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회화 스터디 가는 날. 하필 강건너 스터디를 신청하는 바람에 일주일 중 그 어느 날보다도 빨리, 새벽같이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다. 워낙 멀다보니 한 번 갈 때 최대한 많은 걸 하고 오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 토요일이 유독 알찼어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주제있는 포스팅 말고 가볍게 일기나 쓸 겸 남겨보려고. (이번에 갔던 곳 하나하나 포스팅 천천히 할 건데 '일기'니까 이 게시물 먼저 후다닥 써볼 예정!)
아침을 안 먹고 나온 관계로 지하철역 앞에서 아침에만 파는 토스트를 하나 사먹었다. 매주 지하철 타러 헐레벌떡 갈 때마다 눈길 몇 번 줬던 곳인데, 이번엔 조금 여유있게 나오기도 했고 스터디도 곧 끝나가니 또 언제 새벽같이 나와 이 토스트 냄새를 맡을 지 모르겠어서 냉큼 하나 사먹었다. 야채+계란+햄+치즈가 들어가는데 2,000원밖에 안 함. 이모님들도 진짜 친절하시고, 아침부터 너무 기분 좋아지는 식사였다.
한국에 정식 발매된 이후로 나도 포켓몬고 열풍에 합류. 요즘 약간 꼼수를 부리는데, 바로 지하철 타고 가면서 포켓몬고를 켜놓는 것..ㅎㅎ 지하로 다니면 대부분 GPS가 잘 안 잡혀 그리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는 건 아니지만 종종 GPS 잘 잡히고, 와이파이든 데이터든 잘 터져서 타이밍이 맞으면 포켓스탑 한 번쯤 돌리고 뭐 그런다. 아무튼, 그렇게 지하철 타고 가면서 하다보니 내 캐릭터도 아침부터 열심히 강 건너는 중.
사진은 없지만 이 땐 스터디를 했는데.. 이번 스터디는 정말 진심으로 외국어 한 마디도 안 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점 그냥 친목모임이 되어가고 있고... 별의별 주제가 다 나오고... 한 시간 반 걸려 가서 두 시간 한국어 폭풍 리스닝 하고 다시 한 시간 반 걸려서 집에 오는 현타오는 강남라잎... 회화 늘고 싶으면 그냥 현지를 가든지, 한국 사는 외국인 친구 만들어서 자주 만나든지, 아무튼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서 외국어를 쓸 수밖에 없는 삶을 얼마간 이어가는 걸로..
스터디 끝나고는 프리프롬서울(Free From Seoul, 이하 프프서) 포스터 받으러 Room360으로! ...갔는데 문이 닫겨있었다. 알고보니 오후 2시부터 문을 연다고... 나는 오전에 도착했는데 어디서 시간을 때우나?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가 일단 점심이나 먹고 오는 걸로.. (그나저나 입구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프프서 싸인 포스터 보고 내가 다 흐뭇)
요즘 라멘이 엄청나게 먹고 싶어서 이곳저곳 맛집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이 동네에도 맛집이 있지 않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한 군데가 나왔다. 간판부터 미사여구없이 간결하게 라 멘 두 글자만 내건 게 뭔가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어보여 밖에서부터 기대되었다.
식당의 이름은 '단바쿠라멘'이며, 가장 기본적인 돈코츠라멘을 먹었다. 딱 기대했던 만큼의 맛이 났다. 요즘 갑자기 라멘에 왜 이렇게 꽂힌 건지 모르겠는데, 간사이 여행 갔을 때 왜 라멘을 안 먹고 왔을까 이제와서 매-우 후회될 정도(심지어 숙소가 라멘집이랑 겸업을 하던 곳이었는데). 이러다가 조만간 라멘 먹으러 일본 갈 것 같다... 물론 당장 라멘 하나만 보고 일본으로 떠날 만큼 무모하거나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이 라멘에 대한 탐구정신이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분명히 여행을 갈 때 큰 고려사항 정도는 될 듯.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좋았던 식당. 이건 곧 따로 포스팅 할 예정!
점심까지 다 먹었는데도 한 시간 반 가량 시간이 떠서 뭘 할까 하다가, 이 동네는 처음이라 아는게 없어 결국 역 근처 맥도날드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시켰다. 창가에 혼자 앉기 좋은 자리가 있길래 앉아서 이 자그마한 커피를 정말 천천히 마심.
그리고 다시 포켓몬 고... 맥도날드에서 잡히는 포켓스탑이 있어서, 포켓몬고 켜놓고 시간 지나면 새로 돌리고, 시간 지나면 새로 돌리고 또 이런 꼼수짓을 함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흥미로운 포켓몬 뜨면 잡기도 하고 뭐.
새로운_동네에서_잡은_아이들.jpg
이건 한참 핸드폰 만지고 있을 때 친구에게 온 연락인데 웃겨서ㅋㅋㅋㅋㅋㅋ 8558 지금 미국 투어중인 걸로 아는데, 마침 미국에 가있는 친구가 길에서 포스터를 보고 나에게 연락을 해주었다ㅋㅋㅋㅋㅋ 팔로알토 콘서트 포스터를 보고 내가 떠올라 제보해주는 상황이 뭔가 재밌어서ㅋㅋㅋㅋㅋ 일상에선 티 별로 안 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네^^ㅎ
시간 때우기를 마치고 드!디!어! 입성한 룸360(Room360). 360사운즈(360Sounds)의 멤버들이 운영하는 바이닐샵 겸 편집샵 같은 가게인 듯. DJ들이 모여 만든 아티스트 집단, 360사운즈가 운영하는 공간답게 BGM이 턴테이블에서 나오고 있었고, 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곳을 지나 카운터로 가서 프프서 포스터를 받으러 왔다고 말씀드렸고, 매장에서도 프프서 CD를 판매하지만 기존에 구매한 CD를 가져가도 포스터를 준다는 공지를 봤기에 전에 구매한 CD를 보여드렸는데 잠시 확인해보겠다고 하셔서 그 동안 천천히 가게 구경을 했다.
이런 순간이 오면 내가 외힙알못에 턴테이블알못임이 굉장히 아쉽다. 근데 한편으론 '바이닐을 수집하는 취미까지 있었다면...' 하고 생각해보면, 상상만으로도 너무 막막하므로 그냥 지금 정도가 좋기도 하고..(아무말) 아무튼 360사운즈에서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지 몰랐는데, 매우 아담하고 좋았던 공간. (조금 외진 곳에 있는게 아쉽다면 아쉬운 공간. 근데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아지트 같은 느낌이 좋기도 하고.) 이 공간도 조만간 좀 더 자세히 포스팅 예정.
확인을 마치신 직원분께서 처음에는 기존CD를 가져오면 안 되고 룸360에서 프프서 CD를 구매해야만 포스터를 주시는 거라고 하셔서 시무룩하게 나왔는데, 조금 가다보니 갑자기 직원분이 뒤에서 쫓아오면서 부르셨다. 돌아보니 기존CD를 보여줘도 포스터를 주는 거라고 다시 전달받았다고, 주시겠다고 하셔서 급 좋아라 표정 못 숨기고 따라갔다ㅋㅋㅋㅋ 그리고 새해 선물이라고 티셔츠도 진열되어 있길래 한 장 가져옴.. 비프리님, 360룸 모두 감사합니다! 미션 클리어!(...인 줄 알았으나 서울에서는 원래 안 주시는 건지 깜빡하신 건지 스티커는 주시지 않더라. 집에 와서 스티커가 없는 걸 확인하고 스티커 콜렉터(나) 좀 슬퍼짐ㅜㅜ.. 그래도 감사한 건 여전!!)
볼일 다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도 포켓몬고. 여전히 GPS가 잘 안 잡혀서 내 캐릭터 갑자기 강 위로 튐ㅋㅋㅋㅋㅋ 집에 갈 땐 유독 이런 식으로 잘 안 터지는 순간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긴 시간 동안 앉아서 이것만 멍청히 쳐다보고 뭐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중간에 결국 껐다.
집에 도착하여 프프서 포스터를 펼쳐보았다. 음 듣던 대로 사이즈가 크군! 위 사진에 나온 건 아-주아주 일부일 뿐. 프프서 CD랑도 함께 찍어보았다. 음 멋져.
오늘 계획한 일들을 모두 클리어 하고 와서 굉장히 기분 좋고 막 되게 알찬 하루 보낸 거 같고 그렇다. 양손 무겁게 돌아오기도 했고, 새로운 곳을 개척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었고. 무엇보다 오늘도 성공적인 솔플, 개인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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