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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여기저기 살아보기/태국 일기

수영장(이었던 것)

by Heigraphy 202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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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받는다. 아니, 5월부터 그랬다. 무슨 놈의 콘도가 벌써 세 달째 별의별 공사를 다 하고 있다. 주차장, 외벽, 로비, 헬스장, 수영장 차례대로 폐쇄했다가 별 공지도 없이 공사가 지연되고 길어져서 불편을 겪는 것의 반복이다. 어떤 건 실컷 공사해 놓고도 다 못했다고 한 달만에 다시 폐쇄하기도 한다. 지은 지 3년도 안 된 신축 건물이면서 무슨 놈의 하자가 벌써 그렇게 많은지.
 
 

1. 수영장(이었던 것)

요즘 나를 제일 열받게 하는 것

  진짜 이걸 인스타든 블로그든 올려 말어 백번을 고민하다가, 별 좋은 내용도 아닌데 굳이 싶어서 참다가, 아오 내가 너무 답답해서 이런 데라도 혼자 외쳐야지 안 되겠음.
 
  5월 말쯤 시작해서 한 달 걸린댔는데 7월이 되도록 아직도 이 꼬라지인 수영장. 공사일자가 훨씬 지났는데 역시 기일을 맞출 리가 없지. 수영장이 거의 마지막 공사라서, 이미 앞선 다른 공사들을 보고 일자 맞추리라는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 그래도 날짜 가까워지면 다 되어가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이건 심하잖아. 내내 접근 금지만 해놓고 물도 안 빼고 있다가 내 눈엔 이제야 시작하는 걸로 보이는데. 그마저도 요 며칠은 일하는 사람 다녀가는 걸 본 적이 없고, 아예 저 상태로 한 일주일째 방치 중임.
 
  수영장 포함, 로비(공사한다고 폐쇄, 입구도 못씀), 헬스장(공사한다고 이용금지), 외벽(보수한다고 창문도 못 열고 삶) 등등 돈은 돈대로 내는데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자꾸 제한되는 데다가 기한을 제대로 지킨 게 하나도 없어서 돈 아깝고 신뢰 팍팍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날이 갈수록 그라데이션으로 찐해진다. 콘도 보수공사 끝나는 것보다 내가 이사 가는 게 더 빠를 듯.
 
  이건 빨리빨리 vs 사바이사바이 문화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약속일자까지 일을 제대로 끝마치냐 마냐, 일을 대하는 태도와 계약자 간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함. 애초에 공사일 넉넉한 건 이해하는데, 본인들이 고지한 날짜도 전혀 못 맞추면 안 되지. 한두 번도 아니고. 관리실 일 더럽게 못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이제는.
 

 

2. 배관 봉변

문제 많은 배관

  요 며칠 샤워부스 물이 잘 안 내려간다 싶더니, 샤워부스에서 샤워를 했는데 변기 옆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해서 화장실 바닥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참고로 그쪽 하수구로는 뭘 흘려보낸 적이 아예 없음). 약간 오물 섞인 물이 넘쳤는데, 덕분에 야밤에 물 어느 정도 빠지는 거 기다렸다가 비누칠하고 닦고 말리고 해서 그나마 쓸 수 있는 상태는 만들어 놨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집주인한테 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게 원인과 해결방법을 좀 알고 싶다고, 관리실이 와서 내 방 배관 상태를 좀 봐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기술자라는 사람이 올라왔는데 뭘 준비해왔게? 뚫어뻥을 가져왔다. 못 뚫었다. 뚫어뻥 몇 번 해봤자 나오는 건 머리카락 몇 가닥이었는데, 진심 내가 샤워 한 번 할 때 나오는 양보다도 안 나왔다. 그리고 결국 그날 밤에 내가 약품 사다가 부어서 뚫음.
 
  근데 여기서 열받는 건 관리실이 집주인한테 배관 대부분 머리카락이 막고 있었으니 머리카락 조심하라고 했대. ㅋㅋㅋㅋ 뭐 이상한 미친 걸 흘려보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나오는 게 머리카락밖에 없지... 근데말이야 사람 들어산 지 2년도 안 된 방에서 배관이 그냥 막히다 못해 역류를 한 거면 좀 심상치 않지 않나? 그동안 무슨 수채구멍도 없이 모든 머리카락을 흘려보낸 것도 아니고. 그런 식이면 사람 2년만 더 살면 하수구 아예 못 쓰겠는데?

  4일 밤 연짱으로 오물이랑 화학약품 냄새 맡아가면서 하수구 뚫고 화장실 청소해야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그냥 밑도끝도 없이 내 탓이래. 내가 8개월 만에 머리를 그렇게 뽑았겠니? 혹여 하루에 샤워를 4번씩 했어도 배관을 그렇게는 못 막을 거다. 머리카락 조심하란 결론은 나도 내릴 수 있어^^;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싶어서 당신들을 부른 거라고. 문제 해결도 못해, 원인파악 할 생각도 없어 보여, 그럴 거면 관리실이 왜 있고 기술자가 왜 있어?
 
  결국 집주인이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며 약품비 보내줬다. 집주인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살면서 얼굴 맞대야 하는 건 관리실인데, 그들이 별로면 그 집은 그냥 별로라는 거 하나 배웠다. '관리'라는 게 잘해야 겨우 중간은 가는 거라는 거 아는데, 그런 걸 감안해도 탈락이야. 이미 신뢰를 잃었고, 나는 무조건 이사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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