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쯤 방콕에 처음 왔을 때,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이 다니다가,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날 한 재즈바에 방문하고는 이런 곳을 두고 치앙마이로 가야 한다는 게 무척 아쉬워진 곳이 있더랬다. 바로 색소폰 펍(Saxophone Pub)이다. (19 방콕의 명소 색소폰바(펍)) 지금은 방콕에 살면서도 여태 한 번을 안 가다가 연말이고 하니 라이브바가 가고 싶어서 거의 8년 만에 다녀왔다.
색소폰 펍은 전승기념탑(Victory Monument) 인근에 위치해 있다. BTS 역 이름도 전승기념탑(victory monument) 역이다. 프랑스-태국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탑이라고 한다.
1. 색소폰 펍 입구 및 내부
현재 곧 크리스마스고 연말이라서 조명과 트리, 산타모자 같은 것으로 입구를 꾸며놨다. 딱 이때만 즐길 수 있는 시즌 한정 장식 좋다. 입구에 직원이 서있어서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문을 열어준다.
일요일 8시 반쯤 갔는데 이미 사람이 많았고 거의 만석이었다. 한두 테이블 정도, 그리고 바(bar) 테이블 한두 자리 정도만 비어 있었다. 2층도 있고, 2층 난간 쪽에 앉으면 1층 공연도 잘 보인다. 그냥 워크인으로 갔는데, 들어가도 안내해주는 사람이 딱히 없어서 혼자 좀 방황을 했더랬다. 예약은 유선으로만 된다는 거 같다.
2. 색소폰 펍 자리 잡기 & 맥주
4인 이상 테이블만 한두 개 정도 남아있길래 혼자 큰 테이블 앉기는 미안해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서있는 직원한테 혹시 자리 있냐고 했더니 혼자냐고 묻고는 계속계속 구석으로 데려간다. 그러더니 무대 뒤쪽 바(bar) 테이블에 앉힘ㅋㅋㅋㅋ 이때 기타/보컬 솔로가 공연 중이었는데 벽에 가려서 기타 꼬랑지만 보이는 게 참 아쉬웠다. 나도 라이브 연주 보고 싶은데... 이 자리가 아쉽다고 해야 할지, 거의 만석인데 이런 자리라도 찾아서 앉혀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어쩔 줄을 몰라서 직원한테 자리 좀 안내해달라고 했지만, 왠지 들어가서 그냥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 거 같기도 하고. 내 뒤로 들어온 사람은 별 다른 안내 없이 나보다 더 좋은 자리에 앉았다.
색소폰 펍에 왔으면 색소폰 모양 잔에다가 술 한 잔 마셔줘야지. 예전에 왔을 때도 맥주 맛보다도 이게 재미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싱하 생맥주(Draught Singha)를 시키면 이렇게 색소폰 모양 잔에 준다. 근데.. 맛은 왠지 그냥 그랬다. 내가 요즘 술을 잘 안 마셔서 그럴 수도 있고.. 그냥 기분 낸다는 거에 의의를 두기로 함.
가격은 170밧에 세금 별도 10% 붙어서 187밧(약 7,900원). 색소폰 잔에 나오는 생맥 말고 일반 병맥은 조금 더 싼 것도 있다. 칵테일은 200-400밧 정도 선.
9시쯤 기타/보컬 솔로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다음 공연을 시작하려나 싶었는데, 9시부터 세션 준비만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시야 방해석이라 잘 보이지도 않고 좀 피곤한 감이 있어서 집에 그냥 갈까 고민도 많이 함..ㅋㅋㅋ 그래도 9시 넘어서부터 하는 공연이 찐이라는데 딱 하나만 더 보고 가자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 충전하면서 기다렸다. 뒤쪽에 악기 보관하고 콘솔 만지는 곳이라 그런지 멀티탭이 있길래 겸사겸사 나도 충전... 오히려 좋아.
3. 색소폰 펍의 명물, 라이브 연주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 연주 시작. 건반, 드럼, 색소폰, 기타 등등 아까와는 다르게 굉장히 다양한 세션이 참여했다. 내 자리에서 안 보이는 세션도 많아서 처음에는 좀 아쉬웠으나.. 막상 연주가 시작하니 그런 거 다 상관 없어졌다.
내 바로 옆에 콘솔이 있었고 무대에서 뭔가 사인을 주면 조금씩 조정을 하기도 했다. 무대 뒤쪽에서 보는 라이브 재즈 연주는 또 처음인데?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팀웍이 참 좋았다. 본인 연주 안 할 때는 옆사람 연주 집중하면서 호응 유도도 하고 멋진 팀이었다. 라이브 연주를 보는 맛은, 이렇게 연주자가 팀원과 합 맞추면서 행복해 하는 표정을 보는 데에도 있다.
혹은 이렇게 본인 연주에 집중하고 심취한 표정 보는 것도 너무 즐겁지. 가장 뒤쪽에서 메인이라기보단 서포트하는 소리를 많이 냈던 건반이었지만 나랑은 제일 가까워서 계속 보게 되었던 키보드 연주자.
무대를 빙 둘러서 바 테이블(Bar이 있어서, 대체로 앉아서 가만히 듣는 사람들(노래가 이렇게 신나는데 앉아서 고개 까딱까딱도 잘 안 함.. 왜?)이 많았는데, 드럼 옆쪽에서는 춤추고 난리 났다ㅋㅋㅋ 이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관객들도 너무 매력적임. 이게 다 모여서 색소폰 펍이 엄청 훈훈한 분위기가 된다.
뒷모습도 겨우 보여서 조금 아쉬웠지만 소리 하나만큼은 존재감 확실했던 드럼. 연주할 때 심취하는 표정을 못 본 게 아쉽다.
그나저나 이곳을 '로컬 재즈바'라고 표현한 이유는, 딱 봐도 태국인이 참 많았기 때문. 노래도 태국어 노래를 부르고, 후렴 같이 부르자고 유도하는데 다들 따라 부른다. 외국인 상대로 술값만 비싸게 받는 라이브바보다 분위기도 더 훈훈하고 오히려 좋아!
1시간 준비해서 1시간 반 정도 공연하고 11시 반쯤 끝. 처음엔 뒷모습도 잘 안 보인다고 아쉬워했는데, 세션 많아지고 막상 연주 시작하니 소리로 공간을 가득 채워서 뒤통수만 보여도 재미있었다. 이래서 내가 약 8년 전에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떠날 때 아쉬워 했었지. 앞으로 방콕에서 생활하는 동안 몇 번은 더 가지 않을까 싶다.
4. 위치 및 연주 스케줄
BTS 전승기념탑(victory monument) 역에서 도보 2분
색소폰 펍의 연주 스케줄은 아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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