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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6/5 암스테르담을 즐겨야 하는데 집주인이 망쳤어요

by Heigraphy 201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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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5(화)

 

 

또띠아에 샐러드에 오늘도 새벽부터 아침식사 야무지게 챙겨먹고 나갑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암스테르담!

언니랑 아무리 별 거 안해도 다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기왕 네덜란드까지 왔으니 암스테르담은 봐야하지 않겠어!

 

 

 

그렇게 반고흐 뮤지엄으로 갔습니다.

나는 뮤지엄카드가 있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언니는 티켓을 따로 사야했고, 티켓은 온라인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며(뮤지엄 앞에서 와이파이 잘 잡힘), 입장시간대를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다.

즉, 다시 말하면 해당 시간 티켓이 이미 다 나가버렸다면 다음 시간대 티켓을 구매해야하는 수밖에 없음.

우리는 11시 반쯤 뮤지엄에 도착했는데, 가장 빠른 티켓이 12시 반부터 있어서 그 티켓을 구매하고, 남는 시간 동안 암스테르담을 좀 돌아봤다.

본델파크가 멀지 않아서 잠깐 갔다오니 금방 12시 반이 되었음!

 

뮤지엄에 들어가서는 각자 구경을 하다가, 나는 오후에 잠시 다른 약속이 있어서 다녀오기로 했다.

4년만에 반고흐뮤지엄에 다시 온 건데 사실 집중이 하나도 안 됐다.

폴란드로 떠나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지....

오후에 있는 약속도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잡은 약속이다.

엊그제 만난 스패니쉬 언니와 그의 하우스메이트가 나의 집문제를 알고 도와주겠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러 언니네 집에 가기로 했다.

언니의 하우스메이트는 안 지 이제 3일?4일? 됐는데 내가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라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대게 되었다ㅠㅠ

 

 

 

그렇게 언니네 집에 처음으로 가게 됨.

안그래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따뜻한 환영이 너무너무 고마운 순간이었다.

마실 것도 챙겨주고, 점심시간 좀 지나서 갔는데 먹을 것도 챙겨주고, 후식으로 요거트도 꺼내주고

계속 있으면 하여튼 다 퍼줄 기세였음ㅋㅋㅋㅋㅋ

그리고 진심으로 내 다음 지낼 곳을 알아봐주었던 시리아 청년...

정말 너무너무너무 고마웠음.

 

그리고 더 극적이었던 건!

사실 이 집에 가는 길에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나의 집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더 친구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고ㅠㅠ

이 문제로 한국에 돌아갈 고민까지 진지하게 했을 만큼 정말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있던 나로서,

너무너무 절실하고 간절한 순간에 이걸 마침내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진짜로 암스테르담 한복판에 주저 앉아서 울 뻔했다.

친구는 'no big deal'이라고 했지만, 나에겐 어마어마한 'big deal'이었음.

나의 네덜란드에서의 다음 날들을 구해준거야 너는...

이 친구가 없었다면 나 지금까지 네덜란드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정말?ㅠㅠ

이 신세를 모두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희선언니를 만나러 반고흐 뮤지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집주인한테 문자가 옴.

"너랑 네 친구 둘 다 집안의 규칙을 이해했길 바라."

????????

이 전에, 내 다음 세입자가 이미 거의 확정되어 있는데 그녀가 거주등록 문제가 시급하대서 이런 방법도 있다며 거주등록 대신 임시로 RNI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정보 몇 가지를 집주인에게 보낸게 그 전에 나눈 문자 내용인데

진짜 뜬금없이 집안의 규칙 얘기를 시전하는 집주인.....

그래서 나 네가 말한 대로 다 했는데 내가 뭐 실수한 거 있냐 물었더니

다 괜찮은데 또 열쇠가 어쩌고 저쩌고~ 열쇠를 네가 가지고 있는데 친구 혼자만 집에 남겨놓으면 위험하고~ 또 이상한 꼬투리를 잡기 시작함.

그래서 우리 오늘은 같이 나왔고 같이 들어갈 거며, 내 친구가 집에 남아있을 때는 늘 저녁이거나 밤이어서 누군가 집에 있었는데, 그것도 안 된다면 앞으로 안 하겠다 미안하다 보냄.

그랬더니 갑자기 내 친구 남은 날 동안 더 지내려면 50유로를 내거나 아니면 다른 곳 찾아서 나가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희선언니 오기 3주 전부터 내 친구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갈 거다 말할 때는 오케이 좋다고 해놓고는

오히려 내 친구한테 이집트에 대해서 빨리 얘기해주고 싶다고 막 안달복달 하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내 친구 와서 며칠째 지내고 있는 이 와중에? 이제와서? 지 맘에 안든다고? 갑자기?

이게 미친년이 아니면 뭐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부터 진심으로 너무 빡치기 시작해서

내 안의 제2의 자아가 나오고

입에선 막 쌍욕이 나오고요..........

나를, 내사람을 얼마나 호구로 보면 도대체 이런 소리를 하지?

 

내가 사실 디레지를 당장 안 해도 되는거고 그건 내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난 네가 요구한 대로 다 따랐는데 도대체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싶어서

이 인간은 안되겠다, 나도 할 말 하고 싸워야겠다 싶어서 이때부터 나도 따박따박 할 말 하기 시작함.

네가 왜 이제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왜 내 친구가 오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라면 내 친구 나가라고 할 테니 내용 좀 보내라고. 나는 지금 밖이라 당장 확인을 못하니까 보내보라고.

그랬더니 당연히 못 보냄.

왜냐하면 그런 내용따위 없으니까ㅡㅡ

 

그리고 뭐 자꾸 전화로, 혹은 얼굴보고 얘기하자는데

사실 한국인은 reading과 writting에 훨씬 더 강하지 않겠음?

이 미친 인간이랑 나눈 얘기들 전부 증거로 남길 수도 있고.

그래서 나 폴란드로 떠날 때까지 집에 있을 시간 없어서 너랑 마주할 시간 없고, 나는 텍스트가 훨씬 편하니 할 말 있으면 지금 문자든 메일이든 보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꾸 텍스트로는 내가 이해를 못한대.

네가 암만 그렇게 개소리를 지껄여도,

나는 절대로 너랑 얼굴 보고, 혹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다가 말릴 의향이 1도 없다.

계약서 내용 보내라는데 보내지도 못하는 인간이랑 무슨 얘기를 해.

그래놓고 밤늦게 오늘은 내가 '허락'할테니 친구 또 자도 된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원래 3주 전부터 너랑 나랑 내 친구랑 이미 얘기 끝났던 건데 선심쓰는 척 오지네 아주 애뱨뱨~~~~~

니가 그렇게 말 안 해도 I DON'T GIVE A SHIT이다 이거야.

 

 

 

이 빡치는 내용은 당연히 언니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됨.

언니는 아직 반고흐 뮤지엄을 즐기는 중이라 그 감성 파괴하기 싫어서 뮤지엄에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얘기를 아끼려고 했는데,

50유로 내거나 나가라고 했을 때 이건 도를 넘었다 싶어서 언니에게 얘기했더니

언니도 당연히 빡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근데 그 또라이가 원하는 대로 끌려다닐 수는 없지!!!!!

그래서 IDGAF 하고 우린 립이랑 피자 먹으러 감ㅋㅋㅋㅋㅋㅋ

암스테르담에 11.95유로 정도에 립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 있어요!!!!

근데 무제한 시켜도 우린 많이 못 먹을 거 같아서 그냥 낱개로 주문했다.

기분도 살짝 잡친 김에 술도 신나게 마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예거밤이었던가?

둘 다 약간 삘받아서 이날 술도 좀 많이 마심ㅋㅋㅋㅋㅋㅋㅋ

옆에 남자 셋이 앉아서 이 예거밤 6개짜리 하나 시켜서 마시던데

언니랑 나랑 둘이서 맥주+예거밤 6잔+맥주+맥주 이렇게 마시는 거 보고 되게 흥미롭게 쳐다보더니 말걺ㅋㅋㅋㅋㅋ

그러더니 갑자기 휴지에더 뭘 적어서 줬는데, 이거 자기 번호고 이거 자기네 숙소인데 이따 시간 되면 놀러오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암스 한복판에서 이런 헌팅?도 당해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우린 그런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 안녕 빠이~~~~~

 

오랜만에 언니랑 파리라익미소녀 느낌 내면서 술 마셔서 너무 재미있었고

언니는 한국 가면 바로 파리라익미소녀 다시 기획해야겠다고 했는데

그 자리엔 내가 없을 거라 얘기하다가 좀 슬퍼졌음ㅠㅠ

 

 

 

이 머나먼 타지에서 내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축복이야!

 

 

 

돌아가는 길에는 걸어가면서 암스테르담을 좀 구경하기로 했다.

프라이드 주간이라 그런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암스 어딘가 되게 축제같은 분위기가 펼쳐지기도 했음.

 

 

 

그렇게 걷고 걸어 도착한 곳은... 바로 홍등가였던 것이다.

사실 중앙역까지 가는 길에 있는 곳이라 지나가는 김에 들러봄.

이곳도 4년만에 다시 왔다.

 

 

그 어딘가 한복판에 앉아서 우리는 맥주를 한 잔 더 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고흐 감상할 때까지만 해도 ㅁㅊ 집주인 때문에 오늘 하루 다 망했다 싶었는데

언니랑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하다보니 그래도 많이 괜찮아짐ㅎㅎ

 

그리고 더이상 난 겁낼게 없다는 걸 깨달았지.

왜냐하면 난 잘못한게 1도 없고 집주인의 요구가 오히려 거의 횡포이자 만행에 가까운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

이건 바로 옆에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내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 혼자였을 땐 다 내 잘못인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딱 한 마디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 또한 그게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내가 네덜란드 생활에서 필요했던 건 바로 이런 거였을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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