데... 왜 입국심사대는 마지막으로 통과하고 있는 거지..?

  한 줄 요약하면, 입국심사대 첫 번째 줄은 파일럿과 승무원에게 새치기 당해서 꼴찌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두 번째 줄 너머부터 서세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진짜 도착! 멀리 Beeline이나 MTC 등이 보이지만 5시에 닫기 때문에 7시 반쯤 도착한 우리는 공항에서 유심칩을 살 수 없었다. 뭐 예상은 했음.

  블라디보스톡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이날을 기준으로 얼마 남지 않았던 동방경제포럼(EEF)을 대비해 공항을 나름대로 좀 꾸며놓은 것 같았다.

 

 

 

 

  한국에서 환전을 하나도 안 해온 나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ATM부터 찾았다. 총 두 개의 ATM에서 돈을 인출했다. 15,000루블을 인출했으며, 출금된 내역으로 계산해보니 수수료 포함, 1루블 당 17.49원의 환율이 적용되었다. 18원은 넘을거라 생각했던 거에 비해 저렴해서 개이득..? 하나비바체크카드 사랑합니다.

  그리고 혹시 ATM의 노어가 두렵다 하시는 분들은 일단 한국 카드부터 밀어넣으면 바로 영어 뜨니까 겁먹지 마시길.

 

 

 

  그나저나.. 인터넷에서 누가 ATM에서 루블 인출 하면 큰 돈, 작은 돈 단위 골고루 섞어서 준다고 했는데 대체 그건 어떤 ATM인지..? 큰 돈 뽑으면 5,000루블짜리밖에 안 나오던데요.. ATM 두 개나 이용했던 게 한 번 5,000루블 뽑은 다음에 그 옆에건 혹시 작은 돈도 주나 싶어서 일부러 옮겨서 뽑아본 건데 둘 다 5,000루블짜리만 줬으니 단위 골고루 준다는 얘기는 이제 아닌 걸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블라디보스톡 공항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보니 또 커 보이네.

 

 

 

  공항 바로 앞에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들어가는 107번 버스의 정류장이 있다. 우리가 나온 시간이 약 7시 40분쯤 됐으니까 위 시간표대로라면 앞으로 8시, 8시 반에 총 두 대의 버스는 더 와야 하는 상황.

 

 

 

  해가 뉘엿뉘엿 지고 블라디보스톡 공항역에도 불이 들어왔지만

 

 

 

  버스는 끝내 한 대도 더 오지 않았다. 우리 포함 한국인 여행자가 7명 정도 있었는데 다들 한 시간 이상씩 기다려놓고 시간만 날린 상황. 그리고 택시를 타야 해서 돈까지 날려야 할 상황. 그래도 마냥 당하라는(?) 법은 없더라. 시내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다음 여행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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