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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살아보기/네덜란드 일기

네덜란드 워홀일기 :: 4/15 알크마르(Alkmaar) 풍차마을

by Heigraphy 201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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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5(일)

 

게으른 일요일이 밝았다.

오늘은 알크마르로 이사온 지 딱 일주일 되는 날.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집에 있는 날은 매번 먹는 얘기 쓰는 거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집주인이 드립커피 내리는 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원두와 설탕, 우유가루까지 전부 나 먹으라고 줘서

(집주인은 이제 건강상 커피를 안 먹으려고 한다고 한다)

오랜만에 한국식 커피믹스가 먹고싶어져서 열심히 넣고 만들어봤다.

그리 큰 머그컵도 아니었는데 설탕을 아무리 넣어도 절대 한국식 커피믹스 맛이 안 난다.

대충 어림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커피믹스에 설탕이 정말 어마무지하게 들어간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커피는 조금 밍밍하게 탔다. 그래도 맛있었다.

식빵 두쪽을 구워서 하나는 연어에 과카몰리 얹고, 하나는 하헬슬라흐 얹어서 먹었다.

간단하면서도 꿀맛나는 브런치였다.

 

 

 

하루 종일 방콕하다가 챙겨 먹은 두 번째 끼니.

전날 먹고 남은 삼겹살을 오늘도 구워먹었다.

사실 이 식사 전까지만 해도 오늘은 밖에 안 나가리라 (굳이^^;) 다짐을 했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전에 알려줬던 풍차마을이 생각나서 다시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혼자 가서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할 요량으로.

그래서 나가기 전에 든든하게 한끼를 해먹었다.

지금 한끼를 먹어두면 앞으론 해가 져서 밤길이 어두워질 때까지 꽤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올 것이기 때문이지.

 

 

 

전에는 차를 타고 갔던 곳을 이번에는 혼자 슬렁슬렁 걸어갔다.

가는길에 기차역 근처에서 만난 꽃.

튤립인가?

꽤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는데, 정말 예뻤다.

 

 

 

대충 알크마르 노트르(Alkmaar Noord) 역 근처라는 것만 알고, 정확한 위치는 몰라서 조금 헤매다가 겨우 찾은 이곳.

 

 

 

이곳은 관광지는 아니고,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면서 풍차를 돌리는 곳이다.

그래서 운동하는 사람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 혹은 그냥 길 지나가는 사람 말고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다.

예전에는 이런 곳을 몰라서 잔세스한스까지 가서 관광하듯 풍차를 보는게 다였고,

한국 돌아가서도 "네덜란드에 생각보다 풍차 별로 없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내가 몰랐을 뿐 아직도 이런 곳이 꽤 있다.

알크마르에만 해도 몇 군데나 된다.

그나저나 앞마당을 각자의 개성대로 꾸며놓은게 볼 만하다.

(남의 집을 엿보는 것 같은 주제에 볼 만하다고 표현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 꽃도 이름은 모르겠으나, 흰 꽃에 술만 노란색이라 신기했다.

 

 

 

영상을 찍기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딜까 찾아다니던 중, 내 시선을 확 사로잡은 이곳 풍차와 양!

와 여기 진짜 상상 속의 네덜란드 같다...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을 열심히 좇다보니

 

 

 

 

 

양도 어느새 나를 인식했는지 다가왔다.

낮에 오니까 확실히 더 좋다, 이런 모습도 보고ㅠㅠ

 

 

 

나를 궁금한 듯 쳐다보는 저 양이 귀여워 너무 귀여워!!!!!

양이 있는 이 풍차 집에 홀딱 빠진 데다가 마침 가까운 곳에 벤치도 있길래, 오늘 촬영지는 여기다 하고 냅다 앉아버렸다.

 

 

 

뷰도 마침 괜찮았다.

이곳에는 5개의 풍차가 모여있는데, 그 중에 3개가 보였다.

5개가 다 나오도록 찍는 건 어차피 무리라서

3개만 영상에 담고, 양이 뛰노는 풍차 집은 옆에서 눈으로 보기로 했다.

 

 

 

어떤 영상을 찍을 거냐면, 바로 풍차마을의 해지는 모습을 타임랩스로 찍을 거다.

네덜란드의 해가 슬슬 길어지고 있어서 요즘은 거의 밤 9시가 되어야 완전히 어둠이 내리는데,

이날 타임랩스 촬영은 6시 50분 정도부터 시작했다.

타임랩스는 약간은 아쉬운대로 핸드폰으로 찍어보기로 했다.

카메라로 찍으면 물론 더 좋지만, 그러려면 삼각대와 인터벌 릴리즈가 있어야 하는데

나에겐 현재 둘 다 없는 아이템이거든...

G5의 타임랩스 기능이 어떤가 확인도 해볼 겸,

미니 고릴라 삼각대에, 배터리 방전에 대비하기 위한 충전기 연결까지 야무지게 설치해놓고 촬영을 시작했다.

 

 

 

타임랩스가 촬영되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하는가?

바로 크레마사운드로 책읽기!

덕분에 『82년생 김지영』을 앉은 자리에서 후딱 다 읽었다.

이북리더기는 정말 요긴한 녀석이다.

 

 

 

물론 중간중간 타임랩스가 잘 찍히고 있나 확인도 하고,

카메라로도 가끔씩 셔터를 눌러준다.

 

 

 

그러다 이렇게 새가 날아가는 것을 찍기도 하고

 

 

 

노을지는 시간대에 붉게 물든 강과 하늘을 찍기도 했다.

 

 

 

해가 점점 지고 점차 짙은 푸른빛을 띠어 가는 하늘과 주변 풍경.

 

 

 

핸드폰도 여전히 열일 중이다.

완전한 어둠이 내릴 때까지 찍을 생각인데 과연 얼마나 이곳에 더 있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이렇게 어두워졌다.

일명 '매직아워(magic hour)'라고 불리는 시간대에 한 장 남길 수 있었다.

건너편에 무수하게 반짝이는 가로등들을 집주인은 '빛공해'에 가깝다고 표현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얼추 맞는 말 같다.

저 밝은 빛만 조금 더 적었어도 사진도 더 예뻤을 것 같다.

이때 시간이 9시가 조금 안 됐었다.

카메라로 이 사진까지 찍고, 타임랩스는 조금 더 촬영을 한 뒤 이날의 촬영을 마쳤다.

 

한 자리에서만 두 시간 넘게 지키고 앉아 촬영을 했고,

결과물을 확인해봤는데 역시나 핸드폰 화질이 좀 아쉽다.

그래도 한 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더 쉽겠지.

다음에는 꼭 카메라로 다시 도전해보련다.

 

그나저나 타임랩스 찍을 때 E-Book 읽는 거 진짜 시간 잘 가고 좋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은진언니와 통화를 했다.

통화하면서 걸어서 지도를 못 보고 살짝 헤매긴 했지만, 누군가와 얘기하면서 오니 오히려 더 금방 온 느낌이었다.

집 앞에 주차된 차 위에 웬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길래 살며시 다가가 인사를 했다.

내가 통화를 하느라 집에 곧장 안 들어가고 이 앞에서 몇 번 왔다갔다 했는데, 이 녀석을 볼 때마다 고개와 눈이 나를 쫓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인 건지, 아니면 내 소리가 시끄러워서 거슬렸던 건지..ㅎㅎ

아무튼 하루의 마무리로 식빵자세를 보니 썩 기분이 좋았다.

 

게으른 일요일이 될 뻔 했는데 나름대로 알찬, 한 주의 마지막날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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