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도 공연이지만 김태균이라는 사람, 그리고 [녹색이념]이라는 앨범에 대해 좀 더 알고싶었달까.
그리고 이번에도 감사하게도 당첨되어 다녀올 수 있었다.
나에겐 새해 첫 공감!
6시 반이 조금 안 되어서 도착했고,
벌써부터 사람들이 꽤 많았고,
6시 반에 딱 티켓배부를 시작했다.
이날따라 안내판에 적힌 게 묘하게 다른 것 같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스탠딩 공연이 아니라 좌석 공연이었고,
그래서 '지정석'에 대한 안내가 있었던 것!
안내사항은 위 사진을 참고하시길!
좌석을 어떤 순서로 배부해주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내 앞에 꽤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고,
우리가 받은 D열 23, 24번은 무대를 바라봤을 때 약간 오른쪽에 치우쳐진 좌석이었다.
열의 순서가 좌석의 알파벳 순서와 일치하는 건 아니어서
저 자리는 앞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줄이었는데
공감 무대 자체가 워낙 크지 않아서
사실 어디에 앉아도 탁 트인 시야로 온전히 공연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자리가 어디인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자리도 엄청 좋았음)
공감 그렇게 왔으면서도 지정석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좋았던 건 티켓 받고 다시 입장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점..
(스탠딩 시에는 입장도 선착순이라 줄을 바로 서야한다)
그래서 입장 전까지 희선언니랑 고로케 먹으면서 앉아서 기다렸다.
언니는 회사에서 바로 오는 거라 구두를 신으셨었는데
좌석공연이라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이날의 셋리스트.
거의 [녹색이념]의 트랙리스트와 비슷하고
스킷인 '잔상'과 마지막 수록곡인 '암전'을 제외하고 구성된 것이라 보면 되겠다.
기타, 베이스, 드럼, 디제잉, 코러스까지
라이브 세션으로 진행되었던 공연.
이번 후기도 숨김글로 만나보시길.
라이브 세션이 먼저 올라오고, '섬광'의 피아노 연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스킷까지 진행되지는 않았고, '섬광'은 연주만으로 끝. 이어서 김태균님이 올라오시며 바로 '붉은 융단'을 부르셨다. 후드티 깊게 뒤집어쓰시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셨다. 사실, [녹색이념] CD도 가지고 있고, 몇 번 통으로 돌리기도 했지만 나에겐 어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확 와닿는 노래는 아니었는데 공감에서 '붉은 융단'을 라이브 세션으로 들으니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코러스 한 마디 듣는 순간 '와 이게 이런 노래였나' 싶으면서 거기에 김태균님의 메시지 꽉 찬 랩이 얹혀지니 너무 벅차서 진짜 눈물 찔끔 났다.
인사나 멘트 할 틈도 없이 바로 두 번째 곡 '입장'을 부르셨다. 이 곡도 김태균이라는 사람의 삶을 조금 엿볼 수 있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그러면서도 감히 내가 그래도 되나 싶은 기분이 드는..) 엄청 풍부해진 사운드에 가사 하나하나 집중하면서 듣다보니 이 곡도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하는 것도 참 쉽지가 않았다.
'이제는 떳떳하다'는 [녹색이념]에서 그나마 분위기가 좀 전환되는 곡. 비록 스탠딩 아니고 좌석공연이었지만, 앉아서도 다들 풋쳐핸섭 열심히 했다. "일년이면 돼!" 훅 부분도 따라 부르고. 김태균님도 이 곡 할 때부터 스탠드 마이크에서 벗어나 무대 이곳 저곳을 누비며 공연을 하셨다.
'보여줄 때'는 짧은 곡이지만 메시지가 워낙 인상적이고, '돈'은 피쳐링 목소리가 하나도 없어서 살짝 허전했지만 김태균 독백 같은 곡도 괜찮았다.
'대마초' 부르기 전에 이제 친구가 나올거라고 하더니 긱스의 릴보이님이 나오셨다. 더블링 살짝씩 쳐주거나 훅 부분 부르는 정도. (사실 [녹색이념] 들으면서 크레딧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어서 '대마초' 훅 부분을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 같긴 한데 누군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됨) 어글리덕님은 오지 않으시고 그냥 AR로 진행했다. 곡 끝나고 릴보이님이랑 뭐라도 토크 하나 싶었는데, 김태균님이 "할 말 있어?" 묻자 "아니, 없어"하곤 바로 릴보이님 바로 내려가셨다. 이때까지 멘트도 정말 거의 없이 노래만 쭉 이어갔다.
[녹색이념]에서 굳이 꼽자면 정말 몇 없는 턴업곡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막다른 길'(앨범 자체가 워낙 턴업하는 앨범이 아니다 보니). 진짜 음원 뺨쳤던 라이브였고, 사실 공감 전에 [녹색이념] 가사집을 하나하나 보면서 노래를 듣지는 않아서 가사를 다 알지는 않았는데, 현장에서 가사를 다 알아올 정도로 전달력도 너무 좋았다.
중간에 무대 위로 관계자분이 의자를 갖다주셔서 앉아서 공연을 이어갔다. 후반부 곡들을 할 때, 음원보다도 라이브에서 김태균님의 감정도 매우 고조되어서 랩이 굉장히 날카롭게 들렸고, 소리도 한껏 커졌던 것 같다. '겨울잠', '자각몽', '침대', '책상'까지. 앨범으로 치면 스킷 역할을 하는 '잔상' 이후의 이 곡들은 각기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만의 이어지는 서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감정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화(火)'? [녹색이념]에서 뭔가 의외의 감정을 발견한 기분.
참, 중간에 한 관객이 토크 안 하냐고 해서 정말 '갑작스럽게' 토크를 했다. 사실 나는 공감 신청하면서 김태균이나 [녹색이념]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시간이 거의 없었어서 아쉬웠던 찰나에 누군가 용기있게 말씀해주신 것. 여자친구 있냐는 물음에 "그건 말하면 안되겠죠?!" 하고 넘기심ㅎㅎ 그리고 머리 왜 밀었냐는 질문에, 음 지나간 시간들을 좀 떨쳐내고자?라는 식으로 대답하셨던 것 같다.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오냐는 (참 짓궂은) 질문에 생각보다 빨리 나올 거라며.. 허허. 근데 토크를 뭔가 오래 끌고 가고 싶어하시진 않았던 것 같음.
개인적으로 '암전'을 기대했으나(정말로 암전 속에서 라이브를 한 영상이 있다길래 공감에서도 약간 그런 연출 속에서 부르는 걸 기대해봤음) '제자리'가 이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다. 앵콜도 없었다. 공감에서 이런 연극 같은 공연은 또 처음.. 아무튼 '제자리' 들으면서 공연 시작할 때 느꼈던 그 소름과 울컥함을 다시 느꼈다. '암전'도 잊을 만큼 공연의 마무리 곡으로 적절했다고 생각하는 '제자리'. 아마 '암전'은 2월 19일에 있을 김태균 단독공연 : 녹색이념 에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참, 공연 중간에 녹색이념 공연도 준비 정말 많이 했으니 많이 와달라고 하셨다.
전체적으로 느꼈던 것은, 김태균님 간주 할 때라든가 랩이 없을 때 무대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어색함이 눈에 다 보일 정도였고, 심지어 랩을 할 때도 제스처 등이 뻣뻣하다 느낄 정도로 뭔가 긴장되어 있고, 굳어있는 걸 느꼈다. 녹화를 했던 둘째날은 어떠셨을지 모르겠는데... 그 모습들에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아티스트로서의 공백기에 결코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냈구나 싶은 느낌이 확 왔다고 해야하나. [녹색이념] 같은 앨범을 들고 온 것만 봐도 알겠지만.
사실 공감 보기 전까지 김태균이라는 사람, 아티스트에 대해 정말 1도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공연을 보고 좀 더 알고싶더라.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어떻게 랩을 하게 되었으며, 만약 랩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랩이 아니었다면.. 정말 상상이 되지 않는 사람. 분명히 앉아서 몸은 편하게 본 공연인데, 공연의 바이브에 너무 몰입했다가 빠져나와서, 끝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졌던 공연.
공연 끝나고 희선언니가 [녹색이념]을 사야겠다고 나왔는데
진작에 다 팔리고 없다고 하더라.
근데 우리만 못 산게 아니라 산 사람 보다 못 산 사람이 훨씬 많아 보였음.
한 열 장 가져왔나보다 싶을 정도로..
우리가 간 날은 공식적인 싸인회도 없었다.
(끝나고 한참 후에야 김태균님이 나오셔서 남아있는 몇몇 분들에게 비공식으로 싸인을 해드렸다고 하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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