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물에 이어 오늘도 쌍리단길 식당 후기.
이번에 다녀온 곳은 우육면 식당 바로 옆에 있는 '복덕방 떡볶이'다.
여전히 공인중개사 간판을 걸고 떡볶이를 팔고 있는 이곳.
컨셉 정말 신박하고 좋다.
잘 모르는 사람이 슥 지나간다면 떡볶이 집인 줄도 모를 것 같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평일 점심에 갔는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가게 앞에 있는 뽑기는 500원을 넣고 뽑아볼 수 있는데, 튀김이나 사리 중 하나가 당첨되어 나오는 모양이다.
('꽝'도 있는데, 이것도 몇 개를 모아가면 메뉴 하나로 바꿔주기도 하는 모양)
아쉽게도 우리는 500원짜리가 없어서 뽑기는 못해봤다.
벽면에 아직 지도도 걸려있고, 복덕방 물씬 느낌 나지만 떡볶이 집 맞다.
즉석 떡볶이가 1인분에 1,900원이다.
이거 팔면 남긴 하시나.. 오지랖 보탠 걱정이 들 정도로 정말 저렴했던 가격.
우리는 즉석 떡볶이 2인분+쫄면 사리+계란 2개+야끼만두 2개 이렇게 주문함.
다 해도 8,300원?
즉석 떡볶이를 한 사람에 약 4천 원으로 먹을 수 있다니..!
떡볶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옛날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책받침, 혹은 잡지 사면 나눠주던 포스터 같은 것들이 그대-로 걸려있었다.
2020년에 이 아이템(?)들을 다 어디서 구하셨는지 정말 궁금하다.
친구는, 원래 덕후들이 자기 가게를 취향껏 꾸미지 않냐며 사장님 본인의 물건일 거라고 추측했다가, 아니면 요즘 레트로 감성이라고 이런 것들을 팔기도 하니까 일부러 사 오신 걸 수도 있겠다고 했다.
뭐가 되었든 참 반가웠다.
심지어 한쪽 벽면에 걸린 god 포스터는 나도 예전에 가지고 있던 거였다.
이렇게... 나이가 드러나나?
공간이 조금은 협소하다보니, 셀프바도 아기자기했다.
정수기 대신에 조그만한 물통.. 같은 것이 올라와있어서 눈이 갔다.
(근데 또 물은 시원하고 제 기능은 다 해서 신기)
셀프바 뒤편에, 직원분이 조리하고 있는 그 공간이 바로 주방이다.
정말 제대로 오픈형ㅋㅋㅋㅋㅋ
떡볶이에는 기본적으로 떡+어묵+양배추+깻잎+마늘+옥수수가 들어가는 듯했다.
거기에 우리는 계란을 추가해서 계란까지 들어있는 채로 나왔다.
사리로 추가한 것들은 이렇게 따로 접시에 나오고, 쫄면 사리는 물이 끓으면 넣으면 된다고 한다.
야끼만두는 적당할 때 알아서 넣어 먹기~
개인적으로 튀김은 떡볶이에 살짝 적셔먹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계속 빼뒀는데, 이곳 야끼만두는 그러면 안 될 듯...
왜냐하면 갓 튀긴 튀김이 아니라서 안에 있는 당면이 다 부서지는 야끼만두이기 때문이다.
그냥 양념에 푹 절여서 튀김옷이 다 눅눅해진 채로 먹는 게 더 맛있었을 듯..!
양념이 다 풀어지고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쫄면 사리를 넣어서 조금 더 끓였다.
처음에는 조금 매콤하게 맛있었다.
이곳 떡볶이에만 넣어주는, 약간은 달달하고 톡톡 씹히는 맛의 옥수수도 떡볶이와 꽤 잘 어울렸다.
즉석 떡볶이답게 국물까지 아주 야무지게 먹어줌.
그런데 뒤로 갈수록 물이 졸면서 마늘 맛이 많이 나서 약간 알싸? 얼얼? 했다.
하지만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사실 막연하게 양이 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지막에는 너무 배불러서 둘 다 힘들게 먹었다.
가기 전에 "떡볶이는 간식이고 다 먹으면 옆집에 우육면 또 먹으러 가자!"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는데, 떡볶이라도 겨우 끝낸 것에 안도감을 표하며...
참, 이곳은 맛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는 곳이었는데, 노래도 계속 1990-2000년대 노래가 나와서, "이 노래 뭐였지", "저 노래 오랜만이네", "이 가수는 잘 사나?" 등등의 대화를 나누며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둘 다 노래도 안 부르는 애들이 하다하다 노래방 가고 싶다는 말까지 나옴ㅋㅋㅋㅋ
이 시국 끝나면 복덕방 떡볶이 먹고 노래방 한 번 쏴야겠어.
90년 대생들이 추억에 젖기 좋은 떡볶이 집-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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