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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4/4 알크마르 방 보러 가기&암스테르담 필터 찾기 여정

by Heigraphy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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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4(수)

 

두번째로 방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위치는 매우 생소한 알크마르(Alkmaar)라는 곳이었다.

큰 도시가 네덜란드 남부에 주로 위치해있어서 무조건 남부 중에서 한 곳에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방이 잘 안구해져서 꽤나 북부까지 시야를 좀 더 넓혔다.

2월쯤, 올라온 지가 이미 꽤 된 방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해봤더니 아직 방이 남아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틸버그에서 알크마르까지는 편도로 무려 21.9유로(!)나 나오기 때문에 원데이 티켓을 샀다.

티켓을 사면 바우처를 주는데, 그걸 N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바우처 입력하고 프린트를 했어야 했는데

etos 직원이 설명을 안해줘서 나는 틸버그역으로 가는 길에 알았다(...)

그래서 급하게 틸버그 센터에 있는 카피샵에 가서 25센트에 프린트를 하고...

결국 원래 계획했던 기차는 놓치고 말았다.

 

 

 

아침부터 틸버그 시내를 쏘다니다가 겨우 도착한 틸버그역.

틸버그에서 알크마르까지는 환승도 많이 해야되고 시간도 2시간 넘게 걸린다.

 

 

 

일단 20분정도를 타고 가서 덴보스(Den Bosch)에서 환승을 한다.

덴보스 역 이름이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통합되었나?

 

 

 

그리고 분명히 나는 알크마르행 인터시티를 잘 탔는데

 

 

 

내리고보니 호른(Hoorn)이었다.

....?....

누가 설명 좀...

사실 중간에 갑자기 열차가 한참을 정차하더니 뭔가 문제가 생긴 듯 차장이 와서 승객들에게 뭐라뭐라 안내를 해줬는데

당연히 전부 더치어로 얘기해서 나는 알아듣지 못했고,

NS어플과 구글맵에 의존해서 계속 내 위치를 확인했는데

분명 알크마르로 간다는 기차가 갑자기 (도대체 왜) 행선지를 바꾼 건지.... 내리고보니 호른이다.

덕분에 이 작은 나라에서 기차만 3시간을 타고 이동했다.

 

집주인과의 약속시간이 이미 훌쩍 넘은 것은 물론...

내가 기차에 문제가 생긴데다가 또 뭔가 잘못타서 호른에 있다고 좀 늦을 것 같다고 했더니

친절한 집주인은 "너 이미 long journey를 했을테니 힘들겠다"며 알크마르 역까지 오면 자기가 차를 가지고 데리러 나오겠다고 한다.

아... 아직 나 뭐 계약한 사람도 아닌데 천사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방을 보러 가서는 염치없게 간식도 얻어먹었다.

사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부산스러울까봐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고 나왔는데

이미 도착하니 1시 가까이 되었고 배가 너무도 고픈 참이었는데

이 천사 집주인은 나에게 또 long journey를 강조하며 토스트까지 만들어주었다.

방도 나쁘지 않고, 집주인도 너무 좋고...

여기서 이미 이 집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방문한 날이 부활절이 지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집에는 부활절에 쓴 달걀모양 초콜릿이 있었는데 그것도 챙겨줬다.

진짜 천사세요?ㅜㅜ

 

 

 

 

돌아갈 때는 다시 기차역까지 차를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동네를 직접 돌아보고 싶어서 괜찮다고 걸어가겠다고 했다.

역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느낀 바로는, 이곳은 참 조용한 동네였다.

그리고 놀이터가 참 많았다.

알크마르는 아이들이 많은 지역인 걸까?

 

 

 

네덜란드의 상징과도 같은 운하도 빠질 수 없지.

알크마르는 특히 운하가 더 특별한 것 같다.

왜냐하면 여기는 간척을 통해 생긴 땅이자 마을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간척지가 많긴 하지만, 알크마르는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간척지 마을이다.

 

 

 

알크마르까지 나온 김에 암스테르담을 들렀다.

여전히 암스테르담 중앙역 그 자리에 있었던 피아노.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아이들이 여기를 쳐다본다.

 

 

 

중앙역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덴하그에서 비오는 날 지치도록 비맞고 다닌 이후로 이제 나는 우산을 쓴다.

카메라까지 메고 있는데 더더욱 써야해.

 

 

 

오늘의 여정은 필터 찾기 여정이다

네덜란드 온 후로 보이는 카메라샵은 다 들어가보며 독일제 슈나이터 필터를 찾아다녔는데,

적어도 틸버그에는 한 군데도 파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큰 암스테르담 샵에서라면 팔지 않을까 싶어 중앙역 주변에 있는 카메라샵은 다 들어가봤다.

가장 먼저 들어가본 이곳에서는 단호하게 없다고 하여 바로 가게를 나왔다.

 

 

 

두 번째 방문한 이곳은 슈나이더 필터는 없지만 그거랑 똑같은 재질의 렌즈를 쓰고 조금 더 저렴하다는 헬리오펜(heliopan) 필터를 추천해줬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것도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한 필터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는데 그렇게 싼 가격도 아니어서 패스했다.

 

 

 

세 번째 방문한 이곳은 슈나이더는 없고 호야필터를 추천해줬다.

호야필터 살 거면 한국에서 진작 사왔지요..

이곳도 패스ㅜ^ㅜ

 

 

 

마지막으로 미디어 마르크트까지 방문해보았으나 슈나이더 필터는 없었다.

아니 옆나라 필터인데 왜 한국에서보다 여기서 구하기가 훨씬 더 힘드냐구요..ㅜ^ㅜ

그렇게 결국 이날도 필터 구하기는 실패했다.

 

6시가 되어서 가게들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거든...

그래서 집에 가기 전에 암스테르담 구경이나 조금 더 하기로 했다.

 

 

 

암스테르담 왕궁(Royal Palace Amsterdam).

담 광장(Dam Square) 서쪽에 위치해있다.

이 건물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Dutch Golden Age)에 지어져,

원래는 시청사로 사용되다가 1806년에 취임한 루이스 나폴레옹(나폴레옹의 동생)가 왕궁으로 용도를 바꿨다고 한다.

현재는 영빈관으로 사용되며, 네덜란드에 있는 3개의 왕궁 중 하나라고 한다.

뮤지엄카드가 있다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지붕 꼭대기에 있는 이 동상들의 의미도 궁금하네.

 

 

 

담 광장과 그 한가운데 서있는 기념비(National Monument).

양쪽으로는 사자상이 지키고 있다.

 

 

 

 

뒤편의 이 기념비는 세계 2차대전 참전 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1956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매년 5월 4일 이 앞에서는 국가적인 추모행사가 열린다고.

 

 

 

사실 담 광장 주변에는 왕궁과 기념비 말고도 뭐가 참 많다.

왕궁 바로 옆에 밀랍인형 박물관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곳도 역사적인 혹은 국가적인 건물인 줄 알았다.

다음엔 날 잡고 암스테르담을 제대로 보러 와야겠다.

뮤지엄카드는 이럴 때 쓰려고 만들었지!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볼까 싶어서 암스테르담 중앙역쪽으로 가는데 왠지 점점 해가 뜨고 있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까지 오니 갑자기 날씨가 이렇게 맑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담 광장에서 우산 쓰고 다녔는데...

역시 예측불가 네덜란드 날씨다.

 

 

 

이런 빛과 배경을 놓칠 수 없어서 파노라마도 찍어본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언제봐도 참 예쁘다.

 

 

 

날씨가 너무 좋아 중앙역 근처를 조금 더 돌아다녔는데, 역시 네덜란드는 이렇게 맑고 파란 하늘과 파란 운하가 한눈에 들어올 때 제일 예쁜 것 같다.

 

 

 

 

저 멀리 중국스러운 건물은 뭘까...?

중국식 레스토랑쯤 되나보다.

이 푸르름 속에 중국 특유의 빨간색이 눈에 확 띈다.

 

 

 

내 바로 발 아래 떠다니던 오리.

네덜란드에는 야생오리가 참 많다.

나중에 집주인에게 들은 건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리를 먹지 않는단다.

오리를 거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마트에 오리고기는 파는 걸 본 적이 없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네덜란드스러운 풍경을 뒤로하고 이제 진짜 기차를 타러 갈 시간.

아직 날이 굉장히 밝지만, 이때가 이미 7시가 넘었었다.

날이 길어지고 있어!!!

그리고 나는 집을 나온 지 10시간이 지나고 있었지..^^

 

 

 

내가 이용한 원데이 기차티켓은 알버트하인 투고(to go)에서 물과 초콜릿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바우처를 포함하고 있었다.

무슨말인지 정확히 몰라서 패스하려다가 혹시..하고 구글번역기를 돌려봤는데 그런 내용이었다.

공짜는 지나칠 수 없지.

암스테르담에 널리고 널린 알버트하인 to go에 들어가 물과 토니 초콜릿을 받았다.

사실 이날 하루종일 배가 고파서인지 초콜릿 하나가 뭐라고 정말 꿀맛이었다.

 

 

 

내가 이용한 원데이 기차티켓.

etos에서 팔고, 19.75유로? 정도로 다른 때 팔던 기차티켓보다는 조금 비쌌다.

그러나 틸버그에서 알크마르 왕복을 생각해보면 43유로 정도가 드는데...

이 거리를 19.75유로에 가는 거면 정말 다행이지....

 

 

 

집으로 돌아갈 때도 덴보스역에서 환승을 한다.

 

 

 

틸버그역에 내려서 집에 걸어가는데 맥주기차? 이걸 뭐라고 하지?

다같이 맥주 마시면서 페달 굴리면서 앞으로 나가는... 뭐 그런 거를 여기 애들이 타고 있었다.

저거 옛날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같은 데서 봤던 것 같은데, 이걸 틸버그에서 보게 될 줄이야.

좀 새로운 광경이다.

 

 

 

집에 돌아오니 9시가 넘었는데(12시간만에 집에 돌아옴..)

저녁을 못 먹어서 그저께 만들고 남았던 콜라찜닭을 데워먹었다.

그저께 먹을 땐 좀 싱거웠어서 간장을 조금 더 넣고, 당면도 추가해서 다시 끓였더니 꽤 맛이 괜찮았다.

 

 

 

수잔이 방 보고 온 거 어땠냐고 물어보길래

꽤나 마음에 든다고, 집주인이랑 얘기해본 결과 아마 이번주 내로 이사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적잖이 놀랐다.

수요일에 방 보고 와서는 금요일이나 일요일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더 놀랐다.

금요일이면 당장 내일모레인데다 그날 자기가 일을 나가는데, 일을 나가있는 동안 내가 이사를 가버리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한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ㅠㅠ

그래서 그럼 집주인에게 일요일을 얘기해보겠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온 이별에 잠깐 슬퍼하다가 곧 방 구한 거 너무 축하한다고 하면서 자기 맥주를 선뜻 꺼내줬다.

같이 축배를 들되 자기는 술을 안 마시니까 물로 대신하겠다고 한다.

그래 얼마든지ㅋㅋㅋㅋㅋ

내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니 참 고맙다.

너무 긴 여정을 지내고 와서 무지 힘들었기에 이날은 맥주 한 캔 마시고 참 일찍 잠에 들었다.

요며칠 밖으로 너무 나다녀서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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