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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7'겨울 태국은 나의 로망(Thailand)

태국 방콕/치앙마이 여행 :: 38 이너프포라이프×데이오프데이(Enough For Life×Day Off Day)

by Heigraphy 2020.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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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다녀오고 싶은 공간이 있었다. 바로 한국 분들이 운영한다는 이너프포라이프(enough for life)×데이오프데이(day off da)×금붕어식당. 카페이자 식당이자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이곳은 또 다른 작은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금붕어식당이 휴무일인지, 아니면 사장님이 한국에 가셨던 건지 열려있지 않아서 카페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음료를 마시며 착석하기 전에 이 공간을 좀 둘러보고 싶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듯한 식기들. 다양하면서도 통일성이 있다.




  작은 수영장과 플라밍고 튜브. 적당히 그늘도 진게, 태국의 날씨 아래서 즐기기에 딱 좋아 보인다. 아마 이곳에서 숙박을 하면 이용 가능한 것 같다.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귀여운 그림과 손글씨. 치앙마이에서 읽는 정겨운 한국어. 사실 외국에서 한국어를 읽으면 '관광지'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곳만큼은 관광지가 아닌 그냥 현지인의 공간인 것 같아서 편안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한국 분은 계시지 않았고, 태국 분만 계셨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런 공간을 꾸린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날이 덥다 못해 뜨거워서 열기를 식힐 겸 시원한 수박주스를 주문했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 덕분에 실내에 있는데도 자연 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켠에서 발견한 여행 책들. 가이드북 같은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여행 경험을 한국어로 담은 책이 있길래 이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테라스석에 앉아서 『AROUND TRAVEL』이라는 책과 함께 수박주스를 음미했다. 한국에서부터 읽을 책을 가져가기도 했지만 이날은 짐이 무거운게 싫어서 들고 나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태국 현지에서 한국어로 된 책을 읽게 될 줄 누가 알았나. 덕분에 마음의 양식도 잘 쌓았다.




  수박주스는 가끔 갈린 수박씨 같은 것도 씹히는게, 진짜 수박을 갈아서 만든 것이라는게 느껴졌다. 80바트(약 3,000원)로 태국의 물가에 비하면 그리 싸지는 않았지만 시원하게 목을 축이기 좋았다.




  책 읽다가 하늘 한 번 보고, 책 읽다가 주변 풍경 한 번 보고. 그렇게 쉬엄쉬엄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끝냈다. 자연광이 만드는 이 풍경을 그늘에 앉아서 바라보면 참 좋다.




  이곳에서 키우시는 듯한 귀여운 강아지도 볼 수 있었다. 날이 더워서인지 몸의 털은 싹싹 밀린 녀석ㅎㅎ




  기다란 벤치를 혼자 독차지하고 앉아서 책을 읽었다. 지금 다시 봐도 사진에서부터 느껴지는 이 여유로움이 좋다.




  그나저나 내 팔이 참 시선 강탈... 맑은 날씨는 좋지만 태국의 태양을 온몸으로 받다보면 이렇게 발갛게 익기 쉽답니다.. 손목의 하얀 자국은 손목시계 자국이요,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익어버렸다. 태국에서 한낮에 밖에서 한참을 돌아다닐 거라면 덥더라도 길고 얇은 옷을 입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제 꼴 나요.




  여행과 사람과 업이라.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꽤 한참을 앉아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날따라 나 말고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정말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 야외에서 조용하게 책을 읽어본게 얼마만이더라. 독서 후 혼자 생각을 이어가기에도 좋았다.




  내 옆에서 뭔가 분주해 보이셨던 직원?주인?분.




  여행하면서 다른 이의 여행기를 읽다보니 내 여행도 성찰하게 된다.

  책을 읽고 작은 수첩에 적은 내용들. '아를에 가고 싶다. 반고흐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내 안에도 담고 싶다. 네덜란드도. 친구들은 잘 살까?' 이 때만 해도 나는 네덜란드를 정말로, 정말로 그리워했구나. 네덜란드는 돌아왔지만, 아를은 못 가봤고, 반고흐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도 아직 내 안에 다 못 담았네.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테이블도 접으시고, 슬슬 마감을 위해 정리를 하시는 모양이었다. 나도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슬슬 길을 나섰다. 조금은 외딴 지역이라면 외딴 지역이다보니 해가 진 후에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가 무리일 것 같아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치앙마이를 또 방문한다면 다시 먼 길을 거쳐서라도 또 가보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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