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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6'복학 전 발버둥(Russia)

블라디보스톡 여행 :: 07 여행친구, 등대(마약, МАЯК),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by Heigraphy 2016.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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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로 가는 버스는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근처에서 탈 수 있다. 근데 정확히 어디가 버스정류장인지 몰라서 헤매는 도중(정류장 표시가 눈에 띄지가 않음), 근처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다른 사람에게 여기가 등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 맞냐고 물었더니 맞단다. 그리고 본인도 등대를 간다며! 그렇게 함께하게 된 여정.

 

 

  많은 블로그에서 익히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한국의 중고 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던 블라디보스톡. 하차벨까지도 딱봐도 한국의 그것. 참고로 블라디보스톡 버스는 내릴 때 하차벨을 누르지 않는다고 한다. 저건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누르는 거라며! 하차벨을 누르지 않아도 모든 정류장에서 정차를 했다가 간다. 우리는 어차피 종점에서 내릴 거였기 때문에 상관없긴 했지만.

 

 

 

  종점에 내려서 한 30분 정도 걸어서 또 가야 등대 도착이다. 블라디보스톡역에서 버스를 같이 탔던 여행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어느 나라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러시아 주변에 있으면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었다. 러시아인들은 영어를 거의 못하지만 이 분은 영어도 엄청 잘 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30분가량을 걸어갔다. 엄청 동안이라 우리랑 동년배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10살 정도 많았던 건 반전.. 러시아 이곳저곳을 여행 중이라고 했던 듯. 러시아어만 가능하다면 그런 여행도 괜찮겠다.

  참고로 가는 길은 포장도로였다가 곧 좁아지면서 비포장도로가 나오므로 편한 운동화 등을 신고 가시길. 나는 바다에 가서 발을 담궈볼 목적으로 샌들을 신고 갔었는데, 가면서 발이 너무 아파서 혼났다.

 

 

 

  드디어 등대 도착!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라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의미가 있었는데, 바로 이곳이 대륙의 동쪽 끝이라는 점. 이 사실은 버스에서부터 함께 했던 여행자 언니(이름의 이니셜을 따 M언니라고 써보겠음)가 알려주어서 알게되었다. 사실 갈 때만 해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간 곳인데, 지금은 그 어떤 여행지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

 

 

 

  등대로 가는 길 양 옆은 바다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자리잡고 앉아서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영복 입고 바다에서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등등. 정말 세상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에 나까지 다 평온해진 기분. 이 포스팅을 올린 후에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갔을 땐 한국인 아니 동양인 여행자가 한 명도 없었어서, 관광보다는 여행하는 느낌이 나서 좋았던 점도 있었다.

 

 

 

  등대 앞면.

 

 

 

  등대 뒷면.

 

 

 

  우리가 걸어온 길쪽으로 찍은 사진 한 장. 등대까지 오는 길은 거의 일방통행로일 정도로 좁다.

 

 

 

  힘든 길 버텨가면서 신고 온 샌들이니만큼 바다에 발을 담궈보았다. 내가 느끼기엔 물이 꽤나 차가웠는데, M언니는 이 정도면 정말 따뜻한 거라며, 바이칼호를 내가 못가봐서 그런거란다. 그래서 러시아 현지인들도 따뜻하다고 느끼고 수영복 입고 노는 건가..! 이것도 나름 컬쳐쇼크라면 컬쳐쇼크. 다만 다음에 또 이곳을 오게 된다면 우리도 아예 바캉스 준비를 해서 휴양하듯 쉬다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지인 못지 않게 고기 구워먹고 물놀이도 하고~

 

 

 

  바다에 온 것답게 조개와 소라껍질 등을 주워보았는데 모양도 참 다양했다. M언니와 함께해서 더 좋았던 등대 여정.

 

  이후엔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M언니가 마침 좋은 카메라 장비도 들고 있고, 사진도 잘 찍는 사람이어서 좋은 사진들을 많이 남겼다. 하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M언니가 등대를 가면서 바랐던 건 "Taking picture of only me and МАЯК(나랑 등대만 나오게 사진찍기)"였는데 우리가 간 날이 주말이어서 말했다시피 러시아 현지인들이 참 많이 있어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Only me and МАЯК and hundreds of people"이 되었다며 웃프게 되뇌었다는 것. 그래서 우린 결국 "나랑 등대랑 수백명의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남겼다.

  같이 몇 시간 동안 여행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해서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서 SNS를 즐겨하는 내가 M언니에게 혹시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있냐고 물었는데, M언니는 인스타그램을 무지 싫어한단다. 왠지 모르게 저격당한 것 같아서 시무룩... 왜인고 하니 그런 SNS 하는 사람들이 여행 같은 데 가서 실제론 별 감흥도 없고 관심도 없으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셀카 찍을 때만 즐거운 척 하는 걸 너무 많이 봤다고. 굉장히 보여주기식이라서 싫어한다고 했다. 같은 맥락으로 그래서 셀피도 안 좋아하고 본인은 안 찍는다며... 본인 주관이 매우 뚜렷한 언니였다.

 

 

 

  등대에서 충분히 시간 보낸 뒤 다시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정말로 급격하게 흐려진 날씨.

 

 

 

  멀어져가는 등대. 새로운 사람도 만났고, 현지인들의 일상적이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관광'이 아니라 '여행'하는 기분이 나서 정말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역시 30분가량을 다시 걸어서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길이 더 많아서 더 애먹었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에게 얘기했더니, 택시를 타고 가지 왜 버스를 타고 갔냐며.. 이렇게 힘들 줄 몰랐죠 뭐 하하.. 그래도 버스를 안 탔다면 언니도 못 만났겠지.)

 

  돌아오는 길에 M언니랑 블라디보스톡에서 어디를 다녔고, 어디를 더 갈건지 얘기를 나누다가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얘기가 나와서 우리가 기차표를 못 사서 못 들어가봤다고 했더니, 거기 기차표 사야 들어갈 수 있는 곳 아니라며 어떻게 들어가는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조금 더 이어진 동행.

 

 

 

  알고보니 기차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나와서 조금 돌아가면 이런 계단이 나오는데, 여기를 통해 누구나 기차역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낮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단체관광객이 바글바글했던 그 곳에, 몇 시간 후 다시 가니 아무도 없었다. 이곳이라면 'Taking picture only me and train' 할 수 있을 듯!

 

 

 

  그래서 찍어보았다. 위 기차는 모형이고, 보다시피 올라갈 수 있다.

 

 

  이곳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작점임을 알림과 동시에 모스크바까지 9288km 만큼 떨어져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념비. 언젠가는 꼭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출발하여 세계여행을 하리라 다짐하며. 이곳을 꼭 와보고 싶었는데 올 수 있어서 매우 뿌듯. 이것도 다 M언니 덕분이었지!

  여기까지가 M언니와 함께 한 여정이었다. 독수리전망대도 함께 가네마네 하다가 등대를 다녀오느라 너무 피곤해서 어디를 또 가기가 힘든 상황이라 미안하게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언니는 이미 독수리전망대도 다녀왔지만 우리를 위해 한 번 더 가려고 했던 상황) M언니가 하는 메신저는 우리가 안 하고 우리가 하는 메신저는 언니가 안 해서 메일 주소를 주고받았다. 이쪽을 통해 사진도 보내주고 종종 연락하자며. 하루 종일 정말 고마웠고, 남은 여행 잘 하길 바란다며 포옹 한 번 하고 헤어졌다. 사람 만나는 재미를 늘 기대하며 다니는 여행인데, 그 기대만큼 즐거웠던 적은 처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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