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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일기 :: 로얄 크리스마스 페어 더 헤이그(Royal Christmas Fair The Hague)

by Heigraphy 2020.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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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어느 일요일

 

 

마켓이 열려있을 때.. 아니 적어도 2019년 안에는 쓰고 싶었는데, 네덜란드 도착해서 지금까지 또 엄청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느라 이제서야 사진과 글을 들고 왔다.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 마켓

로얄 크리스마스 페어 더 헤이그(Royal Christmas Fair The Hague)

 

 

2014년부터 시작하여 올해(2019)로 5회째 계속되는 마켓이라고 한다.

작년(2018) 크리스마스도 네덜란드에서 보냈지만, 그 때는 왜 몰랐나 모르겠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네덜란드에서 참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지 않고, 마켓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한 달 내내 마켓을 여는 옆나라 독일과는 달리,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2-3일만 여는 곳도 있고, 일주일만 여는 곳도 있고, 그 기간이 굉장히 짧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마켓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마스트리흐트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켓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었다.

 

이전 글 참고:

네덜란드 워홀일기 :: 2018 마지막 여행, 마스트리흐트(Maastricht) (feat. 도미니칸서점, 크리스마스 마켓)

 

 

올해는 아예 계획적으로 마켓을 보러 독일로 가볼까 했지만, 일정상 어려울 것 같아서 가까운 곳을 찾았고,

마침 헤이그(덴하그)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거리도 가깝고 일정도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방문했다.

 

 

 

크리스마스 마켓답게 예쁜 장식품 상점들이 마켓의 초입을 차지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혹은 겨울과 어울리는 아이템들도 많이 팔고 있었고, 트리를 꾸밀만한 소품들도 팔고 있었으며, 골동품으로 보이는 것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유럽의 겨울은 낮이 참 짧아서 벌써 엄청 늦은 시간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꽤 많았던 마켓.

 

2018년에 다녀온 마스트리흐트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조금 비교해보자면, 헤이그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좀 더 '네덜란드'라는 느낌이 났다.

마스트리흐트는 네덜란드이기는 하지만 남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림부르흐라는 지역으로 개성이 강하고, 독일과 무척 가까워서인지는 몰라도 마켓 분위기가 여기가 네덜란드인지 독일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마켓을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독일인들이 더 많았고, 마켓에 적힌 몇몇 단어는 네덜란드어가 아닌 독일어로 적혀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또, 로얄 크리스마스 페어 더 헤이그가 마스트리흐트의 크리스마스 마켓보다 조금 더 컸다.

실용적인 아이템, 큰 마켓, 현지 분위기에 맞는 마켓 등등을 이유로 나는 헤이그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독일의 마켓은 나중에 진짜 독일로 제대로 가서 경험해보고 싶다.

 

 

 

예수님 생일 마켓에 부처님 모아놓은 것 보고 뭔가 아이러니해서 남긴 사진..ㅎ

 

 

 

마켓은 실외였는데 위에 조명을 예쁘게 매달아두었다.

유럽의 겨울은 이렇게 조명 덕분에 분위기가 더 사는 것 같다.

추운데도 따뜻한 느낌.

 

 

 

전구로 만든 사슴이 장식장에 올라 있다.

전반적으로 아이템도 눈에 띄고 예뻤던 상점.

 

 

 

산타클로스, 아니 네덜란드니까 신터클라스(SinterKlaas)라고 불러야 할까.

종교도 없는데 이 정도 퀄리티라면 나도 하나 갖고 싶다.

 

 

 

산타와 동물 친구들.

 

 

 

반짝반짝 예쁜 트리.

 

 

 

트리 옆에서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사진 찍기.

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설명할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쓸데없고 예쁜 것들을 많이 판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로얄 크리스마스 페어 더 헤이그에서는 생각보다 실용적인 것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그저 사진에 다 못 담았을 뿐!

 

 

 

쇼핑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맛있는 것들을 좀 먹어보기로 했다.

사진은 손님이 가장 많이 줄을 서 있었던 라클레트(Raclette) 치즈 가게.

퐁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앞을 지나가는데 냄새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이유가 이해가 됐다.

마켓에는 다양한 주전부리들을 팔고 있었고, 작은 간이 바/카페 같은 것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에디션 간식들을 살 수도 있다.

 

 

 

많은 주전부리들 중에 먼저 속도 녹이고 배도 채울 겸 따뜻한 수프를 선택했다.

스네르트(Snert)라고 부르는 이것은 네덜란드의 전통 음식 중 하나로, 영어로는 'pea soup' 즉, 완두 수프이다.

이름처럼 완두콩으로 만든 수프이다.

안에는 소세지, 당근, 감자 등의 재료를 다져 넣어서 수프 하나만 먹어도 속이 정말 든든하다.

에르우트수프(erwtensoep)라고도 불리고, 네덜란드 식당의 에피타이저 메뉴에도 종종 있으니 더치 음식이 궁금한 분들은 한 번쯤 맛보면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선택한 메뉴는 커리부어스트(curry wurst).

나는 아직도 무려 5년 전에 베를린에서 먹었던 커리부어스트의 맛을 잊지 못해서 네덜란드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사먹는데, 특히 이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커리부어스트 파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근데.. 본토의 그것은 감자튀김에 소세지 올려서 마요네즈랑 커리 소스를 뿌려주는 거였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도통 감자튀김과 소세지를 같이 파는 것은 보지 못하고, 이렇게 빵에 소세지를 끼워서 파는 것만 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감자튀김+마요+소세지+커리 조합을 좋아해서 빵에 소세지 끼워주는 커리부어스트는 늘 아쉬움..

이건 커리부어스트가 아니라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지 😂

 

 

 

메뉴는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랑 커리부어스트(Currywurst) 두 개 따로 만들어놓고 파는 건 거의 똑같이 빵에 소세지 넣은 것을 판다.

빵이 바게트를 자른 거냐, 작은 통밀빵 같은 것을 쓰는 거냐의 차이일 뿐...

감자튀김의 나라면서 왜 감자튀김을 안 파니ㅠㅠ

 

 

 

마켓을 약 두어 시간 정도 둘러본 후에, 커피는 다른 곳에서 마셨다.

달달한게 먹고 싶어서 메뉴판을 보던 차에 Koffie Verkeerd(Coffee wrong)라는 메뉴를 봤다.

"커피가 틀렸어? 이게 도대체 무슨 메뉴야?" 하고 물어보니, 커피에 커피(용)우유가 아닌 일반 우유를 커피보다 많이 넣어서 만든 라떼를 Koffie Verkeerd라고 부른단다.

띠용? 한국에서는 그게 일반적인 카페라떼 만드는 방법인데? 그냥 라떼지 왜 틀렸어?

단 거 먹고 싶은 마음도 참고 호기심에 주문해봤더니 진짜 그냥 라떼다.

앞으로 네덜란드에서 한국식 카페라떼 먹고 싶으면 틀린 커피 시켜야겠다 😂

 

 

 

일요일임에도 크리스마스 마켓 덕분에 해가 진 뒤에도 활기찼던 헤이그를 뒤로하고 돌아갔다.

로얄 크리스마스 페어 더 헤이그는 매년 꾸준히 이어오는 마켓인 것 같은데, 내년, 아니 이번 2020년에도 열린다면 또 가고 싶다.

특히 네덜란드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실용적인 아이템들도 살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마켓이기에.

 

 

 

+)에필로그

 

마켓에서 산 것 중에 제일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 캔들 덮개.

(정확한 명칭을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안에 작은 캔들을 놓고 이 덮개를 덮어주면 캔들 덕분에 트리가 빛나면서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덮개 안의 뜨거운 공기가 순환하여 덮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예쁘다.

이거 산 뒤로 거의 맨날 캔들 켜고 살고 있음^.^

일기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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