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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200%

[전시후기] 미디어 인터랙티브의 활약, 반고흐 인사이드(Van Gogh Inside)

by Heigraphy 2016.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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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감일이 임박하면서 초대권을 여기저기서 뿌리는 이벤트가 많은 덕분에

그 중에 하나 당첨되어 전시 막바지에 무료로 보고 온 반고흐 인사이드(Van Gogh Inside)

전시는 문화역서울284에서 이루어졌다.

 

 

문화역서울에서 전시를 보기는 처음!

덕분에 모처럼 서울역 나들이도 했다.

 

 

문화역서울284에 가까워지자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반고흐인사이드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전시기간은 4월 17일까지.

나와 친구는 그 이틀 전인 4월 15일에 보러 다녀왔다.

 

 

부제가 빛과 음악의 축제구나..

어디선가 "전시도 빛으로 이루어졌다"는 후기를 보고

사실 기대를 많이 안했었다.

아무렴 진품보다는 훨씬 못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그러다가 친구가 미디어 인터랙티브 수업 때문에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좋았다는 평을 들려줘서

반고흐를 느끼기보다는 미디어 인터랙티브를 느끼고 온다는 관점에서라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약간의 흥미가 생겼고, 가야겠단 마음을 먹었다.

 

 

이날 전시는 미대생 친구와 함께!~~~

전시 보여줘서 고맙다며 빽다방 음료를 쐈다.

도슨트 역할을 자처해준데다가 음료까지 사주다니 내가 더 고맙다 친구야 

 

 

우리는 12시쯤 입장.

다행히 사람이 많진 않았다.

 

 

 

1관. 뉘넨의 또 다른 해돋이

 

위 그림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터너, 모네, 르누아르, 드가와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어두운 색채 위주의 고흐의 초기, 주로 네덜란드에서 그렸던 작품들을 보여줬던 첫 번째 관.

단순 그림만 보였던게 아니라, 고흐를 포함한 각 화가에 대한 설명과 그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짧은 서사들을 만들었었다.

그림 문외한인 내가 짧은 서사들(+친구의 설명)로나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전시는 빔프로젝트로 이루어졌었다.

고흐를 포함한 화가들의 그림을 볼 때는 그림 자체를 온전히 감상한다기보다는

네덜란드의 반고흐뮤지엄과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 진품을 봤던 추억을 떠올리는 느낌으로 봐서 나쁘지 않았음.

단순히 '그림'을 보고 느끼러 왔다면 좀 실망이 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 전시.

(다른 관들에 비하면 1관은 연출도 단조로운 편이라 더 그랬을 듯..)

 

 

"Normality is a paved road; It's comfortable to walk on, but no flowers grow on it."

"정상이란 건 포장된 도로와 같다. 걷기엔 편할지 몰라도 꽃은 자라지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2관. 파리의 화창한 어느 날

 

고흐가 자신의 화풍을 찾기 위해 파리로 떠났던 시기의 그림들.

신인상파 화가 폴 시냐크, 점묘법의 대가 조르주 쇠라, 일본의 풍속화가 우키요에 등 다양한 화가의 화풍들을 흡수하여

마침내 한층 밝아지고 화려해진 색으로 본인의 스타일을 찾아갔던 고흐. 

 

 

 

▲ 고흐의 자화상

2관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시가 이루어졌다.

건물의 내부가 전부 전시장인 셈.

그 모양도 뒤죽박죽이 아니라, 벽, 창, 커튼 등 각각의 프레임에 정확히 맞도록 설치되어 있어 보기 좋았다.

 

 

조르주 쇠라의 점묘화 (작품 이름은 잘..ㅜㅜ)

 

 

당시 신인상파 화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일본풍 그림.

이는 이후에 '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서 유행하던 일본풍의 사조'를 지칭하는 용어 '자포니즘'으로 불린다.

 

 

 

체험존1. 고흐의 아뜰리에 (증강현실, AR)

 

2관에서 빔이 전시된 곳 뒤로 돌아보면 이런 자그마한 체험존이 하나 있다.

작은 그림 몇 점과 스마트기기 2~3대가 비치되어 있는데,

기기에서 어플을 실행시켜 카메라 렌즈를 액자에 걸린 사진에 가져다대면

고흐가 그 장소에서 그림을 그렸던 과정을 재현해 끝엔 완성된 모습과 설명까지 나오는,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이다.

 

 

 

이런 식!

신문물(?)이 확실히 신기하긴 했던 체험존.

말로만 듣던 증강현실을 이렇게 체험해보는구나.

미디어아트 전시라는 타이틀에 아주 걸맞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반고흐 인사이드는 단순 감상보다는 체험하는 자세로 관람해야 제대로 관람했다고 할 수 있겠다.

 

 

 

3관.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3관의 이름은 이 작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리라.

카메라 화각이 넓지 않아서 그림을 다 잡지 못했지만, 워낙 유명한 그림이라 다 알 거라 생각..

3관은 고흐가 프랑스 아를로 넘어간 시기의 그림들을 다루었다.

고흐에겐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이기도 했는데,

예술혼은 가장 불태웠던 시기.

 

 

천장까지

 

 

기둥 하나까지 빼놓지 않고 전시공간으로 활용.

개인적으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프랑스편'에서

아를에 들러 반고흐 그림을 소개하는 걸 보고 살면서 꼭 한 번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고흐가 그림으로 남겼던 그 장소, 그 장면을 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부터 <귀 자른 자화상>, <해바라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들이 많이 나온 듯한 시기.

고갱과의 미술적 교감부터 헤어짐까지 겪었던 시기.

고흐의 광기가 극에 달했던 시기.

 

 

 

체험존2. 빛의 팔레트

 

고흐가 자주 쓰던 색깔로 이루어진 아크릴봉을 가지고

마치 점묘화를 그리듯 자유롭게 무엇이든 그릴 수 있도록 마련된 체험존.

아이들이 좋아할 듯했다.

 

 

 

체험존3. 밤의 카페 (가상현실, VR)

 

 

위 고글 같은 것을 끼면 카페 장면이 입체로 나오고 내가 1인칭 시점으로 그곳을 보고있는데,

의자에 앉아 몸을 돌리면 화면 속 나도 시선이 돌아가고,

손으로 고글 측면에 있는 센서를 움직이면 화면 속 나도 움직인다.

그렇게 해서 밤의 카페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되어있는 가상현실 체험존.

카페 안에는 고흐도 있고, 고흐의 그림들도 있다.

다만 센서 움직이는게 서툴러서 가상현실 속 내가 어딘가에 끼거나, 누군가를 밟는 행위 등을 하면 마치 렉이 걸리듯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음..

그것마저도 재밌었던 체험존ㅋㅋㅋㅋ

 

 

 

4관. 오베르의 푸른 밀밭에서

 

고흐가 스스로 삶을 마치기까지 오베르에서 보낸 70여일 동안 남긴 그림들을 보여줬던 네 번째 관.

동생 테오와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 그의 불안한 심리와 깊어가는 고통 또한 볼 수 있었다.

 

 

까마귀가 날아가기 전 밀밭...

이후로 까마귀가 푸드득 대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고보니 무슨 그림을 봤다기 보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본 느낌.

그것도 고흐의 그림으로 만든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을.

 

 

이렇게 반고흐 인사이드전은 마무리.

 

 

정말 그림 문외한, 미술 문외한이지만 반고흐라는 인물만큼은 더 알아가고 싶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전엔 잘 알진 못하지만 그저 네덜란드와의 인연 때문에 반고흐를 막연하게 좋아했다면

이번 전시는 그 막연함을 뛰어넘어 좀 더 구체적인 지식을 쌓을 의지를 심어준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

 

또, 그림과 긴 설명만 봐서는 잘 모르는 미술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스토리텔링적 요소도 있고,

각종 체험들로 흥미도 끌 수 있는 미디어 인터랙티브 전시가 어떤 점에서는 더 유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에 대해 떠올려보지 않을 순 없음.

원본이 주는 미적 체험은 또 분명 다를 거라 생각.

언젠간 다시 유럽에 가서 반고흐의 작품들 원본을 볼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 파리에, 그리고 아를에 가서 반고흐가 보고, 듣고, 느꼈던 장면들을 나도 느껴보리라.

 

 

 

출구 앞에 있었던 <별이 빛나는 밤>

전시 겸 판매용인 것 같았다.

저 옆에서 사진 하나씩 찍고 정말로 전시 관람은 끝!

 

 

스토어.

고흐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중이었다.

나는 네덜란드 반고흐 뮤지엄에서 직접 사온 엽서와 책갈피 등등이 이미 있으므로

여기는 쿨하게 패스!

 

 

생각보다 꽤 즐거운 전시였다.

우리 나올 때(약 1시 반? 2시?)는 사람들이 바깥까지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었음.

사람 몰리기 전에 일찍 보고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반고흐에 대해 앞으로 더 공부해봐야겠다.

반고흐 뮤지엄, 대영박물관,

네덜란드, 프랑스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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