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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17'겨울 태국은 나의 로망(Thailand)

태국 방콕/치앙마이 여행 :: 40 노스게이트 재즈바와 카우보이 족발덮밥

by Heigraphy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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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이야기를 드디어 쓰는구나. 치앙마이의 명물, 노스게이트 재즈바(The North Gate Jazz Co-op).



  노스게이트 재즈바는 노스게이트(창푸악게이트)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재즈바다. 주인장 오뻐(Opor)님은 색소포니스트이자 화요일 잼세션의 호스트이다. 이곳은 재즈바인 만큼 매주 화요일 밤이면 잼세션을 연다. 참여자는 사전에 받는 듯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악기와 목소리 등으로 잼세션에 참여한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2층은 물론 바깥까지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전날보다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다만, 앉아서 여유롭게 음악 듣는 공간이라기보다 좀 더 흥나는 공간이라, 맥주 한 병씩 들고 음악으로 하나되는 세계인을 볼 수 있다. 뒤에 서서 보는 사람들은 맥주를 안 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이 멋진 공간이 오래토록 유지가 되려면, 신나는 음악을 들은 댓가로 한 병 정도는 마셔주면 좋겠지?




  이분이 바로 색소포니스트이자, 잼세션의 호스트이자, 이 공간의 주인인 오뻐님이다. (찬양 경배해!!!!!) 본인 상체만한 색소폰을 들고 어찌나 힘차고 감미롭게 연주하는지, 이만한 연주를 고작 맥주 한 병 값 내고 들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방콕에서 색소폰바에도 다녀왔지만 정작 그곳에서는 못 들어본 색소폰 라이브 연주를 이곳에서 원없이 들었다.




  카운터에서 맥주를 주문할 수 있다. 간단한 안주도 주문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맥주 말고도 또 다른 목적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오뻐님의 여행기를 담은 『Blowing West』 책을 사는 거였다. 당시에 마지막 한 권 남은 것을 운 좋게 살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책이 한국어로도 번역되어서 출간되었고, 당시에도 한국어 버전 출간 예정을 알고 있었지만, 못 기다리겠어서 결국 재즈바에서 먼저 영어로 된 책을 샀다. 교재 외에 영어로 된 책을 내 의지로 사기는 처음이었고, 조금은 투박한 종이에 적힌 책이었지만 정말 기대가 되었다. 오뻐라는 사람을 더 알 수 있겠지.





  다시 밴드쪽으로 몸을 돌리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잼세션을 벌이고 있었다. 악기로, 목소리로 자기만의 음악을 더하는 사람들. 이 시간을 보내며 느낀 거라면.. 세계는 넓고 멋진 음악가는 정말 많다는 거다.




  그날의 새로운 신청자뿐만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그들의 음악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소화하던 분들도 멋지고 존경스럽다.




  이때 나는 한국에서 공연을 참 많이 보러 다녔는데, 한국의 작은 공연장이나 문화 공간들을 보면 참 아쉽고 속상할 때가 많았다. 많은 공간들이 좋은 의미로 시작했지만, 소위 말하는 유행하고 잘 팔리는 음악이나 문화를 파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거나, 주목을 받아도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뭐다 하는 바람에 사라졌다. 여기는 그냥 사라질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발아하는 곳이 되어야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의 서포트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림없는 소리다. 그러다보니 1-2년만 지나면 정붙일 곳이 없었다.

  그에 반해 이 노스게이트 재즈바는? 한 지역의 작은 재즈바일 뿐인데 음악으로 특정 공간을 유지함은 물론, 전세계에 입소문을 타면서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아직까지도 건재하다. 이런 태국의 라이브바 문화 정말 멋지고 부러우며, 이런 공간으로 일궈낸 오뻐님과 밴드팀도 정말 존경한다. 이 공간을 존중하는 타인들도 존경한다.

  한국에도 유행 말고 취향이 필요할 것 같다. 공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할 것 같다.




  이래봬도 약 3시간째 연주를 보고 들었다. 그동안 참 많은 음악가들을 볼 수 있었다. 백발의 할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녁을 먹은 지가 좀 되었고 신나게 놀다보니 좀 출출해졌다. 노스게이트 재즈바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우보이 족발덮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1시가 가까운(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가득 자리잡고 앉아서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사실 태국에서의 밤은 오늘로 마지막인데, 떠나기 전에 이곳의 족발덮밥을 꼭 먹어보고 싶었다.





  출출하긴 한데 밤에 많이 먹기는 좀 부담스러워서 소(小)자를 먹었다. 정확한 태국식 이름은 모르겠지만, 밥 위에 족발 같은 부위의 고기를 올려준다고 해서 족발덮밥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정말 밥 위에 고기 올려준게 다인데.. 이게 웬걸? 정말 맛있었다. 고기가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대(大)자 먹을 걸 후회했을 정도...




  정확히 반숙으로 삶아진 계란까지, 완벽하다.

  사실 노스게이트 재즈바를 한 순간이라도 놓치는게 아쉬웠는데, 한입 먹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여기를 안 왔으면 너무너무 아쉬울 뻔했다.





  다시 노스게이트 재즈바로 돌아가니 시간이 거의 12시 가까이 되어 슬슬 정리를 하고 있었다. (태국은 12시면 술집도 문을 닫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문 닫기 전에 오뻐님에게 연주 너무 잘 봤고, 책도 잘 읽겠다고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실례는 아닐까, 너무 소심해서 근처에도 못 갔다. 이렇게 멀찍이 사진만 찍었지... 그러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 팬레터 보낸 건 안 비밀. (글로벌 덕질 만세)

  지금도 이곳에선 전세계 사람들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그립다.




  숙소가 코앞이지만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초코우유를 하나 샀다. 더치 우유(Dutch Milk)라길래 반가워서 괜히 집어들었다.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알차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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