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5. 일요일
한국힙합씬에서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화지의 공연에 다녀왔다.
아티스트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공연이었는데
기획과 컨셉도 여타의 공연에선 본 적 없는 새로운 것들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공연장은 스테이라운지!
홍대와 합정 중간쯤 어딘가에 있는 소규모 지하공연장.
▲ ARK 공연포스터
포스터부터 남다른 이 공연..
불바다 한가운데 혼자 여유롭게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화지님을 볼 수 있다.
홍보문구에는 '방주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들어가있었고.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 공연이길래 포스터도, 문구도, 홍보영상도 전부 심상치 않은 건지?!
그냥 화지 단독공연이라고만 해도 갔을텐데
전에 없던 형식의 무언가를 보여줄 것만 같아 더더욱 기대가 되었다.
참 이날 희선언니 만나서 입장 전에 맥주 한 캔 들이키고 들어감ㅋㅋㅋㅋㅋㅋ
언니가 유럽에서 사오신 술초콜릿도 먹고!!
캬 술판이구나ㅋㅋㅋㅋㅋ
입장과 공연시작이 한 20분? 정도 지연되긴 했지만 문제없음.
이번 공연도 내사람들과 함께니 대기시간쯤이야~~~
▲ 대형 스크린
입장하니 이런 식의 대형 LCD 스크린이 3면에 걸쳐 설치되어 있었다.
'공연장이 아니라 마치 다른 공간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거라고 했는데
바로 이 스크린을 통해 내는 효과!
내 경우엔 입장번호가 워낙 빨랐던지라 맨 앞줄에서 보느라 양측의 스크린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맨 뒤, 특히 2층에서 봤을 땐 3면의 스크린이 이루는 모습이 꽤나 장관이었을 걸로 추측..
3면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봤다면 기획의도대로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들어와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
▲ 화지(Hwaji)
5시 20분쯤? 드디어 주인공 등장!
오늘의 방주를 이끌어가주실 분.
'집에서 따라하지마'가 첫 번째 곡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날 공연은 기획과 컨셉이 뚜렷한 만큼 공연 자체의 스토리도 있었다.
노래 구성도 매우 유기적이었고, 공연 전반적으로 화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흐름이 있고, 각각의 주제가 있다고 해야할까.
첫 번째 곡 끝나고 방주에 오른 것을 환영해주셨다.
지금부터는 단순히 공연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진짜로 방주에 오른 기분으로 함께할 시간!
왜 지구를 뜨고 싶냐는 물음에 영상물 하나로 답을 하셨다.
어떤 다큐멘터리의 일부를 발췌해오신 것 같았음.
우주가 얼마나 거대하고 역사가 오래되었나..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음악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는 종교에 빗대며 설명하심.
이어진 노래는 '새로운 신'
이 곡은 나도 처음 듣는 라이브!
확실히 1집은 2집과는 다른 바이브였다는게 느껴졌다.
비슷한 메시지도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다고 해야하나.
쉽고 착착 감기는 훅 만드는 건 똑같아서 나 포함 다들 화지를 향해 "오 주님! 오 주님!" 하고 외침ㅋㅋㅋㅋ
이어진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이야기.
화지님이 늘 얘기하길, 우리는 누구나 나르시시스트적인 면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착한 일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
물질만능주의를 욕할 건 없다.
누군가에겐 돈을 좇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니까.
'나르시시스트'-'ILL'로 이어진 노래들.
이날은 비록 일요일이었지만, 바이브만큼은 토요일의 그것이길.
화지님이 멘트하는 동안엔 시종일관 저 화면을 보여줬던 스크린.
조금 더 멀리서 봤다면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확인하며 볼 수 있었을텐데
난생 처음으로 입장번호 빠른게 조금 아쉬워졌던 공연...
아무튼, 화지님이 이어간 얘기는 '결국 우린 우주의 작은 점'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데서 오는 허무주의.
여자도 이 허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을 만나고 싶다고 하심.
그리고.. 실제로 만나보기도 했는데 워낙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보다 더한 분이었다며...
그렇게 이어진게 'Gipsy Girl'
이 곡 보니님이랑 같이 부르는 거 자주 봤는데 오늘은 화지님 혼자!
(내가 공연 볼 땐 늘 보니님이랑 같이 불렀어서 너무 자연스럽게 이 곡에 보니님 피쳐링 하신 줄로 착각... 원래 화지님 혼자 부르는 노래였다는게 이상하게 충격..)
곡 끝나고 갑자기 "스물 다섯이신 분?" 하고 묻더니
화지님은 그 나이 때 세상의 톱니바퀴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이어서 불렀던 노래는 아래 영상으로 확인하시길.
160925 화지×Plug Life, ARK(아크) / 화지(Hwaji)-스물 다섯
나의 스물 다섯은 과연? 하고 괜히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곡.
"공황장애를 겪었거나 겪는 분?"하고 물은 뒤 본인의 공황장애 얘기를 하며 곧바로 '한 그루만 태울게'로 이어졌다.
(그러고보면 공연 내내 관객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했던 게 느껴진다)
허무주의에서 이어진 쾌락주의에 대한 얘기.
그러고보면 화지님이 하는 얘기들은 다 진짜 쉽지만은 않은 메시지들이었다.
특히나 20대가 이런 생각을 하기엔 굉장히 심오하지 않나..!
'젊은데'와 '꺼져'
어쨌든 우린 아직 젊다!
이후에 아마 이런 영상을 보여줬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음..)
우주비행사 얘기를 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것도 결국 지구도 우주의 작은 점, 우린 더 작은 점.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생긴다는 '조망효과'
(하 얘기할수록 이 공연 정말 무슨 인생에 대한 강연 같다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인생관이 화지님이 가진 매력이고,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복기하면서 글로 옮기려니 어렵다 어려워..!)
최근에 나온 새싱글 들어봤냐며 부르심
160925 화지×Plug Life, ARK(아크) / 화지(Hwaji)-알 바야
첫 라이브를 듣는건 언제나 영광!
이번에 휴가 다녀오신 분 있는지를 물어보셨다.
러시아 갔다왔다고 손 들려다가 맒..ㅋㅋㅋㅋㅋ
어떤 분이 이태리 다녀왔다고 했더니 제일 좋은 곳인 것 같다며
화지님은 내일(26일)이 생일인데 조만간 괌으로 여행을 가려고 계획중이시라고.
공황장애를 오게 하는 건 도시생활이라며.
여행얘기 나올 때 이미 짐작했지만
우린 모두 한 번쯤 '서울을 떠야돼'!
160925 화지×Plug Life, ARK(아크) / 화지(Hwaji)-서울을 떠야돼 (feat. 딥플로우)
캬 이 노래 내가 서울을 뜰 때마다 비행기에서, 기차에서 얼마나 들었는데..!
#서울을떠야돼 해쉬태그도 잊지 않고 달고ㅋㅋㅋㅋ
그나저나 딥플로우님까지 있는 완전체는 처음 봤다.
귀이득..
서울이 아니어도 대도시면 공황장애가 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시골에 내려가서 혼자 생각에 갖혀 살기에는 아직 좀 무섭다고 하신 화지님.
중요한 건 내적평화, 이너피스!
예전엔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법으로 내적평화를 찾았다고 하는데,
그 때 썼던 노래를 부르겠다며 했던 '말어'
본인 노래 중에는 피처링이 있는 노래가 신나는게 많다며,
이런걸 '호미력'이라고 이름붙여봤다고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ommie力 이겠죠..?
'둘 해'로 이어진 공연!
히피에 대해서 열심히 설파하신 후엔 '히피카예'를 부르셨다.
"나는 히피고, 유명세 필요없고, 음악은 그냥 즐거워서 한다!"
덕분에 저도 어디가서 즐거운 것들을 하고 사는 히피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하하.
상업적 니힐리즘(허무주의)은 사기다?
그건 니힐리스트의 뻘소리 혹은 클래식이고 화지님은 관심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의 음악이 나에게 들리고 내 뇌가 반응을 한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는 화지님.
예술의 공식적, 비공식적 정의들 많이 봤지만 화지님식 정의는 어떤 면에서 관계미학적이라고 생각.
그런 기준이라면 화지님 음악은 이미 내게 충분히 예술이다.
반응해서 고맙다며 준비하신 곡.
160925 화지×Plug Life, ARK(아크) / 화지(Hwaji), 팔로알토(Paloalto)-Circle
진짜 마음 같아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듣고 싶은 라이브...
개인적으로 세상 제일 좋아하는 조합!
여기에 'UGK'까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UGK' 부를 땐 내가 뛰노느라 정신 없으니까 간신히 'Circle'이라도 남겼다 하하.
▲ 팔로알토(Paloalto), 화지(Hwaji)
솔직히 기대 안 한 건 아니지만 팔로알토님 등장해주셔서 행복했다!
두 곡 끝나고 팔로알토님은 바로 내려가심.
계속해서 화지님 얘기를 이어가보자면, '내적평화'에 대해 얘기하시며
인간굴레로부터 벗어나는게 결국 '내적평화'라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그리고 우리의 내적평화도 함께 바라는 의미로 '이르바나'를 부르셨다.
계속 우주에 대해 주창했지만 마지막 곡은 지구로 가보자며,
지구에서도 우주가 보이는 곳은 있다며 부르신 곡.
160925 화지×Plug Life, ARK(아크) / 화지(Hwaji)-바하마에서 봐
개인적으로는 '바하마에서 봐2'를 더 좋아하지만
공연이 마지막까지 냉소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훈훈한 분위기에서 끝나기에는 좋았던 곡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구를 뜨긴 힘드니 다 보고 죽기나 하자!
이후로 화지님은 퇴장.
앵콜, 앵콜 외쳤지만 화지님 대신 영상 하나가 나왔다.
방주 프로젝트에 대해 정리해주기라도 하는 듯,
방주에 함께 오른 사람들(관객들) 이름과 함께.
내 이름이 올라갈 땐 약간의 감동도..
그렇게 앵콜은 없었지만 영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된 ARK.
▲ 공연장을 나오며
꽉찼던 2시간 가량의 공연을 뒤로하며.
역시나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공연 홍보용 티저 영상만 보고도 어떤 공연일까 매우 기대가 되었었는데, 그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켜준 공연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이렇게 시공간을 달리 보이게 하는 연출의 공연을 (적어도 힙합 공연 중에서는) 처음 보았고,
단순히 노래만 부른게 아니라, 공연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있었고, 그게 노래와 이어져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 게 참신했다.
(물론 위에 적었듯이 그 이야기가 이해하기에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가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관심을 샀는지, 이날 공연장을 찾은 아티스트들도 많았다.
입장번호가 빨랐던 탓에 연출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게 아쉽고, 맨 뒤 2층에서 연출을 의도한 대로 다 느낄 수 있었을 아티스트들이 부러웠던 날이었다.
이야기의 경우, 애초에 화지님의 [ZISSOU] 바이브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 전에도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녀서 마냥 새로운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화지라는 사람을 또 조금 더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공연장을 나오는 순간 또 언제 이런 공연, 그리고 공연에 설 화지님을 볼 수 있나 싶은 생각에 매우 아쉬워지더라.
여러모로 매우 인상적이었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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