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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색하는 연습장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by Heigraphy 202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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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을 읽다가 친구의 작품을 읽게 되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다른 작가의 작품을 먼저 읽으려고 들었다가, 낯익은 이름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들춰본 페이지에, 결국 입 밖으로 "허억-" 소리를 내고 말았다. 동명이인이 아니라 네가 맞구나. 네가, 정말로 등단을 했구나.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친구라는 것도 알고, 누구보다 노력한 친구라는 것도 알기에, 보자마자 내가 다 감격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는 나보다도 자신의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라, 네가 등단한 이후로도 우리는 만난 적이 있지만, 그 좋은 소식을 나는 이제서야 소설집을 통해서 알게 됐구나. 네가 원래 그런 친구라는 것도 알기에 섭섭한 마음은 없었고, 오히려 만났을 때 그 사실을 몰랐던 내가 온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지 못하고 이제 와서 카톡으로 겨우 몇 마디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미안하고 아쉬웠다. 

  타인인 내가 감히 너의 삶을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너는 나에게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확신시켜주는 사람이었다. 네가 마침내 등단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전에도 너는 나에게 늘 그런 사람이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반년, 일 년 만에 만나면 늘 너의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있던 너. 물론 그때도 너는 내가 집요하게 물어보면 그제서야 덤덤히 너의 좋은 소식을 알려주곤 했다. 나는 너와 같은 삶들이 주변에 많아지기를 바랐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요즈음은 방향도 없이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왔던 나를 반성하며, 오늘도 나는 너에게 많이 배운다.

  정작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을 때는 너의 글을 잘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서점 사이트에서 네 이름을 검색한다. 세상에 너의 책이 나오면 나는 eBook은 물론 수년만에 종이책을 살 것이고 주변인들에게 선물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작가가 바로 내 친구라고 자랑스럽게 외칠 것이다. 

  네가 이 글을 볼리는 만무하겠지만, 다시 한번 너무나 축하한다 사랑하는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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