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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진일기

이 시국에 베이징 서우두 공항 경유하여 귀국한 후기 (1)

by Heigraphy 202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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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1/25)에 베이징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번 따라 예매할 때부터 왠지 쎄해서 중국남방항공 이용하기 조금 싫더라니, 내 촉이 아예 무시할 건 못 되나 보다. 갈 때는 임시비자 발급을 갑자기 중단해서 호텔도 못 가고 공항에 10시간을 갇혀있는가 하면, 올 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공항에 10시간 갇혔을 때의 글: 베이징공항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



#출발 전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뉴스가 매일 TV에 나왔다. 귀국하기 일주일 전만 해도 우한에서만 감염이 되었다고 해서 베이징을 경유할 나는 조금 안심했다. 지도상으로 꽤 멀어보이고, 그때까지만 해도 확진자 수도 많지가 않았기 때문에. 마침 그 시기에 베이징에 가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경유하는 동안 친구를 만날 계획이었다. 한 달 반 전부터 계획된 거였기 때문에 준비를 다 했었고, 이 블로그에도 중국 경유 여행용 위안화 소액 환전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친구 만나서 본토의 마라탕을 먹어볼 생각에 들떴는데 웬걸, 1월 20일쯤 되니 베이징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2명이었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이미 베이징에 가있는 친구에게 현지 분위기는 어떠냐고 했더니, 친구도 도착한 뒤로 딱 하루 외출하고 그 뒤로 밖을 못 나간다고 했다. 휴가 시기를 정말 잘못 잡았다며... 우리 여전히 만나서 마라탕 먹을 수 있을까, 만나도 되는 걸까 계속 상의를 했는데 결국 만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 위안화 환전 왜 했니...?)




  날이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자 짝꿍님이 나보다 내 걱정을 더 했다. 직항 비행기편으로 바꿀까 생각도 했는데, 그러기엔 이미 중국남방항공에 지불한 돈의 거의 2배를 더 지불해야 해서... 마스크를 잘 쓰는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중국 경유 여행을 대비해서 kf94 마스크를 가져갔었기에 그걸 쓰려고 했는데, 먼지 마스크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짝꿍님이 어디서 바이러스까지 차단하는 P3 마스크를 구해왔다. 거기에 알코올 세정제, 스프레이 세정제, 데톨 티슈까지 손수 준비해서 챙겨줬다. 받으면서 이거(특히 마스크)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어서 빵터졌는데 짝꿍님은 진지하다며😂😂😂




  마스크 쓰면 부피가 매우 커서 아래를 내려다보기가 힘들고, 귀에 고무줄을 걸면 무게 때문인지 자꾸 흘러내려서 귀가 아프고 좀 불편했지만, 나의 안위와 짝꿍님의 마음을 생각하여 꼭꼭 차고 다녔다^.^ 서울살이 하면서 최근 몇 년 간 마스크를 자주 썼었는데 이런 마스크는 또 처음이었다. 지금은 물안경에 비닐 달린 우산 등등 아주 현란한(?) 방어복들이 등장했지만 이때만 해도 내 마스크가 제일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 출발



  상황이 상황인지라 중국 가는 비행기에 사람 별로 없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내 적지 않은 비행 경험 중에 사람이 없어도 그렇게 없는 건 처음 봤다. 343 대열의 비행기에 한 줄에 한 사람도 안 앉은 줄도 많았고, 언뜻 봤을 때 승무원 포함 한 2-30명 탔으려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정말 없었다(덕분에 누워서 옴). 스키폴 공항에서는 마스크 쓰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비행기에 탑승하니까 승무원 포함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2020 Happy New Year! 약간은 침울한 분위기에 그렇지 못한 기내식... 그래 설날은 설날이니까!



#베이징 도착

  친구와 못 만나는 건 못 만나는 건데, 이어진 2차 고민. 이번에는 만약 임시비자 발급을 해준다면 무료 호텔을 가야할까? 공항은 차라리 통제된 환경이라 안 나가는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아니, 사람이 밀집된 곳이니까 더 위험하려나? 베이징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의견을 구해본 결과,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으면 라운지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서 그러려고 했다.

  베이징에 내리니 나를 포함하여 경유를 통해 한국에 가는 사람은 딱 2명이었다. 다른 분도 한국분이라서 서로 좀 의지가 됐다. 환승 고객을 안내하러 온 직원이 경유 동안 뭐 할거냐고 묻길래(전에는 자연스럽게 호텔 갈 거냐고 물어봤는데 왠지 이번엔 먼저 호텔 얘기를 안 꺼내더라. 임시비자 발급 중단으로 못 간 전적(?)이 있어서 본인들도 먼저 말을 안 꺼내는 건지 뭔지) 다른 분은 호텔을 얘기했고, 나는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라운지는 무료로 제공하지 않고 돈을 내야 하는데 2시간에 200위안(약 33,000원)이라고 했다. 대략 12시간을 있어야 하는 나는 19만 원 넘게 지불해야 하는데, 그만한 돈도 배짱도 없어서 나도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호텔에 왔는데 여기는 무조건 2인 1실이라며 같이 경유하는 한국분과 방을 같이 줬다. 우리 일행 아니라고, 오늘 처음 본 모르는 사이라고 했는데도 안 된대 무조건 2인 1실이래... 아침 일찍 도착을 해서 아직 호텔 조식 시간이었고, 우리도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기내식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냥 나는 안 먹었다. 다른 분은 먹고 오셨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딱 중국음식 같은 조식이 나왔다고 했다. 아무튼 이후로 호텔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내리 8시간 정도를 짱박혀 있었다. 심심해서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사람 없고 한산하긴 한데, 마스크 쓰고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도 한 명 정도 있었다.



#베이징 출발

  공항에 약 3시간 정도 전에 도착했는데도 시간이 아주 넉넉하지는 않았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이 워낙 큰 데다가, 공항에서 건강상태 질문지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기에 출국 심사가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나는 우한 방문력도 없고 발열, 기침 등 아무 증상이 없어서 제출만 하고 별다른 제재 없이 통과. 그나저나 짐검사 할 때 알코올 세정제를 비롯한 액체를 다 빼앗길까봐 솔직히 걱정했는데(갈 때 환승장에서 온갖 액체류와 배터리를 빼앗기는 걸 봤었음), 네덜란드어로 써있어서 뭔지 몰라 이게 뭐냐고 질문을 하길래 대답을 했더니 냄새 몇 번 맡아보고 빼앗지는 않았다. 참 다행이었다. 차라리 환승장에서 검사받는 것보다 출국심사를 새로 받는게 훨씬 편하다고 느꼈다.

  베이징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는 33 대열이었는데, 일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리를 하나씩 떨어뜨려서 준 것 같았다. 덕분에 내 옆에도 아무도 없었다. 인천에 도착하여 입국심사 받고 짐을 찾고 공항을 완전히 빠져나가고 나서야 조금 긴장이 풀렸다. 



- 다음편은 귀국 후 이야기:

이 시국에 베이징 서우두 공항 경유하여 귀국한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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