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이 문화를 사랑한 방식

[공연후기] 천재노창 앨범발매 기념공연-공연과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by Heigraphy 2015. 11. 27.
반응형

(2015.07.14. 이 글은 N포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약간의 수정을 거쳐 옮겨온 글입니다.)

 

2015.07.12. 천재노창의 앨범발매 기념공연을 다녀왔다.

공연 직후에도 하고 싶은 말이 상당히 많아서 인스타에 장황한 글을 썼다가 아무래도 인스타는 장문의 글을 쓰기 위한 매체는 아니니까 팔로워들한테 민폐끼치지 말자 싶어서 금방 지웠었다. 공연사진이나 리뷰를 해시태그로 공유할 수 있으니까 그동안 인스타를 이용했던 건데 이번 공연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블로그로 넘어왔다. 공연을 다녀온 사람들 중에 몇 명이나 이 글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금방 내렸던 글에 살을 덧붙여 다시 올려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번 글에 사진은 없다.


입장 전부터 공연이 끝난 후까지, 그리고 관객들 불만에 대한 천재노창/저스트뮤직의 대응과 그에 대한 내 생각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갈 생각.



1. 브이홀

먼저, 공연이 진행된 브이홀은 지하 3층에 위치한 게 정말 최대 단점이다. 줄을 매번 1층부터 지하3층까지 내려가는 계단에 세우니 너무 덥고, 그 많은 사람이 서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도 왔다갔다 하기엔 상당히 좁고, 탁한 느낌이다. 그래도 저스트뮤직 스탭은 계속 번호 확인하고 줄 정렬해주고 일 잘하더라.


2. 공연사진

나도 공연사진 (잘) 찍는거 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하지 말라는데 굳이 할 마음은 없다. 일단 '무조건' 찍고 본 (심지어는 나중에 다시 쳐다도 안 볼) 사진이나 영상, 혹은 남들한테 "나 이런 사람 공연도 갔다왔다"하는 자랑용 사진이나 영상 말고, 단 한 장이라도 정말 그 순간을 성의있게 '잘' 찍어서 아티스트와 소통한다면 그것으로 respect를 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래서 공연장에서 사진찍는 스탭분들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좋아한다. 대표적으로 kick&snap. 나도 언젠간 그런 분야의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천재노창 공연 안내사항에는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셀카봉, 대포카메라 등의 사용을 금지합니다. (적발시 퇴장 조치)" 라는 문구가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respect가 먼저다. 그래서 나도 카메라 아예 안 가져갔다.


3. 공연의 프레임

가장 최근에 브이홀에서 본 공연이 하이라이트 5주년 기념 콘서트다. 그 땐 애매한 번호로 입장해서 애매하게 끼어서 볼 바에야 뒤에서 편하게 보자는 마음으로 멀리 좌석에 자리를 잡았었다. (브이홀은 스탠딩 뒤쪽에 층진 좌석이 있다.) 근데 무대와의 거리가 거리인지라 무대랑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무대 밖의 모습들 (이를테면 관객들의 움직임이나, 무대 이상의 브이홀이라는 전체적인 공간)까지 눈에 들어오니까 내 시선이 좀 산만해졌고 공연의 프레임 밖에서 지켜보게 되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고민 않고 스탠딩에 섰다.


4. 관객 매너

결론부터 말하면 관객들 때문에 공연관람 정말 많이 힘들었다. '빠'에 남녀없다. 시작 전부터 내 뒤에 섰던 사람들 "저쪽, 저쪽(으로 밀고 가자)"하더니 시작하자마자 그들 포함, 다들 엄청나게 밀어댔고 (오죽하면 누군가는 노래 끝날 때마다 뒤로 좀 가달라고 소리쳤다) 분위기도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계속 사진, 영상들 찍기 바빴다. 기념으로 하나쯤 찍는거야 이해하는데, 상습적으로 핸드폰 드는 사람들 정말 많았다. 그렇게 적은 공연을 본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처음으로 공연 와서 두 손 아래로 모으고 얌전하게 공연 봤다. 다들 밀고 남 어깨에 걸쳐서까지 사진 찍기 바쁜데 어디 손 올리고 그루브 탈 틈이 있어야 타지. 이번 천재노창 EP에 즐길 노래가 얼마나 많은데 빡친 목과 입으로 간간히 따라만 불렀다. 제일 빡치는 건 좀 볼만 하면 앞에서 죄다 핸드폰 들어서 시야 다 가린 거. 내가 남 핸드폰 액정으로 노창 공연 보려고 돈 내고 브이홀 간 줄 아나. 그럴 거면 집에서 유투브 올라오는 거 기다렸다가 보고 말지. 진짜 관객 매너는 실망에 실망에 실망이었다.


5. 공연 자체

관객 매너는 매너고, 공연 자체는 좋았다. EP 곡들 순서만 약간 바꿔서 10곡을 전부 불렀었는데, 천재노창 라이브 참 잘 하더라. 이건 너무 특이해 박자도 어렵지만 털ㄴ업 잘했다. 피처링도 없는 노래로 혼자 쉼없이 무대 꾸려가는데도 개인적으로 전혀 부족함 없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EP곡 그냥 부른 것도 아니고 다시 새로 편곡한 곡들이었다. 제일 기대한 '행' 편곡한 전주 나올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멘트 없이 노래만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관객들이 아쉬워 할 일이라기보다 노래로만 무대 이어가는 노창 본인이 더 힘들 수도 있는 일인데 전혀 힘든 기색 없이 매끄럽게 잘 이어갔다. 그래서 멘트가 없었던 점은 아쉽기보다 공연에 몰입하기 좋아서 좋았고, 노래뿐만 아니라 공연 그 자체도 예술로 만들고자 하는 노창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느껴졌다. (나중에 노창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와서 안 사실이지만, 그는 "공연 트랙의 배치나, 게스트마다의 곡과 순서 배치, 심지어 관객 입장 음악까지 치말하게 생각해서," "앨범에 있는 10곡 모두 편곡을 새로해서 하나로 쭉이어지는 공연을 준비했"다.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그는 가히 예술가다.)


6. 공연 시간

지금 한참 시끄러운 부분이라 많이들 알겠지만 공연은 한 시간만에 끝났다. 앨범발매 기념 공연에서 앨범 노래 다 불렀으니까 괜찮았고, 노창이라는 뮤지션의 구성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약간 흐지부지 되어서인지 진짜 끝?싶어서 많이들 벙쪘고, 스탭이 "공연 끝났다"고 외치자 실망한 기색을 내비친 이들이 많았다. 막이 내려올 때 나도 긴가민가해서 약간 우왕좌왕 한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어쨌든 난 공연 자체는 만족스럽게 봐서 딱히 불만도 없었고, 공연이 끝났다는게 확실시 된 순간 바로 브이홀을 나왔다. 다만 사전에 100분 공연이라고 했는데 60분만에 끝난 건 좀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천재노창의 공지와 환불 안내

사실 이미 한 번 내렸던 글을 다시 쓰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공연 시간'에 대한 컴플레인은 결국 천재노창으로부터 '못 채운 시간에 대한 환불이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공지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글을 보면 그의 공연에 왔던 사람들은 '공연 시간'만 가지고 컴플레인을 걸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와 준 모든 분들이 게스트나 저스트뮤직의 레인샤워든 돈이든 그런 곡들을 애초에 기대 안하고," "이번 앨범의 곡에만 집중해주는 관객들일줄 알았는데 레인샤워, 돈 혹은 다른 멤버들의 공연시간을 원했던 사람들"이 어긋난 불평을 내비쳤나보다. 천재노창의 단독공연에서 당연하지 않은 저스트뮤직의 게스트를 당연하게 기대한 사람들은 반성 좀 했으면 한다. 그냥 단독공연도 아니고 떡하니 '앨범발매 기념공연'이라고 되어있는데, 당연히 기본 구성은 그 앨범의 곡들 아닌가. 그와 상관 없지만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줬다면 마치 팬서비스 같은 거니까 우리가 천재노창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그걸 보여주지 않은게 결코 비판이나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천재노창이 준비를 허술하게 한 것도 아니고,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에 충실해서 치밀하게 공연을 준비했는데도 이렇게 어긋난 핀트로 불평 불만을 토로하다니. 그 수가 몇이나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정말 반성했으면. 비판은 예정보다 짧게 진행된 공연 시간에 대한 걸로 이루어지는게 맞다. 그 부분은 노창이 실수한 게 맞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인스타에서 다수의 반응은 "나는 노창의 음악을 들으러 간 거였고, 공연에 만족했다"이더라. 어긋난 불평은 소수고, 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느낀 것이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리고 오늘, 저스트뮤직으로부터 환불 안내 문자가 왔다. 전화를 받지 않아서 문자를 보낸다고 했는데 나는 전화 온 적이 없었다. 어쨌든 문자의 결론은 환불절차를 위해 몇 가지 정보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환불 안 받겠다고 하면 안 받을 수도 있나요?하고 답장했다. 이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환불이 천재노창이 공연으로 얻은 수익을 전부 관객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라는 걸 알 거다. 이게 무슨 자선 공연도 아니고 노창이 모든 수익을 포기할 만큼의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멋진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나는 그 멋진 공연에 상당히 만족하고, 감동한 사람인데. 환불은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한 3-4시간 후 "환불을 원하지 않으시더라도 노창씨가 모든분께 환불해주기를 원하고 있으시니 답장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더해져서 다시 문자가 왔다. 공연 참 잘 본 사람으로서 이 상황이 참 안타깝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몇 시간 후에 천재노창 음악 정말 좋아하고 공연 정말 잘 봤다고 꼭 전달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노창씨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것도 존중하니 따른다는 말과 함께 답장을 보냈다. 부디 천재노창이 이 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하고, 앞으로 있을 활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좋은 음악과 멋진 공연으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때는 부디 그의 공연을 찾는 관객들도 좀 더 성숙해져 있었으면 좋겠다(비매너 관객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니까). 돈과 예술을 엮어서 말하는 것이 아이러니(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도 분명 일정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어떤 예술적 가치를 무조건 돈으로 환산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역설적) 하지만, 환불이 될 돈은 꼭 다시 그의 예술적 행적을 좇는 데 쓰고 싶다.

반응형

댓글