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처음으로 절을 다녀왔다. 종교가 있어서가 아니라, 친구가 간다길래 호기심 반, 심신을 다독이고자 하는 마음 반으로 따라서 다녀와봤다.
사람도 많고, 연등도 많은 조계사였다. 날이 더웠는데, 연등 아래는 그늘이 생겨 시원했다. 바깥에 좀 멀리 나온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사실 전날 좀 심란한 일이 있었다. 아침 6시가 되도록 잠이 안 와서 잠도 거의 못 자고 나갔다. 겉으로는 매사에 엄청 쿨하고 씩씩한 척 하지만 사실 아직도 쉽게 무너지는 부분이 있다. 그걸 안 들키려고 계속 태연한 척을 할 뿐. 절을 찾고 친구와 대화를 하고 사진도 열심히 찍었지만, 어려워진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런 기분도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어디에도 잘 기대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특히나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않고, 않으려다보니 문득 사람들이 왜 종교에 귀의하게 되는지 알겠더라. 사람은 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신앙심이 변하지 않는 한 절대자는 변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오늘부터 불교 신자가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애초에 나는 불교는 철학에 가까우면 가까웠지, 종교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photo by GH
불교가 기복신앙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평소에 부처님께 귀의하는 편도 아니지만, 올 한 해 심적으로 좀 더 안정되고 튼튼해질 수 있기를 기... 아니 다짐해본다. 여러가지 물리적 문제와 고민과 의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다 해결할테니 그 과정에서 멘탈만 잘 붙잡고 있게 조금만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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