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생활 시절, 내 방이자 작업실이었던 곳💻
몇 년 전, 디지털 노마드에 한창 관심이 있을 때 관련 책을 하나 읽었다. 책의 말미쯤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는 질문이라는 구절을 읽었다. 그 질문은 마치 "회사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프리랜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같은 질문이라고. 디지털 노마드도 결국 일을 하는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니, 어떤 일을 할 지를 먼저 찾는게 좋겠다는 요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게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걸로 이해를 했던 것 같다. 그저 수단이나 혹은 일을 하다보니 생긴 부산물 같은 것 중 하나일 뿐.
요즘은 내가 책을 읽던 때보다도 이 키워드가 더 유행(?)을 하는 것 같은데, 유튜브에도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방법' 같은 영상들이 우후죽순 올라오는 걸 보며 더더욱 그런 걸 느낀다. 그 중 우연히 본 영상에서 어떤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다.
"저는 먼저 이민이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민을 위해 온라인으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은 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실천했다.
그 영상을 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디지털 노마드'라는 게 단순히 일을 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삶을 사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더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자연환경이 나와 더 잘 맞는 곳에서 살고 싶다 등등의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삶의 방법. 이게 더 이상 '일의 방식'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맞춰서 다른 것들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사진찍는 걸 좋아해서 업으로 삼다보니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기술이 되어 노마드처럼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좋지만, 노마드처럼 살고 싶어서 사진찍는 걸 새로 연마했다는 이야기라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는 거다. '일'보다는 '삶'이 더 큰 거 아닌가.
내 머릿속에는 늘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맴돈다. 노마드 같은 삶을 잠깐이나마 경험해봤고, 그게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도 느꼈으면서, 선뜻 또 다시 그러지 못하는 것은 그게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여지껏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삶의 목적과 수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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